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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제도
1. 불기소처분의 개념
검사의 수사종결처분의 종류는 크게 공소제기와 불기소처분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불기소처분이란 검사가 피의사건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수사종결처분을 말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체계에서 광의의 불기소처분은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명시된‘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각하’등의 협의의 불기소처분과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기초한 기소유예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협의의 불기소처분과 기소유예는 그 법적 성질의 관점에서 엄격하게 구분된다. 협의의 불기소처분은 객관적 범죄사실의 부존재, 증거불충분, 소송조건의 결여 등의 사유로 검사가 적법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을 때 내리는 소송종결의 형식을 말한다. 그런데 현행 형사소송법은 한편으로는 수사절차상의 수사강제(형사소송법 제195조)를 규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수사종결단계에서는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기소편의주의란, 객관적 혐의가 존재하고 법원에 의한 유죄판결의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정책적인 고려에서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것을 허용하는 절차상의 원칙을 말한다. 이러한 기소편의주의에 입각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의 구체적 방식을 기소유예라 한다(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 일반적으로 불기소처분은 공소제기를 위한 실체적 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사건에 대하여 수사단계에서 종결시킴으로써 무용한 절차진행을 방지하고 관련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불기소처분의 한 유형인 기소유예는 경미한 피의사실에 대한 절차적 비범죄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오늘날 세계 각국의 검찰실무에서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현행 형사소송법이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함에 따라 특정한 사건에 대한 기소,불기소의 여부에 대하여 검사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함에 따라 검사의 공소권행사에 대하여 적정한 법적용을 담보하고 불기소처분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고소인,고발인,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에 대한 통제가 아울러 요구되는 실정이다.
2. 협의의 불기소처분
형사소송법은 불기소처분의 종류를 규정해두지 않고 대신 불기소처분의 고지나 불기소이유의 고지 등에 관해서만 규정해두고 있다.1) 불기소처분의 종류와 그 구체적 개념은 법무부령인 제660호로 제정된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에 명시하고 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은 불기소처분의 종류로 기소유예(제69조 제3항 제1호),‘혐의없음'(동 제2호),‘죄가안됨'(동 제3호),‘공소권없음'(동 제4호),‘각하'(동 제4호)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에서 기소유예는 이미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 제1호의 규정내용은 동어반복을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협의의 불기소처분으로 의미 있는 유형으로는‘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각하'의 4 종류 뿐이다.‘혐의없음'이란 피의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범죄인정안됨’)와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는 경우(증거불충분)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죄가안됨'이란 피의사실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나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사유가 있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컨대 형식적으로 피의사실이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위법성조각사유 또는 책임조각사유가 있는 경우에는‘죄가안됨'의 처분을 한다.‘혐의없음'이나 ‘죄가안됨'은 모두 피의자의 혐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공소권없음'이란 형식적 소송조건이나 실체적 소송조건이 결여된 경우의 절차종결형식이다. 예컨대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통고처분이 이행된 경우, 사면이 있는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등이‘공소권없음'의 사유가 된다.‘각하'란 고소 또는 고발이 있는 사건에 혐의가 없거나 죄가 되지 않거나 공소권이 없는 경우의 절차종결형식이다. 다만,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 제4호에 의하면 “피고소ㆍ피고발인의 책임이 경미하고 수사와 소추할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어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각하'로써 절차를 종결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기소유예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책임이 경미한 경우에도 실체 형법의 가벌성은 충족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3. 기소유예의 의의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검사는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를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기소편의주의와 기소유예의 근거로 이해되고 있다. 법치국가원칙의 구성요소인 평등원칙을 고집하면, 가벌성이 인정되는 피의사건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여 불법을 심판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법현실에서 모든 사건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이 점에서 오늘날 선진국들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2) 미국의 경우 검사에게 광범위한 기소재량이 인정되고 있고, 독일 형사소송법은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적으로 규정하면서도 1924년의 에밍거명령(Emminger-Verordnung)을 통하여 형사소송법에 소추유예의 근거규정인 제153조를 신설한 이후 소추유예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3)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기소편의주의와 기소유예는 형사사법의 탄력적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기소유예를 통하여 경미한 가벌행위로 인한 범죄경력의 방지와 단기자유형의 폐해를 줄일 수 있고 이로써 절차법적인 비범죄화를 달성할 수 있다. 다른 한편, 기소유예제도는 법원에 의한 공식적인 책임선고와 형벌선고를 피하게 하는 다이버전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고, 이를 통하여 형벌체계 내에서 행위자에게 가장 부담이 적은 제재를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이른바 체계내재적 보충성원칙이 실천된다. 마지막으로 기소유예는 경미범죄에 대한 소추를 면제함으로써 형사사법기관으로 하여금 공판절차에서 중범죄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해줌으로써 형사사법의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
4. 재정신청제도
(1) 사인소추가 허용되지 않고 검사에게 기소를 독점시키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는 검사의 수사종결처분이 고소인이나 고발인 또는 피의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 점에서 검사의 위법,부당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장치가 요구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핵심적 통제장치로 간주되고 있는 재정신청제도를 살펴본다. 형사소송법 제260조 이하에 규정된 재정신청제도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는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재정신청에 따라 법원이 공소제기의 결정을 한 경우에 검사에게 공소제기를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2) 2007년 6월 21일자 개정 형사소송법을 통하여 한국의 재정신청제도는 그 기본적인 구조가 바뀌게 되었다. 개정 형사소송법 이전의 재정신청제도는 일본식의 재판상 준기소절차와 유사한 것이었다. 재판상 준기소절차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는 고소인이나 고발인의 재정신청에 의하여 고등법원이 심판에 부하는 결정을 한 경우에는 공소제기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법원이 변호사를 지정(지정변호사)하여 공소유지를 담당하게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반해 개정 형사소송법상의 재정신청제도는 독일 형사소송법상의 기소강제절차(Klageerzwingungsverfahren)와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기소강제절차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는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재정신청에 의하여 고등법원이 공소제기를 결정하여 검사로 하여금 공소제기를 강제하는 형태를 취한다. 따라서 2007년 6월 21일자 개정 형사소송법은 재정법원의 부심판결정에 기초한 공소제기의제와 공소유지변호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재정법원의 공소제기결정과 ‘검사'에 의한 공소제기를 핵심으로 한다. 그 밖에 2007년 6월 21일자 개정 형사소송법은 재정신청에 관련된 다양한 규정을 개정하거나 신설하였다. 그 주요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정신청 대상범죄를 고소사건에 국한하여 전면적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고발사건의 경우에는 형법 제123조부터 제125조의 죄(공무원의 직권남용죄 등)에 대하여 고발한 자 또는 특별법에서 재정신청의 대상으로 규정한 죄에 한하여 재정신청을 허용하게 되었다. 다만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고발사건은 재정신청의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고발사건에 대한 불기소처분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이 대검찰청에 대한 재항고를 통해 불복할 수 있게 하였다. 둘째, 개정 형사소송법은 재정신청이 전면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재정신청 남용의 폐해를 막고 고소인에게 재정신청 전 단계에서 신속한 권리구제의 기회를 부여하고 검사에게 자체적인 시정의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하여 검찰항고전치주의(형사소송법 제260조 제2항)를 원칙으로 채택하였다. 검찰항고전치주의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재정신청을 하려는 자는 먼저 검찰항고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셋째, 재정신청 남용으로 인한 피고소인의 지위 불안과 불이익 방지를 위하여 재정신청이 가능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재항고를 불허하고, 재정법원의 심사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였으며, 재정법원의 공소불제기 결정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불복을 불허하며, 재정법원의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하도록 하였고, 재정신청 사건 기록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열람.등사를 불허하며(형사소송법 제262조의2), 재정신청이 기각된 경우에 재정신청인에게 비용을 부담할 것을 명할 수 있게 하였다(동법 제262조의3).
(3) 한국의 형사소송법은 기소편의주의(형사소송법 제247조)를 채택하고 있고, 이에 근거하여 검사는 광범위한 기소재량권을 행사한다. 여기서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재량이 사법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경미한 재산범죄나 폭력범죄에 대해서까지도 재정신청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검사의 기소재량을 허용하면서도 재량에 따른 모든 기소유예처분에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경우에 적어도 개인적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에서는 현실적으로 검사의 기소유예의 재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불필요한 공소제기를 낳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서는 재량행위의 일반원리에 따라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한 경우에만 법원이 공소제기결정을 하도록 신중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경미한 범죄에 대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해서는 검사의 재량을 인정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문제는 현행 형사소송법 제247조가 검사의 기소유예의 기준으로‘형법 제51조의 사유’(즉 양형의 조건)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법성을 갖추어야 경미범죄로 볼 수 있는 지 그 판단기준이 불명확하다는데 있다. 이 문제는 결국 일반조항 형식으로 되어 있는 형사소송법 제247조의 규범내용을 상세하게 규정함으로써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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