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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행위의 고의·과실에 대한 고찰
    법률/기타자료 2023. 11. 12. 00:46

    불법행위의 고의·과실에 대한 고찰

     

     - 목 차 - 

     

    Ⅰ. 불법행위책임으로의 과실책임주의

     

    1. 과실책임주의의 사상적 배경1

    2. 사적자치의 원칙과 과실책임주의2

    3. 과실책임주의의 존재의의3

     

    Ⅱ. 과실책임의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고의·과실

     

    1. 귀책의 근거로서의 고의·과실4

    2. 고의의 의의5

    3. 착오와 고의6

    4. 미필적 고의와 인식있는 과실6

    5. 과실의 의의7

    6. 추상적 과실과 구체적 과실8

    7. 경과실과 중과실9

     

    Ⅲ. 고의·과실 제이론

     

    1. 과실여부 결정에 대한 객관설과 주관설9

    2. 책임능력의 유무10

    3. 고의책임과 과실책임11

     

     

     

    불법행위의 고의·과실에 대한 고찰

     

     

    불법행위법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그 손해를 가해자에게 전가하여 가해자로 하여금 손해를 전보하게 하는 제도이다.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이 필요하다. 불법행위는 크게 일반불법행위와 특수불법행위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성립요건 또한 상이하다. 전자의 경우에 있어서는 과실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50조에 의하여 성립한다. 그러므로 민법 제750조에 규정된 요건을 충족하는 행위, 즉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수불법행위는 일반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특별한 요건을 가한 것으로, 특수불법행위에는 일반불법행위와 같이 민법전 제3편 제5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제755조 내지 750조)와 이외에 특별법에 의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일반불법행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입법정책의 문제에 해당된다. 연혁적으로 살펴보면 프랑스의 통일적 규율주의와 독일의 다원적 규율주의로 대립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사회생활의 발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후자의 경우는 불법행위의 범위가 비교적 명료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자의 경우 하에서는 특별법으로 무과실책임법이 없는 경우 혹은 계약책임이 성립할 수 없는 경우에도 불법행위법상의 보호를 인정할 수 있는 여지는 널리 인정되나, 불법행위가 무한정으로 인정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불법행위의 성립범위를 정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민법 제750조는 통일적 규율주의를 취하고 있는 프랑스민법을 본받아 일반불법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하고, 또한 민법 제753조에 따라서 불법행위를 한 가해자는 책임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일반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 첫째로 가해자의 고의·과실, 둘째로 가해행위의 위법성, 셋째로 가해자의 책임능력, 넷째로 가해행위에 의한 손해의 발생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불법행위에 있어서 고의·과실론을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Ⅰ. 불법행위책임으로의 과실책임주의

     

    1. 과실책임주의의 사상적 배경

     

    근대시민사회에서 불법행위책임은 과실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손해가 발생하여도 가해자에게 고의·과실이 없는 한, 배상책임이 생기지 않는다는 과실책임주의는 법사상적으로는 이성을 존중하는 근대자연법론의 이론적 뒷받침과 이성중시의 근대철학의 사상적 배경을 근거로 한다. 즉 모든 인간은 자유로운 의사를 가지며 자유로운 의사만이 자기를 법적으로 구속한다는 근대의사주의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과실책임주의는 법적인격의 자유, 사적소유권의 절대성, 계약자유의 원칙과 나란히 근대사법의 기본원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는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크게 요구되는 근대에 과실책임주의는 가해자가 통상인으로서 필요로 하는 주의를 다하기만 하면 자기에게 책임 없는 행위에 의해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을 막아서 배상의 두려움이 없이 적극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과실없으면 책임 없다” 또는 “손해배상책임은 손해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실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원칙이 승인되기에 이르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근대자연법론은 불법행위의 발전 특히 결과책임주의에서 과실책임주의로의 전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자연법론의 영향으로 과실책임주의는 입법적으로는 프로이센보통법(ALR), 오스트리아민법(ABGB), 프랑스민법(Code Civil)에서 확립되었다. 과실책임주의는 칸트의 인격존중의 사상, 특히 자유의 개념, 사비니의 행위론에서의 의사주의, 예링의 로마법의 연구에 힘입어 이론적으로 심화발전되었다. 19세기의 고전적인 법치국가는 본질적으로 칸트의 형식적인 자유의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개인은 근원적으로 이성을 갖고 이에 따라 행동할 자유를 갖고 있다. 그 자유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법은 모든 사람 각자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자유와 충돌하는 한에서 간섭하게 된다. 반대로 각자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기의 자유의 전개권을 갖는다. 손해배상은 바로 이러한 자유의 남용에 대한 제재의 위협으로 작용하게 된다. 바로 과실책임주의는 이러한 칸트의 자유에 대한 책임이론의 법적 표현이다.사비니는 의사주의에 기초하여 과실책임주의를 수립하였다. 사비니는 채권의 발생원인을 하나는 계약, 다른 하나는 불법행위로 구분하고 그 이외의 채권발생원인을 부인하였다. 그리고 의사의 힘에 의하여 각 사람은 자기의 자유영역을 결정하게 된다. 계약은 자유의 활용에 관한 이론이고, 불법행위는 자유의 남용을 그 대상으로 한다. 바로 의사의 힘의 남용이 불법행위이다. 그러므로 이 의사의 힘의 남용은 자기의 과책에 기초함으로 과실책임주의를 체계화하였다. 그러나 사비니는 의사주의의 도그마와 법의 목적성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제도의 사회적 기능은 무시하였다. 즉 역사적·개념법학적 방법론은 로마법의 역사와 해석론에 집착하게 하였고 사회현상을 고려한 실질적인 문제해결은 등한시 하였다. 예링은 그의 저서 “로마사법에서의 귀책원인”에서 손해배상책임은 손해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실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하였다. 특히 그는 로마법상의 culpa주의를 근대적 의미의 과실개념으로 정립시켰다. 그러나 예링은 로마법학자로서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주관적인 의사의 책임에서 과실의 개념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즉 주관적 과실개념이 보통법학의 원칙임을 확인한 것이다. 그 후 자유경제체제의 확립과 함께 자본주의가 발달됨에 따라 객관적인 의미의 새로운 과실개념이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2. 사적자치의 원칙과 과실책임주의

     

    현행법의 모든 기본원칙들은 법인격자인 모든 개인에게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요구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요구는 법인격자인 인간을 법의 중심으로 삼게 되었다. 법인격자인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의 전제를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 정의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다음 두 가지의 법적 원칙만을 인정할 수 있다. 하나는 민주주의 원칙이고, 또 하나는 사적자치의 원칙이다. 사적자치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에 기인한다. 따라서 중세 봉건적 신분제적 원칙은 그 형태여하를 막론하고 평등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사적자치는 인간의 자기결정 및 자기책임의 원칙에서 유래된 기본원칙으로서, 개인이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법률관계를 스스로 형성하는 것이다.이와 같이 개인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존중되는 사상아래에서는 개인의 의사에 기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손해를 준 경우에도 가해자가 그 결과발생을 인식하고 의욕하였든가, 또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데에 대해서 과실이 있든가 하는 경우에만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것이 과실책임주의이다. 즉 과실책임주의는 논리적으로 사적자치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이해득실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자유로 방임해 두고 국가의 간섭을 배격하는 것이 사적자치이다. 즉 경제상의 자유경쟁주의 내지 자유방임주의를 법적으로 표현한 것이 사적자치의 원칙이다. 사람들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자유롭게 경쟁한다. 이 경쟁에서 실패한 자, 말하자면 손해를 입은 자가 반드시 생겨난다. 이 경우 경쟁에서 이긴 자가 이 손해를 배상하게 되면, 개인은 창의의욕을 잃고 따라서 경쟁하는 사람이 없게 되며, 경제활동은 위축되어서 사회는 발전을 기할 수 없게 된다. 불법행위제도가 사람의 활동의 자유에 대한 하나의 한계를 긋고 있는 것이라면, 이 한계의 기준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명확성이 요구되며, 자유경쟁 속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경우에도 자기가 비난받을 사유가 없는 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는 일이 없어야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은 자기의 행동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넘지 않는 한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망에 부응하기 위하여 민법에서는 형법이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며 어떻게 처벌되는가를 모두 법률에 의하여 미리 정해져야 한다는 소위 죄형법정주의를 채용한데 대응하여, 과실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과실책임주의를 채용하게 된 것이다. 요컨대 과실책임주의 아래에서는 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지게 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누구든지 자기의 행동의 한계를 넘지 않는 한 얼마든지 자유롭게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사적자치의 원칙이 효력이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실책임주의를 필요로 한다. 말하자면 사적자치의 원칙이 적극적으로 개인의 자유활동을 신장시키는 것이라면, 과실책임주의는 사람의 자유로운 활동의 한계를 그어줌으로써 사적자치의 원칙을 이면에서 보장해 주는 것이다.

     

    3. 과실책임주의의 존재의의

     

    로마법에서는 고전기부터 과실(culpa)의 개념이 명확해지고 유스티아누스황제시대인 제법기에는 culpa주의가 불법행위의 원리로 확립되어 이것의 계수에 의하여 과실책임주의는 근대민법의 원칙으로 되었다. 1794년 프로이센보통법(ALR)에 과실의 경중에 따라 배상책임의 범위를 달리하고는 있으나, 주관적인 요건으로서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하며 있으며, 1804년 프랑스민법(Code Civil)은 “타인에게 손해를 주는 모든 인간의 행위는 그 과실로 인하여손해를 생기게 한 자로 하여금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지운다”(프랑스민법 제1381조)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누구든지 그 행위뿐만 아니라 그 나태 또는 부주의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제1383조)고 규정하여 과실책임주의를 취하고 있다. 1900년의 독일민법(BGB) 제823조에서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타인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소유권 또는 기타의 권리를 위법하게 침해한 자는 이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1881년의 스위스채무법 제41조에 “타인에게 위법하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것이 고의에 의하거나 과실에 의하거나 묻지 않고 그 타인에게 배상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불법행위에 관하여 과실책임주의에 입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민법도 제750조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 규정은 위법행위를 한 자 자신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자기책임의 원칙과, 그 자에게 고의·과실이 없으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과실책임주의를 선언한 것이다. 자기책임의 원칙이란 모든 개인은 타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원칙으로서, 이를 개인책임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개인이 자기의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자기책임의 원칙은 신분지배에서 해방된 근대시민법에서 개인의 의사를 소중히 여겨 모든 개인을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는데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자기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의 행위가 있어야 하며, 자기의 행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는 경우의 행위는 판단능력이 있는 자의 의식있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불법행위에서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는 의식있는 행위에 의하여 위법한 결과가 발생한 때이지만, 의식있는 행위자가 위법한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려면, 그 행위자에게 고의·과실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자기책임의 원칙은 과실책임의 원칙과 밀접한 관계가 있게 되고, 자기책임의 원칙은 당연히 과실책임의 원칙을 전제로 한 것이 된다. 과실책임주의는 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누구든지 보통·일반의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주의를 하였다면 책임을 지게 될 염려가 없게 된다. 그리하여 개인에게 가능한 넓은 자유의 영역을 허용하여 자유활동 내지 자유경쟁을 보장하여 주었다.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은 근대시민사회가 발전하는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상과 부합하여 기업을 크게 발전시켜 눈부신 자본주의경제의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과실책임주의는 “잘못이 있는 때에만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자연법이며, 정의의 요구에 부합하여서 도덕적 가치도 갖는다. 나아가 개인의 자유, 책임주체성 및 사회적분별력을 승인하는 것으로서 사회의 근본제도로서의 존재의의를 갖는 것이다.

     

    Ⅱ. 과실책임의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고의·과실

     

    1. 귀책의 근거로서의 고의·과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였는바, 전통적 2원설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은 과실책임의 주관적 요건으로 보고, 가해행위의 위법성은 객관적 요건으로 다룬다. 여기에서 과실책임주의라는 경우의 ‘과실’은 고의를 포함한 넓은 뜻을 가진다. 그것은 비난성의 정도에서 고의보다 작은 과실만 존재하면 불법행위는 성립하기 때문에 민법에서는 고의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과실을 논하는 것이다. 한편, 형법에서는 고의만을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과실은 처벌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과실은 규정에 있는 때에 한하여서만 예외적으로 처벌받게 된다. 이와 같이 형법에서는 고의와 과실이 구별실익이 있기 때문에 고의와 과실의 한계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민법에서는 고의와 과실을 동일하게 취급하여 항상 민사책임으로서 손해배상을 하게 한다. 형법과 민법이 각각 고의와 과실을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그 목적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하겠다. 즉 형법은 행위자의 국가·사회에 대한 책임을 문제로 하며 주관적 사정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주로 고의만이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하여 민법은 피해자의 손해를 전보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발생한 손해를 공평하게 분담시키려는 것인즉, 손해의 발생이 고의에 의하였느냐 과실에 의하였느냐는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행위가 성립한 후에, 그 효과로서 손해배상을 할 때에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과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는 손해배상의 범위나 배상액의 산정에 양자의 차이가 있으므로, 고의와 과실을 이론적으로 구별할 필요기 있게 되는 것이다. 고의와 과실의 구별에 있어 비교법적으로 검토할 실익이 있는 입법으로는 독일민법과 영미의 불법행위법, 그리고 오스트리아 민법이 있다. 이러한 입법들은 우리 민법과는 그 입법체계가 다르고, 현행 우리 민법에 있어서 해석론상의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은 있으나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독일민법에 있어서는 양속위반으로 이한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오로지 고의에 의한 경우에만 성립하고, 과실에 의해서는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미의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고의에 불법행위와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엄격히 구분된다.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실손해의 전보 이외에 명목적 손해배상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다. 그러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손해배상의 범위에 있어서도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가해행위와 예견가능한 근접원인관계에 있는 손해만을 배상하면 족하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예견치 못한 손해까지도 포함하여 발생한 손해의 전부에 대하여 배상하여야 한다.오스트리아 민법은 고의 및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와 기타 경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규정하고, 양자의 손해배상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즉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완전배상을, 기타 경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실손해의 배상을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2. 고의의 의의

     

    고의라 함은 가해자가 자기의 행위가 위법인 결과를 발생하리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여 감히 행위를 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그런데 학설은 고의를 일정한 결과발생의 의욕, 즉 일정한 결과를 발생케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새기는 견해(의사주의)와 그러한 의사가 없더라도 일정한 결과발생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그것을 용인하여행위를 하는 때에는 고의를 인정하는 견해(관념주의)로 나누어진다.의사주의냐 관념주의냐 하는 문제는 고의와 과실을 구별하는데 필요한 이론이다. 구별실익은 미필적고의가 고의에 속하느냐 과실에 속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민법에서는 미필적고의와 인식있는 과실이 결과발생의 인용의 유무에 따라서 구별되나, 형법에서와 같이 원칙으로 고의만을 벌하고 예외로 과실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고, 고의와 과실을 구별하지 않음으로써 고의가 없어도 과실로써 불법행위가 성립하므로 논할 실익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오늘날에는 일정한 결과를 발생케 하려는 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위법한 결과인 발생을 인식하면 족하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관념주의가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한편 고의에는 일정한 결과의 발생이라는 사실의 인식 외에, 그것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까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느냐가 문제이다. 학설은 타인에게 손해를 주게 될 것이라는 것을 가해자가 인식했으면 고의가 성립하고, 그 가해가 위법인가의 여부에 대해서 주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하는 견해가 통설의 입장이다.이에 대하여 위법의 인식이 없을 때에는 가해자의 의사의 비난가능성이 약하다고 해서, 고의의 성립에는 위법의 인식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견해가 있다. 또 가해자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객관적으로도 위법행위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위법의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가해자에게는 적어도 과실은 있겠다고 하면서,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 고의와 과실을 구별하지 않는 오늘날의 통설의 입장에서는 한, 위법의 인식이 없는 경우를 고의라고 하든 과실이라고 하든 어느 쪽이든지 간에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니까 고의와 과실의 한계를 정하는 요건으로서 위법의 인식유무를 논할 실익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생각건대 고의의 요건으로서 위법의 인식이 필요하느냐의 문제는 주로 형법에서 논의되고 민법의 해석론으로서는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나라 학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불법행위에서의 고의는 위법의 인식이 없이 정당한 행위라고 확신하였더라도, 객관적으로 위법이라고 평가되는 사실이 발생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정당하다.

     

    3. 착오와 고의

     

    의욕에 의하여 어떤 행위를 하는 경우라도 할지라도 행위자가 착오로 그 특성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는 구성요건의 요소에 관한 필요한 인식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착오에 의하여 어떤 행위를 의욕적으로 하더라도 고의가 되지 않는다. 가령 사냥꾼이 노루로 생각하고 사람에게 총을 손 경우, 자기의 나무라고 알고 타인의 나무를 절단한 경우, 자동차운전자가 속도표지판을 보지 못하고 속도를 낸 경우에는 고의라고 할 수 없다. 행위자가 착오로 위법성을 조각하는 사정, 즉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조건이 존재한다고 믿은 경우에는 적극적 구성요건의 특징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와 같이 취급된다. 예컨대 집주인이 밤늦게 담을 넘어 들어오는 하숙생을 도둑으로 오인하고 쳐서 넘어뜨린 경우에는 인식착오가 되어 고의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인식착오에서는 구성요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이외에 역시 필연적으로 법질서에 대한 반항이나 사적법익의 무시에도 인식이 존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 금지의 착오의 경우, 즉 행위자가 구성요건간의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행위가 금지되지 않고 허용된다고 믿은 경우에는 행위자가 의욕적으로 혹은 인식을 가지고 행위를 한다.다만 금지의 착오에서는 법질서에 대한 반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령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경과한 후에 임대인으로부터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고 실력으로 임대차목적물을 탈취하는 경우에는 금지착오가 성립한다. 물론 금지착오에 의한 고의는 악의고의는 되지 않고, 단지 단순고의가 될 수 있다. 단순고의에 불과한 금지착오에 의한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고의에 의한 책임이 인정되는가에 대해서 두 가지 입장이 있다. 고의설에 의하면 법률착오는 고의를 배제하고, 과실설을 따르면 과실에 의한 금지착오가 있다고 하더라도 고의로 된다고 한다. 예컨대 의사가 의료행위시 과실로 설명에 대한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고 수술의 위험성에 대하여 설명하지 않고 수술한 경우에 고의설에 의하면 신체장애에 대한 고의가 되고, 과실설에 의하면 단지 과실이 된다.

     

    4. 미필적 고의와 인식있는 과실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은 인식하면서 용인하여 감히 행위를 하는 의사를 미필적 고의라고 한다. 이것은 인식있는 과실과 경계를 정하는 것이다. 인식있는 과실은 보통의 사정아래에서는 일정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 자기의 능력·기술 등으로 그러한 결과의 발생을 피할 수 있다고 믿고서 행위한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좁은 골목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에 차를 몰고 들어간 사람이 아이들에게 접촉하여 부상을 입힐 가능성을 예견하였는데, 만약의 경우 접촉하여 부상을 입혀도 좋다고 인용하고 그대로 자동차를 몰아서 아이들을 다치게 한 경우에는 ‘미필적고의’이며, 자기의 운전기술로 보아서는 피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몰았으나, 아이들을 차에서 다치게 한 경우에는 ‘인식있는 과실’이다. 이와 같이 미필적고의와 인식있는 과실의 개념상 구별실익이 크다. 그러나 민법이론에서 통설은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 고의․과실을 구별하지 않음으로 미필적고의와 인식있는 과실의 구별도 사법에서는 별로 실익이 없다는 견해가 있다.이에 대해서 고의책임을 독립한 귀책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견해에서는 일정한 결과가 발생할는지도 모르겠다는 인식을 하면서 위법인 결과가 발생한다면 발생해도 괜찮다고 용인한 의사, 즉 미필적고의는 강한 비난을 받을만하다는 것이다. 한편 위법인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믿고 행위한 경우, 즉 인식있는 과실의 예에서는 가해자는 위법인 결과발생을 인용했던 것이 아니라서 그 ‘의사’의 악성은 그다지 강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한다.

     

    5. 과실의 의의

     

    과실개념에 대하여 먼저 유의하여야 할 것은, 과실책임주의라는 경우의 ‘과실’은 고의도 포함한 넓은 의미를 가지며, 행위자의 의사에 비난할 점이 있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지금부터 설명하는 과실은 고의와는 구별되는 좁은 의미의 과실이다. 그것은 부주의, 즉 주의를 게을리 하는 것을 말한다. 종래부터 전통적인 해석에 의한 과실이라 함은 자기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그것을 알지 못하고 어떤 행위를 하는 심리상태라고 말하고, 이것이 통설의 입장이다.이처럼 과실은 심리행태, 즉 인간의사의 존재형식과 관련을 맺음으로써 의사를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귀책근거)로 삼고, 이것은 사적자치의 기본인 의사주의의 불법행위에서의 발현형태로 파악한 것이라고 한다. 이와는 달리 과실이란 어느 상황 아래서는 일정한 행위(작위 또는 부작위)를 했어야 하는데도 그것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행위의무의 위반 또는 객관적인 결과회피의무위반행위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으며, 이것이 판례의 입장이다.과실이라는 것은 심리상태로 볼 것인지 아니면 “주의=행위”의무위반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인 바, 전자의 견해에 따르면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예견하지 않았다는 것”을 과실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행위의무(작위의무 또는 부작위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후자, 즉 과실을 하나의 행위의무의 위반이라고 보는 견해에 따른다면 “결과의 발생을 회피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 회피의무가 있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정당시되는 한도에서 그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곧 과실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양설에는 두 가지 차이가. 있다. 즉 주의의 대상은 “결과의 예견” 이냐 아니면 “결과의 회피”이냐 하는 것이 문제인 동시에, 주의의 내용은 심리상태이냐 행위의무이냐의 문제에 귀착된다. 생각건대 불법행위의 일반규정은 민법 제750조뿐이며 천태만상의 불법행위사건에 손해배상이란 법적보호를 하기 위해서는 그 각 요건을 될 수 있는 한, 법관의 재량에 의하여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에 민법 제750조에서 말하는 ‘고의’란 하나의 사회적 사실(어떤 결과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므로 법관의 재량의 여지가 없다. 과실을 고의와 마찬가지로 심리상태로서 행위자의 내심적 사실(주의력이 산만해서 결과를 인식하지 못했던 사실)이라고 한다면 불법행위를 인정하여 손해배상을 명할 것인가의 여부에 대한 이익형량을 가능하게 하는 요건이 없어져버린다. 이리하여 이 과실을 심리상태라는 사실개념이 아니고 행위의무위반이라고 함으로써 규범적 개념으로 변용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법관의 재량에 의하여 ‘의무’를 설정하거나 하지 않거나를 할 수 있고, 또 설정한 의무의 내용을 법관이 자기의 재량에 의하여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각 구체적인 사건에서 각각 행위의무를 설정한다는 방법을 통해서 적절한 불법행위법상 보호를 충분히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견해에 의하면 과실은 결과회피를 하기 위한 행위의무를 위반한 것이라야 할 것이다. 특히 후술하는 바와 같이 이 설이 객관적 과실을 전제로 해서 가해자의 개인적인 의사가 어떤 것인지에 관계없이, 과실의 판단기준이 정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법률개념으로서는 심리상태라는 용어는 부적당하다 할 것이다.

     

    6. 추상적 과실과 구체적 과실

     

    과실은 누구를 기준으로 하는가에 따라서 추상적 과실과 구체적 과실로 구분할 수 있다. 추상적 과실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즉 가해자가 속한 직업, 지위 등 같은 입장에 있는 일반 표준인 혹은 합리인으로서 필요한 주의의무를 해태하여 성립하는 과실을 가리키고, 구체적 과실은 “자기재산을 위한 경우와 동일한 주의의무”, 즉 구체적으로 개인의 일상 평균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인정되는 과실을 의미한다.그 구별의 기준에 관하여 몇 개의 견해가 있다. 첫째로, 보통의 견해에서는 추상적 과실을 일반인·통상인 기준으로 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이고, 구체적 과실은 구체적으로 그 본인의 능력을 기준으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이라 한다. 그러므로 구체적 과실은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게 되어, 통상인과 같은 정도의 주의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추상적과실과 일치하지만, 통상인보다 주의력이 모자라는 사람이면 추상적 과실보다 그 정도가 낮게 된다. 이에 반하여 통상인보다 주의력이 뛰어난 사람, 예컨대 의사 등이면 추상적 과실보다 정도가 높게 될 것 같지만, 보통 구체적 과실은 추상적 과실은 추상적 과실을 경감하기 위하여 끌어내는 것이며, 의사와 같은 전문인에게 통상인보다 무거운 책임을 가하는 것도 타당치 않다고 생각되므로 추상적 과실보다 더 무겁게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주의의무를 정도를 객관적으로 생각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는 것이 추상적 과실이고, 자기의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는 것이 구체적 과실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예컨대 실화의 경우에, 자기의 물건만이라면 어느 것을 먼저 가지고 나가도 되나, 타인의 물건을 유상으로 맡아 있으면 그것을 먼저 가지고 나가야 하고(695조), 자기의 물건을 먼저 가지고 나간다면 그 타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마지막 셋째로는 이 양자를 결합하여 그 본인으로부터 자기의 사무를 처리함에 통상 사용하고 있는 주의를 게을리 하는 것이 구체적 과실이라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구체적 과실의 본래의 의미는 첫 번째 견해에서 서는 것이나, 그것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둘째 또는 셋째의 견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피해자에게 생긴 전보가 중점이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통상인으로서의 주의력을 가해자에게 요구하여, 추상적 과실이 있으면 손해배상책임이 생긴다고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추상적 과실은 과실의 기준을 구체적 개인과는 별개로서 추상적·일반적으로 상정된 통상인의 주의의무에서 구한다.불법행위에서는 보통 추상적 과실이 문제가 되며, 추상적 과실의 객관화에 보다 잘 부합되는 특징이 있다.

     

    7. 경과실과 중과실

     

    과실은 주의의무의 위반정도에 따라서 경과실과 중과실로 나눌 수 있다. 경과실은 주의의무를 약간 해태한 경우에 인정되고, 중과실은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해태한 경우에 인정된다. 가령 주의를 약간만 기울이면 결과발생을 용이하게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그 주의를 다하지 않은 경우와 같이 주의의무를 해태한 정도가 현저하여 특히 비난을 받을 만한 경우에 중과실이 인정된다.다만 어떤 과실이 경과실인가 중과실인가에 대하여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기는 곤란하고,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경과실인가 중과실인가를 판단하여야 한다. 보통 불법행위에서 과실이라고 하면 경과실만을 의미하며, 중과실은 불법행위적으로 실화책임에서만 고려가 된다. 실화자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경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된다. 판례에는 도난사고에 있어 그 물건의 보관관리책임자의 중과실이 문제된 경우에, 민법·상법 등 사법상에 있어서의 “중과실”이라 함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현저히 결여함을 말하고, 타인의 물건을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보관 관리할 책임있는 자에게 제1차적으로 또는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주의라 함은 부패방지·도난방지·실화방지에 관한 주의인바, 그와 같은 주의를 조금도 한 바가 없으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이 있다.그러나 중과실도 불법행위의 유형별로 그 내용이 정해져야 할 것이며, 위의 판결은 바로 실화책임의 경우의 중과실에 적용하여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Ⅲ. 고의·과실 관련 제이론

     

    1. 과실여부 결정에 대한 객관설과 주관설

     

    과실여부에 대한 인정에 관하여는 우선 과실을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일반인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결정하는가, 주관적으로 특정인의 가능한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결정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객관설에 의하면 행위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일반인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전형적으로 결정한다는 입장이다.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의 입장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의 과실은 “과실이라 함은 통상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하여 마땅히 해야 할 주의를 태만히 하였거나 또는 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그와 같이 하지 아니한 것이 불가항력이었다면 거기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객관설과 같다.주관설에 의하면 행위자의 주관적·개별적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과실여부를 결정한다.즉 주관설은 과실을 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유책성)으로 파악하면서, 일정한 지식과 능력을 가진 개인이 일정한 상황 하에서 발생 가능한 결과나 그의 형태의 불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한 것으로 파악한다.예컨대, 시골에 있는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의 과실이 있는가 하는 여부는, 경험이 별로 없고 시설이 미비한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의 능력에 따른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이 주관적 과실설이고, 주사행위에 대한 의사의 과실여부를 의료행위에 종사하는 평균적·합리적 의사로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입장이 객관적 과실설이다. 형법과는 달리 불법행위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비난가능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민법에서는 거래상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객관적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를 과실이라고 한다. 보통 객관적 과실 기준은 특정한 직업이나 위험영역에 의하여 정형화되고, 어떤 거래영역에 참가하는가에 따라서 주의의무가 가중되기도 하고 경감되기도 한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같은 직업에 있는 정상적인 직업동료가 베푸는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다만 정상적인 직업동료의 주의의무란 항상 그 분야에 종사하는 일반인으로부터 정상적인 사정 하에 기대되는 주의의무를 의미하지 않고, 그 일반인이 야기된 특별한 사정 하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예컨대 비행기에서 우연히 응급상태에 있는 환자를 돌보는 의사에 대하여 통상적으로 의사에게 필요한 정상적인 사정하에서의 주의의무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며 그로 인해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역시 특별한 위험영역에 따라서 과실기준이 형성되기도 한다. 가령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여 가능한 위험을 통제하고 위험이 실행되거나 확대대지 않도록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평균적 기능이나 지식을 초과하는 특별한 개인적 능력을 지니고 거래에 참가한 사람이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과실로 된다. 예컨대 썩은 나뭇가지가 甲의 정원에 있는 고목으로부터 부러져 그 밑에 주차된 乙의 자동차로 떨어진 경우에, 만일 甲이 나무에 대한 전문가로서 사고를 미리 예견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하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특별한 능력이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가중시킨다고 하면, 개인적 무능력을 면책사유로 인정된다고 하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 무능력이 면책사유로 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는 두 가지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주관설은 신체적 혹은 정신적 무능력에 기하여 요구되는 주의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은 가해자는 면책된다고 보고, 객관설(통설)은 거래에 참가한 사람은 누구나 거기에서 기대되는 평균적 주의능력을 지녀야 하고, 만일 평균인으로부터 기대되는 주의의무를 해태하면 과실이 된다고 본다.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대하여는 예외가 있다. 노인이나 어린이에 대하여도 정상적 주의능력을 요구할 수는 없다. 노인에 대하여는 특별한 고려를 하여야 하고, 어린이는 반복되는 시도와 착오를 통하여 기능이나 지식을 익히고 배우기 위한 자유영역이 필요하다고 하는 시실을 배려하여야 한다. 가령 11세의 초등학교 학생에게 불법행위능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책임은 그 연령에 따른 전형적 주의의무에 해태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고, 그 과실여부를 성인을 기준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2. 책임능력의 유무

     

    민법은 미성년자가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제753조) 및 심신상실자의 행위(제754조)”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책임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명제를 도출하고 있다. 책임능력이라 함은 책임변식능력으로서 가해행위가 도덕상 부정한 행위인 것을 변식하는 지능으로는 부족하고, 가해행위의 법률상의 책임을 변식을 의미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즉 자기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인식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결과가 위법한 것으로 법률상 비난받는 것임을 인식하는 정신능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가해행위 당시에 그것을 인식하였느냐는 문제되지 않으며, 가해행위를 할 때에 그것을 인식할 수 있었느냐가 문제된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변식지능이란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판단에서 행위자인 미성년자의 개인적인 능력보다도 어떠한 손해와 관련하여 사회가 미성년자에게 어떠한 주의의무를 부과할 것인가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력한 견해가 있다.그리고 우리 민법은 과실책임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한다(제750). 그런데 가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책임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가해자가 책임을 변식할 능력이 없어서 가해행위를 회피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책임능력 없는 곳에는 고의·과실이 없는 것으로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다음과 같이 의문을 낳게 한다. “과실”이 가해행위자의 능력과 관계가 없는 일반통상인의 능력을 기준으로 한 객관적인 행위의무의 위반이라는 것은 통설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우선 불법이라고 평가되는 “행위”가 있지 않으면 안 되므로, 어떤 자연인의 작위·부작위의 동작이 ‘목적적 행위’라야 되며, 따라서 목적의사활동능력이 당연히 전제가 된다. 그러나 이 능력은 법문상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제753조)’은 아니다. 책임능력은 목적을 설정하여 외계를 의사지배할 능력이 아니고, 그렇게 하는데 대한 가치판단의 능력이며, 더욱이 그것은 도덕적·사회윤리적인 가치판단이 아니라 법적 가치판단이다. 즉 ‘위법성인식능력’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통설에 의하더라고 그 이론적인 귀결로서 책임무능력자라 할 지라도 ‘고의·과실’은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또한 공작물책임에서의 소유자와 같이 무과실책임을 지는 자(제758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는 책임능력을 불요로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사용자책임(제756조 제1항)이나 책임무능력자의 감독자책임(제755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의 책임 등에서는 책임능력을 불요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책임능력과 객관적 과실의 관계에 대하여 통설과 판례는 불법행위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은 통상인·표준인의 주의능력을 기준으로 한 객관적 과실로 보는데 대하여, 책임능력은 특정한 가해자에 대하여 행위 당시를 표준으로 하여서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능력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정하고 있다. 유력설은 이것을 모순이라 하고, 의사에 대한 비난을 기초로 하는 불법행위에서 책임능력을 전제로 하는 한,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도 개별적인 구체적 과실로 이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통설의 생각은 개별적으로 판단해서 법적인 규범의식을 갖지 않은 자에게는 책임을 지우지 않지만, 일단 규범의식을 갖고 판단하는 자에 대해서는 똑같이 표준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것이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공평한 조정으로서 타당하다는 것이다.

     

    3. 고의책임과 과실책임

     

    (가) 민법에서의 고의와 과실의 실제상 차이

     

    통설은 불법행위법상 고의와 과실을 구별하는 것은 그다지 실익이 없는 의론이라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고의와 과실이 실제상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한다. 첫째로, 손해배상의 범위가 고의인지 과실인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고의의 경우에는 과실의 경우보다도 특별사정에 의한 손해를 배상할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예컨대 피해자에게는 특별히 애착이 있는 기념품을 고의로 훼손했을 때에, 피해자는 고의의 가해자에 대해서 특별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로, 손해배상, 특히 위자료의 산정에서 가해행위가 고의로 행해졌을 경우에는 과실의 경우보다도 다액의 배상액이 산정되어야 한다고 한다.또한 과실상계에 대해서도 가해자에게 고의가 있는 때에는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더라고 이 과실이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셋째로, 고의행위의 경우에만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불법행위유형이 있다.따라서 과실있는 침해행위의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아닌 경우가 있다. 예컨대 채권침해 또는 그와 관련하여 제3자의 담보권침해 등에서 볼 수 있는 바, 이와 같이 제3자가 간접적 피해자로 되는 불법행위유형에서는 고의를 요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 대하여 통설은 형사책임에서와 같은 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마치 과실에서 중과실과 경과실과의 사이에 비난성에 대해서 정도의 차이가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의와 과실의 비난성에 대한 정도의 차이의 문제라고 이해하고 있다.

     

    (나) 독립의 불법행위유형으로서의 고의책임

     

    통설이 불법행위의 요건으로서 고의와 과실을 특별히 구별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고의불법행위와 과실불법행위를 이론상 개별의 불법행위유형이라고 하고 각각 별개의 책임원리, 요건, 효과를 인정하려는 학설이 있다. 김주수 교수는 고의불법행위의 귀책근거는 ‘의사의 긴장’을 매개로 한 의사책임인데 대하여, 과실불법행위의 귀책근거는 의사책임이 아니라 다른 데서 구하여야 한다고 한다. 즉 과실이 있다는 것은 통상의 평균인이 하여야 할 행위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에, 피해자 측에서는 가해자가 되는 행위자와 접촉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가 그 상황 하에서는 통상의 평균인과 같은 행위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신뢰가 없으면, 사회생활은 원만하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각자는 다른 사회구성원이 그 행위의무를 지킬 것이라는 것에 대한 신뢰에 배반당했을 때에, “과실있는 불법행위”가 있는 것으로 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과실있는 불법행위’의 귀책근거는 ‘신뢰의 원칙’이라 한다.서광민 교수는 불법행위를 ‘비난가능형 불법행위’와 ‘위험원지배형 불법행위’로 구분하여 그 귀책법리와 귀책구조를 검토하고 있다.여기서 ‘비난가능형 불법행위’는 비난 가능한 행위, 즉 위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야기하는 유형의 불법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에 포섭될 수 있는 불법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다시 ‘행위자비난가능형 불법행위’와 ‘행위비난가능형 불법행위’로 구분된다. 전자는 고의불법행위로서 비난가능한 행위, 즉 위반행위를 한 행위자를 개인적으로도 비난할 수 있는 경우로서 유책성책임이고, 후자는 과실불법행위로서 그 행위가 위법행위이기는 하지만 그 행위를 개인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경우로서 과실책임이라고 한다. 한편 ‘위험원지배형 불법행위’는 일정한 위험원의 운행 내지 경영에 완전방지 불가능한 손해발생의 추상적 위험이 내재하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회적 유용성 때문에 그러한 활동이 허용된 경우, 그러한 위험이 현실화하여 손해를 야기하는 유형의 불법행위로서 엄격한 의미에서는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는 유형의 불법행위라고 한다. 이는 위험책임으로 과실책임에 대한 예외적인 책임으로 파악하지 않고, 위험원지배형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원칙의 한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의 Wiethölter 교수는 불법행위책임의 유형을 고의책임과 과실책임과 위험책임으로 나눈다.여기서 고의책임은 불법손해에 대한 책임능력있는 행위자의 유책한 책임이고 과실책임은 불법손해에 대한 책임능력있는 자의 무책한 책임이다. 그리고 위험책임은 불운손해에 대한 무책한 책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입장은 종래의 고의책임과 과실책임을 하나로 묶어서 유책성책임으로 취급하여 오던 것을 과실책임을 분리시켜 위험책임과 유책성책임의 중간에 위치하는 독자적인 유형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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