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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과 법률유보원칙
    법률/기타자료 2023. 11. 12. 00:45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과 법률유보원칙

     

    Ⅰ. 기본권제한 일반론

     

    1. 기본권제한의 의미

     

    (1)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헌법상 기본권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에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개별기본권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우리 헌법 제10조에서 국가에게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고,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하다는 이우로 국민의 자유과 권리가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결국 타인의 자신에 대한 개인정보의 이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권리이다. 즉, 개인정보 이용의 제한이 개인정보의 보호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말은, 개인정보의 이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된다는 말이다. 즉 개인정보의 이용이 허용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개인정보의 이용은 어떤 절차와 조건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며, 그 개인정보보호질서 속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내용과 한계가 정해지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고찰하는 것은 결국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내용과 한계를 고찰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헌법재판소는 최근 기본권 관련 사건에서 기본권 침해여부를 심사할 때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먼저 문제의 공권력조치와 관련된 기본권을 확정하고(기본권보호영역의 확정), 이어서 그 기본권에 대한 제한, 즉 공권력에 의한 특정 기본권에 대한 축소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다음(기본권제한의 존부확인), 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의 위헌여부, 즉 헌법적 정당성여부(기본권제한의 정당성)를 심사하는 3단계 심사구조를 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심사기법의 대표적인 특징은 기본권의 일반적 보호영역과 실제적 보장영역을 구분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일반적 보호영역이란 기본권이 그 보호기능 일반을 발휘하는 영역, 즉 그 영역에의 침투, 이른바 해당 기본권의 제한이 정당화되려면 헌법이 제한과 관련하여 요구하는 형식적·실질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영역을 말한다. 실제적 보장영역이란 더 이상의 합헌적 제한이 불가능하여 침투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을 말한다. 일반적 보호영역의 크기가 고정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적 보장영역의 크기는 제한의 정당성여부가 특히 비례성의 원칙에 의하여 가변적 상황에 달려있기 때문에 가변성을 띈다. 일반적 보호영역과 실제적 보장영역의 구분은 기본권의 형식적 보호작용(법률적 근거가 없는 제한에 대한 방어작용)과 실질적 보호작용(비례의 원칙 등 실질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한에 대한 방어작용)의 구분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양 보호작용은 제한개념을 통해서 설정되는 기본권의 보호영역에서부터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2. 기본권제한의 유형

     

    (1) 기본권 제한 형식으로의 법률유보는 두 가지 유형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기본권제한적 법률유보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법률을 제정하여 해당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설정하고 있는 한계를 지켜야 한다. 즉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기본권은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제한하는 경우에도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르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따라서 기본권의 제한 목적이 정당하고, 그 수단이 적합해야 하고, 그 목적과 수단 사이를 비교형량하여 제한하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침해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본권형성적 법률유보로서 전자의 기본권 제한이 제한형식으로 법률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이것은 기본권의 실현형식으로서 법률을 염두에 둔 개념이다. 요컨대 기본권의 구성요건, 즉 개별 기본권의 개념과 범위는 입법자에 의해 구체화된다. 그런 의미에서 입법자는 어느 정도 기본권의 내용을 형성할 자유를 가진다. 우리 헌법에는 적극적으로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법률에 이를 유보해놓은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으로 정한다라고 하는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이는 애초부터 헌법이 보호해야 할 범위를 법률로 형성하도록 유보한 것으로서 이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또 다른 유형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률유보라고 해서 모두 기본권 제한의 형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권의 개념과 범위는 구체적으로 개별 기본권을 파악함으로서 가능하다. 해당 개별 기본권의 개념과 범위가 확정되면, 당해 기본권의 효력범위는 그에 따른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효력범위는 이렇게 구성된 권리의 개념과 범위에 따라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이 기본권보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시실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법률유보가 기본권 제한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기본권 형성적 의미도 있다고 생각할 때에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조항을 단순히 기본권의 제한을 규정한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은 그 제한의 한계를 규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겠다.

     

    (2) 그런데, 기본권과 관련된 사례해결이론의 핵심고리인 기본권제한의 개념문제는 현대사회에서 국가가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다양한 수단들을 사용하면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마침내 1970년 Gallwas는 “기본권영역에서의 사실적 제약”이라는 책을 통하여 기본권제한의 형식이 아닌 국가의 어떤 조치가 기본권에 미치는 실질효과가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논거를 기초로 하여 어떤 규율의 간접적 효과나 기본권에 대한 사실상의 제약을 기본권제한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사실상의 기본권제약을 기본권제한으로 본 사례는 적지 아니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본권제한의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고, 따라서 기본권제한의 존부를 판단하는데 적용되는 기준들을 판례를 통해 얻어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한 국내의 헌법학계의 연구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행정법학계에서는 행정상의 사실행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기본권과의 연관성이 충분히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할 것이다. 요컨대 기본권은 그 제한의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기본권의 보호내용과 보호범위가 구체화되는 것이며 또한 그 제한의 유형을 달리하는 것이다.

     

    Ⅱ.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

     

    1. 기본권제한적 법률유보의 한계

     

    (1) 목적상 한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혹은 공공복리라는 이 세 가지 목적을 위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 사실 국가가 하는 일은 대부분 이 세 가지 목적 범주에 들어간다. 주로 국가안전보장을 위해서는 대공, 방첩을 위한 수사 및 신원조사 등 검·경찰, 국가정보원, 헌병, 국방부 등 국가안보기관이 하는 활동들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치안확보를 위한 검찰이나 경찰범죄수사 및 전과관리, 계좌추적, 신원조회 등의 활동과 일반 행정 및 사범기관ㅇ서 처리하는 주민등록 및 각종 등록제도들은 질서유지를 위한 국가의 활동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그 밖에 각종 의료정보에 대한 관리 및 복지혜택을 위한 조사, 교육을 위한 기본적은 정보의 공유, 조세 확보를 위한 조사 등을 공공복리를 위한 활동의 차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2) 형식상 한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다. 여기서 법률은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말한다. 또한 그 법률은 명확하고 일반적인 법률일 것을 요구받는다. 명확성의 원칙은 법치주의 원리의 한 내용으로서 비례원칙과는 별도로 형식상 한계의 내용으로서 기본권제한 법률에 요구되는 내용이다. 한편 법률의 일반성은 평등원칙에 의해 요구되는 것으로서 개별사건, 개별대상법률과 같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처분적 형식의 법률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런 처분적 법률이라고 하여 곧바로 위헌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한편 공공기관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을 비롯하여 개인정보와 관련된 수많은 법률들에서 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 민감한 정보에 관한 수집동의권은 본인의 동의 이외에 항상 다른 법률에 의하여 수집대상으로 명시된 경우에는 제한되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수집동의권 및 이용통제권을 계약이행을 위해 불가치한 경우나 서비스 제공 및 요금정산 그리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제한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이 수집하는 개인정보에 있어서는 수집 및 이용에 관하여 통보받을 권리도, 열람 및 정정청구권 등도 모두 법률에 의해 일정한 제한을 받고 있다.

     

    (3) 방법상 한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위의 목적과 형식을 따르더라고 그것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다. 여기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란 비례원칙에 따른 판단을 말한다. 비례원칙에 따른 판단은 국가의 행정작용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로서 실질적 법치국가 원리에 따라 거의 모든 국가의 고권행위에 적용되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과잉금지원칙”, “비례성의 원칙”, “과잉제한금지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 등 다양한 말로 표현했지만, 어쨌든 비례원칙의 내용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 부분원칙으로 헌법재판소는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법익의 균형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비례원칙은 일종의 실질적 절차로서 기본권 보장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따라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법률에 의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이라고 하더라도 이 비례원칙에 따라서 판단해 봤을 때, 그에 부합해야만 그것은 합법적인 그리고 합헌적인 제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4) 내용상 한계

    앞의 한계들을 다 지키더라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법률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서 위헌이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만약 이를 제한할 경우에 기본권 그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그것이 어떤 이유로도, 심지어 국가이익의 중대한 충돌이 있더라도 절대 침해할 수 없는 핵심영역이라고 보는 견해(절대설)와 개별사례별로 서로 경합하는 이익 또는 가치를 형량하여 정해지는 것이고 국가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엔 완전히 폐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는 견해(상대설)가 있다. 후자의 견해에 따르면,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원칙은 과잉금지원칙의 한 내용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개별 기본권마다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추상적이어서 선언적 의미로 파악하고, 개별 기본권들을 실제적인 개인의 주관적 권리로 파악한다면, 전자의 견해는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원칙의 보호대상이 객관적인 법원리나 가치라는 입장(객관설)에, 후자의 견해는 주관적 권리와 그 보호대상이라는 입장(주관설)에 설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전자의 견해를 취하더라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조항으로부터 기본권을, 즉 협의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도출해 낸다면, 주관적 권리가 이 원칙의 보호대상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또한 후자의 견해를 취한다고 해도, 각 개별 기본권들이 양면성, 즉 주관적 권리로서의 성격만이 아니라 객관적 가치로서의 성격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그 원칙의 보호대상이 객관적 법원리나 가치라고 파악할 여지도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중에는 보편적인 인권으로서의 가치가 있더라도 그 의미는 개별 기본권의 의의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각각의 개별 기본권이 자기고 있는 고유의 의미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요컨대 개별 기본권마다 그 본질적 내용은 즉 보호대상은 개인의 주관적 권리라는 것이다.

     

    (5) 과잉금지원칙과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원칙과의 관계

    국가 및 사회공동체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대립할 경우 이를 어떻게 형량하는가의 문제에 있어서 개인이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마지노선을 두느냐 아니면 정치공동체의 공익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판단을 신뢰하고 그 판단에 힘을 실어주느냐의 가치판단이 달려있다. 즉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더라도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보는 것은 전자의 견해이고, 그런 경우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후자의 견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비례원칙에 대한 평가와도 관련된다. 비례원칙에 따른 판단이 자유주의와 법치주의 원리에 따라 요구되는 기본권보장주의를 충분히 실현할만한 원칙이라고 신뢰한다면, 이에 위배되지 않는 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비록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더라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비례원칙과 같은 합리적인 절차에 따른 판단이더라도 헌법에 규정된 개별 기본권들이 상정하는 실체적인 내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는 구체적인 권리장전을 헌법에 직접 규정하여 이를 헌법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실질적 법치국가 원리의 가장 핵심적인 규범적 내용 중 하나인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달리 판단할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원칙은 과잉금지원칙과는 별도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기본권형성적 법률유보의 한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적극적으로, 즉 기본권형성적으로 법률유보되기 위해서는 재산권의 경우처럼 그 권리의 내용과 한계를 법률에 유보하는 명문의 헌법조항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 헌법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내용과 한계의 형성을 법률에 유보하는 규정은커녕,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자체를 직접 규정하고 있는 조항도 없다. 기본권의 내용이 법률로 정해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법률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보다 더 큰 제한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요컨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주관적 권리의 공권으로서, 그 내용 중 핵심이 되어야 할 사항은 국가에 대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보호를 위한 제도나 절차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국가는 우리 헌법 제10조에 따라 기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비록 우리 헌법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형성을 위한 입법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관적 공권으로서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적극적으로 입법과정을 통해 형성되어야 할 권리인 것이다. 이 입법형성의 한계는 헌법의 기본원리로서도 설명될 수 있고 또한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으로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아무리 입법자에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내용을 형성할 권리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가치들은 지켜야 하며 개인정보보호제도의 최소한의 본질을 훼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위하여 평가기준들이 필요하다. 예컨대 법률유보의 헌법적 한계가 설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개인정보보호제도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주관적 권리의 내용을 헌법적으로 평가하는 주요 척도가 될 것이다. 반대로 지금 새로 그 법률유보의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면, 사회에서 제도나 권리에 대해 내려지는 평가의 척도들을 검토하고 그것들을 헌법적으로 재인식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따라서 그 평가기준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고유한 그리고 일반적인 가치이거나 혹은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가치의 내용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내용을 입법 형성할 때 지켜야 할 헌법적 한계도 바로 이 과정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3. 기본권의 사실적 제한

     

    (1)기본권의 사실적 제한이란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대한 법적 제한을 초과하여 규범수신인이나 제3자에게 부수적 효과로서 손해를 발생하는 것 또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없는 공권적 행사로 발생하는 기본권의 제약을 말한다. 즉 기본권의 사실적 제한이란 기본권의 법적 제한에 상반되는 것으로 실체법적으로는 기본권보호범위의 완전성에 대한 제한을, 절차법적으로는 헌법소원청구인적격과 권리보호필요성판단기준과 관련된다. 따라서 기본권의 사실적 제한은 다양한 기본권이론과 관련된 복합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종래의 법률유보와 같은 고전적인 기본권의 제한유형 이외에 정보화 사회라는 새로운 법현실에서 그에 대한 헌법적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기본권의 제한을 사실상의 제한으로까지 그 유형을 확대해야만 하는 당위성에 이르렀다. 기본권이론체계에서 기본권의 사실적 제한을 인정하게 되는 주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격권, 알권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목록의 확대와 기존 기본권의 소극적 보호범위를 인정하게 되었다. 둘째, 기본권의 주관적 방어기능에 국한되었던 기본권기능변화를 들 수 있다. 즉 기본권의 객관적 기능을 인정함으로써 국가 이외에 사인에 의한 기본권침해도 가능하게 되어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 또는 기본권보호의무 이론이 등장하게 되었다. 셋째, 국가의 역할이 소극적인 질서국가에서 적극적인 사회복지국가로 변모하였다. 따라서 행정주체가 사법관계의 한 당사자로서 활동하는 국고행정, 행정사법의 영역과 행정상의 경고, 행정지도 등의 행정상 사실행위에 대하여 기본권기속력을 인정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제3효적 행정행위의 확대로 인한 제3자의 원고적격의 인정경향을 들 수 있다. 기본권 제한방법을 어디까지 볼것이냐의 문제는 헌법소원의 적법요건 중 하나인 기본권보호 필요성에 관한 판단으로 혹은 본안을 판단함에 있어 특정행위를 해당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 있을까에 관한 문제로 연결된다. 만약 특정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적법요건이 미달하여 각하되거나 본안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공권력 작용은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행정계획이나 공고 등에 관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는 등, 사실행위들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기본권 제한행위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즉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 내지는 침해의 반복위험성이라는 예외적인 기준으로 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2)대법원의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인정여부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판시를 계속하고 있다.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도 당해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할 것이나 여기서 말하는 법률상의 이익은 당해처분의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다만 공익 보호의 결과로 국민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추상적, 평균적, 일반적인 이익과 같이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불과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고 판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초기부터, 최근의 대법원의 결정에서 신문법에 대하여 진술한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인정방법에 관한 판시내용을 대체로 답습하고 있다.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하여야 하는바, 여기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자를 의미하며 단순히 간접적·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인 제3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간접적·사실적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불과할 뿐 직접적·법률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없는 기본권침해는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는가 하면,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제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청구인이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하여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 현재 그리고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제3자에게도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는데, 법의 목적 및 실질적인 규율대상, 법규정에서의 제한이나 금지가 제3자에게 미치는 효과나 진지성의 정도, 규범의 직접적인 수규자에 의한 헌법소원제기의 기대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고 판시하고 있다. 요컨대 대법원은 원고적격의 인정방법에 있어 처분의 상대방이든 제3자든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로 볼 수 있는지를 법률해석에 의해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 판단에 있어 공권력행사의 직접 상대방의 경우와 제3자의 경우로 구분하고 적어도 직접 상대방인 경우에는 기본권의 법적 제한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3자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간접적, 사실적 기본권제한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청구인적격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하고 있다. 결국 대법원은 여전히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인정방법에서도 법률상 이익을 확대해석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는 법적 제한에 대한 예외로서 사실적 제한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다만 헌법소원청구인적격 판단기준인 직접성 또는 현재성에 대한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여 기본권의 법적 제한도 사실상 형해화되고 있다.

     

    (3)기본권제한 개념의 확장으로 사실적 제한을 해결하려는 것은 스위스헌법이나 유럽인권규약과 같이 기본권목록이 한정된 좁은 보호영역을 갖고 있을 때에는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러나 우리 헌법과 같이 기본권목록은 판례와 해석에 의하여 다양하게 확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일정한 사실적 제약은 법률유보를 전제로 한 보호범위해석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즉 국가와 사인의 양면관계에서 사실적 제약은 인격권이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의 보호범위로 인정되고 그에 대한 법적 제한으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 발급 시 열손가락 회전지문채취용지를 명시적 법적 근거 없이 파출소장에 교부하는 것의 정당성을 간접적인 관련 법률을 근거로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법적 근거를 억지로 끌어들이는 편법해석으로 법률유보가 악용될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위임입법의 한계 내지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대한 헌재결정을 보면 의회유보를 완화하여 해석하여 헌법의 본질성 이론을 행정입법의 예측가능성 이론으로 대체함으로써 결국 헌법적 정당성이 없는 위헌인 사실에 대한 규범적 효력을 인정하게 된다. 때문에 기본권의 사실적 제한을 인정하고 그 범위와 한계를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적 제한을 임의적으로 판단할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관계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성의 원리에 의한 법치행정의 회복을 요하는 사실적 제한을 유형화하는 작업이 요청된다 할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행정부의 탈법적 권력행사에 제동을 걸게하는 경고적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한편 기본권의 사실적 제한도 법적 제한과 마찬가지로 보호범위와 관련된다. 그러므로 그 제한의 정당성도 한계준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헌법적 정당성을 추정받는 법적 제한과는 달리 사실적 제한은 제한의 한계준수를 인정받아야 그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적 제한의 한계는 그 유형에 상응하는 적합한 기준제시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Ⅲ. 지문정보침해의 헌법적 고찰

     

    1. 지문정보침해에 대한 합헌결정

     

    (1) 사건의 개요

    <2004헌마190 사건>

    청구인은 17세가 되면서 주민등록증 발급대상자가 되었으나,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별지 제30호서식을 근거로 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의 지문날인을 거부한 자로서,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별지 제30호서식 중 열 손가락의 회전지문과 평면지문을 날인하도록 한 부분과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 중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경찰서에 송부하도록 한 부분이 자신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4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99헌마513 사건>

    청구인은 이미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자로서, 자신들이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날인함으로써 만들어진 열 손가락의 지문정보를 피청구인 경찰청장이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공권력행사로 인하여 자신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1999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재의 합헌결정

    이에 헌법재판소는 상기의 두 사건을 헌법소원 대상의 권력적 사실행위로 인정하고 병합하여 심판하게 되는바, 2005년 5월 26일 재판관 6 : 3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린다.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별지 제30호서식 중, 열 손가락의 회전지문과 평면지문읠 날인하도록 한 부분 및 경찰청상이 주민들록발급신청서에 날인되어 있는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한 것이다. 이 결정에서 헌재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개인의 고유성, 동일성을 나타내는 지문은 그 정보주체를 타인으로부터 식별가능하게 하는 개인정보”임을 인정하고,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개인의 지문정보를 수집하고, 경찰청장이 이를 보관·전산화하여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것은 모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한에 정당성을 부여하여 합헌결정을 내린 것이다.

     

    2.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여부

     

    (1)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와 침해하지 않는 행위의 구분은 먼저 정보의 개인관련성이라는 표지에 따라 정해진다. 그리하여 이미 개인관련성으로 인하여 확보된 정보, 즉 개인정보는 모두 보호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여부는 더 이상 개인정보가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의 영역에 관계없이, 그러한 정보가 어떠한 종류와 방식으로 수집되고 처리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는 그것이 정보주체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행해진 것이 아닌 한, 언제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개인정보가 은밀한 감시를 통하여 또는 법률에 의해 강제된 공개적 수집 또는 제3자에게서 수집된 경우 등이 바로 그러하다. 그에 반해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가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여 행해진 경우에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의성은 개념적으로 이미 침해를 배제한다. 자유로운 의사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기본권의 행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범위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정보주체가 자신의 정보에 대한 수집과 처리에 동의를 표시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 경우, 정보침해에 대한 정보주체의 동의는 법률의 수권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데 반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행해지는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의 허용여부는 언제나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통해 규율되어야 한다.

     

    (2) 정보화사회에서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우선적으로 국가에 의해 무제한적으로 수집되는 개인정보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내용으로 한다. 이는 기본권의 우선적 기능인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신의 자유를 지키는 방어적 성격에서 나오는 기능이다. 국가의 기본권 제한은 기본권의 이러한 방어적 성격 때문에 과잉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되며, 비례적이며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본질도 방어권으로서의 국가권력에 대한 개인정보수집거부권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의 하나인 지문정보는 개인마다 다르고 신원파악에 정확도를 높여주지만, 이것이 국가에 의해 수집되어 데이터베이스화된다면, 국가는 사생활을 추적하고 개인의 지극히 은밀한 사적인 일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우리 헌법체계의 기본권정신에 어긋나는 국가의 권력작용이다. 우리 헌법의 제정자들이 헌법에 기본권을 두는 의미는 국가권력의 과잉적 행사를 막고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것인데, 국가에 의한 사생활 통제가 가능한 정보를 전산화하여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본권의 방어권적 성격에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제도인 것이다. 더군다나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의무를 지워 행하여지는 개인정보의 수집, 즉 의무위반시 제재(과태료)가 부과되게 하는 지문정보의 제공의무는 명백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3. 법률유보원칙 위배여부

     

    (1)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가장 원칙적인 방법은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 입법권자가 제정하는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즉 법률유보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서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기본권제한의 방법으로 법률의 형식을 요구하는 방법을 말한다. 법률유보는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적어도 입법권자가 적법절차에 따라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거나,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법률유보가 의회유보로 인식되어 포괄적 위임입법을 금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시에 의하면 오늘날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실현과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서 스스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포하고 있다(의회유보원칙). 또한 어떤 조치가 본질적인 것이고, 따라서 의회 자신에 유보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인가 또는 내용상 확정된 수권에 기초하여 발하여지기만 하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선 일반적으로는 기본권을 표준으로 한다. 대개의 기본권조항은 법률에 의해 또는 법률에 기초하여서만 침해가 허용된다.

     

    (2) 손가락의 지문에 대한 보관 및 활용하는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이므로 법률의 근거를 요한다. 그런데 현행 주민등록법에는 주민등록증의 수록항목으로 지문을 삽입한 조항이 있으나(동법 제17조의 8 제2항), 이것만으로 열 손가락 지문날인의 법률적 근거라고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주민등록증에 들어가는 우무인 하나를 채취하는 것으로 족한 절차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다 찍도록 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체의 개인정보, 특히 신원확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지문에 대한 침해는 국가가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박탈하는 것이 된다.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은 종래에 법률유보의 정신을 의회유보로 보고,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본질적 사항에 대해 입법자가 결정하여야 한다는 그 동안의 헌법재판소의 판시와 정면 배치되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민등록법상의 관련규정은 단순이 지문으로 되어 있어, 열 손가락 강제지문날인의 정당한 근거로 보기 어렵고, 지문강제날인에 관한 절차에 대하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등록법상의 위임이 시행령에 위임할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우리 헌법상의 제75조의 위임입법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예측가능성을 불투명하게 하며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절차와 관련하여 경찰청장이 지문에 대한 수집 및 보관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법률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2항 제6호를 근거로 들고 있으나, 이 조항은 이미 발생한 범죄에만 해당하는 것이지, 앞으로 발생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지문 등 개인정보를 전산화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이 조항은 특정범죄와 관련되어 있는 개인정보에 한하는 것으로 포괄적인 미래의 범죄예방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으로 확대해석할 수 없다고 본다.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도 이러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지문정보에 대한 제1차 정보수집기관인 주민등록증 발급기관이 주민등록증에 지문정보를 수록하는 것에 대하여만 주민등록법 제17조의 8 제2항에 근거가 마련되어 있을 뿐, 경찰청장이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별지 제30호서식의 지문원지를 수집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의 직접적인 규정은 찾아볼 수 없고, 다만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에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를 해당자의 주민등록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의 파출소장에게 송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지문정보가 포함된 주민등록발급신청서를 관할 동장이 관할 경찰서의 파출소장에게 송부·제공하는 행위가 주민등록법, 주민등록법시행령 기타 어떠한 법률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주민등록법시행규칙에 규정되어 있을 뿐이므로 피청구인의 청구인들에 대한 지문정보의 수집·보관행위는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4. 비례성의 원칙 위반여부

     

    헌재의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인 이 사건 시행령조항 및 시행규칙에 의하여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가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어 지문정보의 수집·보관·전산화·이용이라는 넓은 의미의 지문날인제도를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지문정보의 수집·보관·전산화·이용을 포괄하는 의미의 지문날인제도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바, 결론적으로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에 의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은 논하는 바와 같이 과잉금지의 원칙의 위배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모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여지므로,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하였다. 이에 소수의견은, 목적의 정당성에서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동태를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도모하고자 하는 주민등록법의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위하여, 반드시 하나가 아니라 열 손가락의 평면지문과 회전지문 모두를 수집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리고 피해의 최소성에서는 수사상의 목적을 위한 경우라도 범죄의 전력이 있는 자나 범죄의 성향을 가진 자의 지문정보를 수집·보관하고 이를 후일 범죄수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임에도, 그런 전력이 없는 모든 일반국민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의 기회에 열 손가락의 회전지문과 평면지문 일체를 보관·전산화하고 있다가 이를 그 범위, 대상, 기한 등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없이 일반적인 범죄수사목적 등에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피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법익의 균형성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문정보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범죄수사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범죄예방이나 범죄정보수집 내지는 범죄예방을 빙자한 특정한 개인에 대한 행동의 감시에 남용될 수 있어 법익균형성도 상실될 우려가 있다. 지문정보가 신원확인에 효율적인 유용한 수단이므로 신원확인의 정확성 내지 완벽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제한적인 지문정보의 수집, 보관, 전산화, 이용행위라도 타당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는 행정의 편의성을 국민의 기본권보다 앞세운 발상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행위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률유보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상기와 같은 이유로 기본권의 과잉제한 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 즉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행위는 법률상 근거가 없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므로, 그 위헌확인을 선언함이 마땅하다고 설시하였다.

     

    5. 목적변경으로서의 정보침해여부

     

    개인정보는 원칙적으로 당해 정보가 수집되었던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목적구속의 원칙). 개인정보를 수집에서 고지된 목적과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새로운 침해로 묘사한다. 왜냐하면 정보주체는 자신의 정보가 어떠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행정상 목적, 즉 주민의 거주관계 파악 및 행정사무의 적정·간이한 처리를 위해 수집한 지문정보를 경찰청장이 구체적 또는 장래의 범죄수사를 위해 보관·전산화 및 이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의 목적변경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새로운 침해를 의미하고, 이를 위해서는 각각 법률의 수권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지문정보를 수집된 목적의 범위 내에서 계속 사용하는 것은 정보수집을 넘어서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새로운 침해를 묘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입법자에 의해 정보수집에 대한 수권의 형태로 정당화되고, 그로 인해 정보주체는 그러한 정보사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갖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법 제17조의 8 제2항인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지문정보의 수집을 단지 행정상 목적, 즉 주민의 거주관계 파악 및 행성사무의 적정·간이한 처리를 위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만일 경찰청장이 이를 수집된 목적과 다른 구체적 또는 장래의 범죄수사를 위해 보관 및 이용하려고 한다면, 이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새로운 침해를 의미하는 개인정보의 목적변경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각각 별도의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수집목적에 반하는 그러한 사용에 의해 행정목적을 위한 지문수집에 대한 수권근거에서 구체적 또는 장래의 범죄수사를 위한 지문의 사용권한을 도출할 수는 없다. 지문을 본래의 수집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기초가 되는 지문수집과 마찬가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를 의미하므로, 지문수집과 동일한 헌법적 요구사항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주민등록증발급기관이 주민등록증에 지문정보를 수록하는 행위에 대한 법률적 수권근거라 할 수 있는 주민등록법 제17조의 8 제2항에서 구체적 또는 장래의 범죄수사를 위한 지문정보의 보관 및 이용에 대한 권한을 도출할 수는 없다. 현행법상 행정목적으로 수집된 지문정보를 구체적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수권근거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제5조 및 제10조 제2항 제6호가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개인정보보호법은 동법 제1조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듯이, 단지 공공기관에 의해 컴퓨터로 처리된 정보만을 그 보호대상으로 한다. 즉 개인정보보호법은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개인정보에 대한 침해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서,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기 전의 원 정보자료는 그 보호대상이 아니다. 그로 인해 개인정보보호법 제5조 및 제10조 제2항 제6호는 헌법재판소의 견해와 달리, 경찰청장이 구체적 범죄수사를 위해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기 전의 원 지문정보를 그 보유기관에서 제공받고 이를 보관 및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법률적 근거로서 원용될 수 없다. 게다가 개인정보보호법 제5조 및 제10조 제2항 제6호는 경찰청장이 장래의 범죄수사를 대비할 목적으로 보유기관으로부터 지문정보를 모두 제공받고, 이를 보관 및 이용하는 것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이미 지적하였다. 요컨데 특정목적을 위해 수집된 개인정보를 수집된 목적과 다른 목적을 위해 제공·사용하는 것은 정보수집을 넘어서는 기본권에 대한 새로운 침해를 의미하고, 그로 인해 여기서는 어떠한 기본권이 구체적으로 문제되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법률유보원칙을 이유로 법률의 수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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