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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2019. 12. 19. 선고 2016다24284 전원합의체 판결[공사대금]〈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
    전원합의체 2023. 12. 1. 19:09

     

    대법원 2019. 12. 19. 선고 2016다24284 전원합의체 판결[공사대금]〈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건축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될 당시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원상회복하는 것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 도급계약 해제에 따른 권리의무관계 / 이 경우 도급인이 지급하여야 할 미완성 건물에 대한 보수는 약정한 총공사비에 기성고 비율을 적용한 금액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기성고 비율을 산정하는 방법

    [2]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원칙적 무효) 및 채권양수인의 악의 또는 중과실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양도금지특약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하려는 자)

    【판결요지】

    [1] 건축공사도급계약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될 당시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원상회복하는 것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된다면, 해당 도급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하여만 실효되어 수급인은 해제한 상태 그대로 건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고 도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도받은 미완성 건물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는 권리의무관계가 성립한다. 이와 같은 경우 도급인이 지급하여야 할 미완성 건물에 대한 보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약정한 총공사비에 기성고 비율을 적용한 금액이 되는 것이지, 수급인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기준으로 할 것은 아니다. 이때의 기성고 비율은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 시점, 즉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할 당시를 기준으로 이미 완성된 부분에 들어간 공사비에다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들어갈 공사비를 합친 전체 공사비 가운데 완성된 부분에 들어간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산정하여 확정하여야 한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기성고 비율 산정에 관하여 특약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와 달리 산정할 수 있다.

    [2] [다수의견] (가)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449조 제1항). 그리고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449조 제2항).

    이처럼 당사자가 양도를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이하 ‘양도금지특약’이라고 한다)한 경우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한다.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에 채권양수인이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채권 이전의 효과가 생기지 아니한다. 반대로 양수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면 채권양도는 유효하게 되어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양도금지특약을 가지고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없다. 채권양수인의 악의 내지 중과실은 양도금지특약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하려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나)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 통설이고, 이와 견해를 같이하는 상당수의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재판실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법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이 당사자가 양도를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채권을 양도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것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하는 의미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법조문에서 ‘양도하지 못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양도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나아가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는 본문에 의하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가 무효로 됨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당연히 무효이지만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선의의 제3자에게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로 위 단서규정을 해석함이 문언 및 본문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다.

    ② 이처럼 해석하는 것이 지명채권의 본질과 특성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다.

    ③ 물권에 관하여는 물권법정주의에 따라 법이 규정하는 바에 의하여 물권의 종류와 내용이 정해지는 반면(민법 제185조), 채권관계에서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어 계약당사자는 원칙적으로 합의에 따라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그들 사이에 발생한 채권의 양도를 금지하는 특약을 하였다면 이는 채권의 내용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 속성을 이루는 것이어서 존중되어야 한다.

    ④ 계약당사자가 그들 사이에 발생한 채권을 양도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연히 허용되는 것인데, 민법에서 별도의 규정까지 두어 양도금지특약에 관하여 규율하는 것은 이러한 특약의 효력이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⑤ 채권은 이전되더라도 본래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함이 원칙이고 양도금지특약도 이러한 계약의 내용 중 하나에 속하므로, 원칙적으로 채무자는 지명채권의 양수인을 비롯하여 누구에게도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은 명문으로 이를 다시 확인한 규정이라 볼 수 있다.

    ⑥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경우 채권의 양도성이 상실되어 원칙적으로 채권양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악의의 양수인과의 관계에서 법률관계를 보다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기도 하다.

    ⑦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에 대한 압류나 전부가 허용되는 것은 양도금지특약의 법적 성질과 상관없이 민사집행법에서 압류금지재산을 열거적으로 규정한 데에 따른 반사적 결과에 불과하다. 나아가 양수인이 악의라고 하더라도 전득자가 선의인 경우 채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은 채권의 양도성을 제한하려는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의 취지를 중시하여 제3자의 범위를 넓힌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⑧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제고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 하더라도 이는 대부분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해석이 아닌 법규정을 통해 달성되고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문언상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이 부인된다는 의미가 도출되는 민법 제449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를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는 새로운 해석을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정희의 반대의견] 채권자와 채무자의 양도금지특약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권을 양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채권자가 이 약속을 위반하여 채권을 양도하면 채권자가 그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을 넘어서서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채권양도에 따른 법률효과까지 부정할 근거가 없다. 채권양도에 따라 채권은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이고, 채권양도의 당사자가 아닌 채무자의 의사에 따라 채권양도의 효력이 좌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양수인이 채무자에게 채무 이행을 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양도인이 아닌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진다고 보아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양도금지특약의 당사자는 채권자와 채무자이므로 그 약정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채권자와 채무자만을 구속한다. 양도금지특약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양수인을 비롯한 제3자에게 대세적으로 효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계약은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단순히 채권관계의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는 모호한 규정만으로는 채권의 양도성 자체를 박탈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양도금지특약의 효력은 특약의 당사자만을 구속하고 제3자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채권적 효력설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부합한다.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볼 때 양도금지특약은 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에서 ‘양도하지 못한다’고 한 부분은 문언 그대로 당사자가 채권의 양도성에 반하여 양도를 금지하는 약정을 한 경우 채권자가 약정에 따라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을 양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③ 민법은 채권의 양도가 가능함을 원칙으로 삼고(제449조 제1항 본문),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하고 있으므로(제449조 제2항), 양도금지특약은 채권양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당사자 사이의 양도금지특약으로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채권의 양도성을 박탈하는 합의를 인정하는 것은 채권의 양도성을 인정하는 원칙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계약자유의 원칙에 근거하여 양도금지특약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한 없이 대세적인 효력을 갖는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양도금지특약은 당사자만을 구속할 뿐이고 이를 위반하는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④ 재산권의 귀속주체인 채권자가 투하자본의 조기회수라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더욱 자유로운 양도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도 채권양도금지특약에 관해서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하는 것이 타당하다.

    ⑤ 채권자와 채무자 그리고 양수인 세 당사자의 이익을 비교해 보더라도 채권적 효력설이 타당하다. 양도금지특약으로 채권의 양도성이 상실된다고 보면, 채권자는 채권양도를 통한 자금조달수단을 상실하고 자산으로서의 채권 활용범위가 축소되는 불이익을 입는다. 양도금지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면 양수인으로서도 채권 자체를 취득하지 못할 법적 위험에 직면한다. 양수인이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인식하기 쉽지 않고 그로 하여금 일일이 원래의 계약 내용을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

    ⑥ 채권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에 관하여 채권적 효력만 인정하는 입법례가 많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민법과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에서도 판례를 통하여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하고 있다.

    ⑦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대한 증명책임의 분배와 선의의 전득자 보호에 관한 판례도 채권적 효력설을 따를 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⑧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경우에 채권양도에 따른 채권의 이전은 금지되면서도 전부명령에 따른 채권의 이전을 허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을 가져온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제543조, 제548조 제1항, 제664조 [2] 민법 제185조, 제449조, 제451조 제2항, 제487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32470, 32487 판결(공1990, 363)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42630 판결(공1992, 1419)
    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25080 판결(공1994상, 179)
    대법원 1996. 1. 23. 선고 94다31631, 31648 판결(공1996상, 656)
    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2다39769, 39776 판결
    [2]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8834 판결(공2000상, 362)
    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다55904 판결(공2001상, 354)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7685 판결(공2009하, 1996)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118020 판결(공2015상, 675)

    【전 문】

    【원고, 피상고인】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엘드건설의 관리인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엘드건설의 파산관재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정영훈 외 1인)

    【원고보조참가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자연수 담당변호사 최재원)

    【피고, 상고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별 담당변호사 한상민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건설공제조합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4. 7. 선고 2015나4353, 436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기본적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2009. 5. 27. 농협 광주 농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에 관하여 총계약금액 24,900,000,000원(그중 건축공사 부분 계약금액은 23,245,600,000원이다. 이하 건축공사 부분을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 착공일 2009. 6. 1., 준공예정일 2010. 11. 30.로 정하여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는 주식회사 엘드건설(이하 ‘엘드건설’이라고 한다)을, 나머지 소방공사 부분에 관하여는 진성산업 주식회사를 각 계약상대자로 하였다.

    나. 이 사건 도급계약에 포함된 공사계약 일반조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1) 계약상대자인 엘드건설 등은 이 공사의 이행을 위한 목적 이외의 목적을 위하여 이 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채권(공사대금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제5조 제1항, 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금지특약’이라고 한다).

    2) 피고는 ‘계약상대자인 엘드건설 등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성하지 못하거나 완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계약상대자인 엘드건설 등의 부도발생 등으로 정상적인 공사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 해당하면 이 사건 도급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제37조 제1항 제2호, 제4호).

    다. 엘드건설은 2010. 10. 21.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처리되었다. 피고는 2010. 11. 25. 엘드건설을 상대로 위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37조에 따라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그 의사표시가 2010. 11. 29. 도달하였다.

    라. 엘드건설에 대하여 2010. 12. 10. 회생절차가 개시되고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있은 후 2017. 1. 25. 회생절차폐지결정을 받아 2017. 3. 17. 그 폐지결정이 확정됨과 동시에 파산선고가 내려지고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2. 기성공사대금 인정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 여부 등(상고이유 제1점)

    가. 건축공사도급계약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될 당시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원상회복하는 것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된다면, 해당 도급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하여만 실효되어 수급인은 해제한 상태 그대로 그 건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고 도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도받은 미완성 건물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는 권리의무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4263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경우 도급인이 지급하여야 할 미완성 건물에 대한 보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약정한 총공사비에 기성고 비율을 적용한 금액이 되는 것이지, 수급인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기준으로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42630 판결, 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25080 판결 등 참조). 이때의 기성고 비율은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 시점, 즉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할 당시를 기준으로 이미 완성된 부분에 들어간 공사비에다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들어갈 공사비를 합친 전체 공사비 가운데 완성된 부분에 들어간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산정하여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32470, 32487 판결, 대법원 1996. 1. 23. 선고 94다31631, 31648 판결 등 참조). 다만 당사자 사이에 기성고 비율 산정에 관하여 특약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와 달리 산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25080 판결, 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2다39769, 3977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기성고 비율을 산정하는 데 필수적인 기시공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를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이 기성공사대금을 산정하였다.

    엘드건설이 공사를 중단할 당시까지 시공한 공사 중 5회 기성공사대금은 감리단이 작성한 감리업무일지에 기재된 공정률을 기초로 산정할 수밖에 없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감리업무일지의 증명력을 배척할 수 없다. 피고 주장과 같이 약정된 총공사비에서 미시공 부분의 완성에 소요될 공사비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기성고를 산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건축공사와 소방공사를 합한 5회 기성 부분의 전체 공사대금은 감리업무일지에 기재된 공정률인 13.59%를 기초로 3,383,910,000원(= 약정 총공사비 24,900,000,000원 × 13.59%)으로 산정되고, 그중 엘드건설이 시공한 이 사건 공사 부분에 관한 대금은 위 기성 부분에 관한 건축공사와 소방공사의 공사대금 청구비율에 따른 2,818,458,639원(= 3,383,910,000원 × 83.29%)이다.

    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기성공사대금의 산정에 관하여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의 당부를 다투는 것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나아가 원심의 판단을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거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기성고 비율과 기성 부분 공사대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회생절차개시 후 보증인의 상계권 행사 가부(상고이유 제3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주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보증인이 주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회생채무자인 엘드건설의 보증인인 피고보조참가인이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한 계약보증금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보조참가인의 상계를 허용하지 아니한 원심의 판단에 회생절차 개시 후 보증인에 의한 상계권 행사 가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기성공사대금 채권의 이전 여부(상고이유 제2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보조참가인은 2009. 6. 18. 엘드건설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농협은행 ○○○○지점으로부터 대출받은 3,150,000,000원 상당액의 대출금 채무를 보증금액 2,992,500,000원, 보증기한 2010. 6. 17.까지로 정하여 보증하였다. 원고보조참가인은 위와 같이 보증하면서 ‘엘드건설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보증부대출금액 이상을 농협은행의 ○○○○지점에 양도하고, 발주처인 피고로부터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 승낙을 받아서 이 사건 공사대금을 그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하도록 한다.’는 특약사항을 정하였다. 이에 따라 엘드건설은 2009. 7. 7. 농협은행에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3,150,000,000원 부분을 양도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위 채권양도를 승낙하였다.

    2) 엘드건설의 회생절차개시신청 등으로 보증사고가 발생하자 원고보조참가인은 2010. 11. 30. 엘드건설의 농협은행에 대한 대출원리금 채무액 3,025,749,621원을 대위변제하였다. 농협은행은 같은 날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엘드건설로부터 양수하였던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였고, 피고에게 그 양도사실을 통지하였다.

    3) 이후 원고보조참가인은 엘드건설의 회생절차에서 원고보조참가인의 엘드건설에 대한 구상금채권은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으로 담보되어 있다며 3,025,749,621원의 회생담보권을 신고하였으나, 원고는 원고보조참가인의 회생담보권에 관하여 이의하였다. 회생담보권 조사확정재판에서 전주지방법원은 2014. 11. 28. 원고보조참가인의 회생담보권이 3,025,749,621원임을 확정하는 결정을 하였다.

    4) 한편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① 주식회사 신일은 2010. 11. 2. 1,709,970,000원에 관하여, ② 주식회사 선이앤씨는 2010. 11. 2. 1,571,145,600원에 관하여, ③ 유한회사 성우이앤씨는 2010. 11. 4. 75,800,000원에 관하여, ④ 주식회사 영창개발은 2011. 1. 26. 118,800,000원에 관하여, 피고에게 엘드건설의 하수급업체로서 엘드건설의 부도 등의 사유로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1. 3. 29. 법률 제10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등에 근거한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구하였다(이하 주식회사 신일, 주식회사 선이앤씨, 유한회사 성우이앤씨, 주식회사 영창개발을 통틀어 ‘하수급채권자들’이라고 한다).

    5) 또한 엘드건설은, ① 2010. 10. 15. 현대개발 주식회사에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90,876,280원 부분을 양도하였고, ② 2010. 10. 22. 주식회사 아이디에프이앤씨에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499,230,000원 부분을 양도하였으며(이하 현대개발 주식회사와 주식회사 아이디에프이앤씨를 통틀어 ‘채권양수인들’이라고 한다), 피고에게 위 각 양도사실을 통지하였다.

    6) 하수급채권자들과 채권양수인들은 엘드건설의 회생절차에서 자신들이 엘드건설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다.

    나. 먼저 하수급채권자들에 대한 채권 이전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하수급채권자들이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에 따른 권리를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공사대금채권의 이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다음으로 채권양수인들에 대한 채권양도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449조 제1항). 그리고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449조 제2항).

    이처럼 당사자가 양도를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이하 ‘양도금지특약’이라고 한다)한 경우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한다.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에 채권양수인이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채권 이전의 효과가 생기지 아니한다. 반대로 양수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면 채권양도는 유효하게 되어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양도금지특약을 가지고 그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없다. 채권양수인의 악의 내지 중과실은 양도금지특약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하려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8834 판결, 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다55904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7685 판결 등 참조).

    2)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없다는 것이 통설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와 견해를 같이하는 상당수의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재판실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법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가)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이 당사자가 양도를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채권을 양도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것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하는 의미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법조문에서 ‘양도하지 못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양도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나아가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는 본문에 의하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가 무효로 됨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당연히 무효이지만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선의의 제3자에게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로 위 단서규정을 해석함이 그 문언 및 본문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다.

    나) 이처럼 해석하는 것이 지명채권의 본질과 특성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다. 지명채권은 유통성을 본질로 하는 증권적 채권과는 달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인격적 연결이라는 측면과 채권자의 재산이라는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민법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제449조 제1항에서는 채권양도의 자유를 원칙으로 선언하면서도 제2항 본문에서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양도를 금지할 수 있다고 하고, 같은 항 단서에서 선의의 제3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없다고 하여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다) 물권에 관하여는 물권법정주의에 따라 법이 규정하는 바에 의하여 물권의 종류와 내용이 정해지는 반면(민법 제185조), 채권관계에서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어 계약당사자는 원칙적으로 합의에 따라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그들 사이에 발생한 채권의 양도를 금지하는 특약을 하였다면 이는 그 채권의 내용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 속성을 이루는 것이어서 존중되어야 한다. 채권의 재산화와 상품화 경향에 따라 채권의 양도성이 점차 중시되는 추세에 있다고 하더라도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에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그 양도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라) 계약당사자가 그들 사이에 발생한 채권을 양도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연히 허용되는 것인데, 민법에서 별도의 규정까지 두어 양도금지특약에 관하여 규율하는 것은 이러한 특약의 효력이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마) 한편 채권양도에 따라 채권은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채무자는 양도통지를 받을 때까지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 제2항). 여기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란 채권의 성립·존속·행사저지·배척 등 모든 사유를 말한다. 채권은 이전되더라도 본래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함이 원칙이고 양도금지특약도 이러한 계약의 내용 중 하나에 속하므로, 원칙적으로 채무자는 지명채권의 양수인을 비롯하여 누구에게도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은 명문으로 이를 다시 확인한 규정이라 볼 수 있다.

    바)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경우 채권의 양도성이 상실되어 원칙적으로 채권양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악의의 양수인과의 관계에서 법률관계를 보다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양도금지특약을 어긴 채권양도의 경우에도 채권양도 자체는 유효하되 양도인인 원래의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서 채권을 양도하지 않을 채권적 의무를 위반하였을 뿐이라고 보게 되면, 악의의 양수인에게도 채권이 유효하게 양도된 것임에도 채무자는 위 양수인에게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반면, 양도인은 채권의 유효한 이전으로 인해 더 이상 권리를 갖지 않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채무자에게 적법하게 채무 이행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되어, 지명채권의 귀속과 그 권리행사 가부가 서로 괴리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나아가 양수인이 악의라 하더라도, 양도인에게 채권적 의무를 지도록 하는 데 불과한 양도금지특약이 채권관계 바깥에 있는 제3자인 위 양수인에게까지 효력을 미치는 이유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곤란하다.

    사)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에 대한 압류나 전부가 허용되는 것은 양도금지특약의 법적 성질과 상관없이 민사집행법에서 압류금지재산을 열거적으로 규정한 데에 따른 반사적 결과에 불과하다. 또한 민법 제449조 제2항에서 말하는 양도는 임의양도를 뜻하므로 이를 금지하는 특약이 있더라도 압류 등 강제집행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논리적 모순이 없다. 나아가 양수인이 악의라고 하더라도 전득자가 선의인 경우 채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118020 판결 참조)의 입장은 채권의 양도성을 제한하려는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의 취지를 중시하여 그 제3자의 범위를 넓힌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제고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 하더라도 이는 대부분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해석이 아닌 법규정을 통해 달성되고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문언상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이 부인된다는 의미가 도출되는 민법 제449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를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는 새로운 해석을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즉, 채권 거래의 규모와 빈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담보로서의 가치가 중시되고 채권을 이용한 자금융통이 활성화되면서 현대 계약법상 채권의 유동화 확보를 통한 자본의 신속한 순환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하더라도, 민법 제449조 제2항 문언의 합리적 해석 범위를 넘어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를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엘드건설이 피고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채권양수인들에게 양도한 것은 이 사건 채권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로서 그 효력이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한편 채권양수인들이 이 사건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한 원심판결의 이유설시 부분은 부적절하나,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채권양수인들이 양도금지특약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원심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 따라서 원심판단에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 부분(위 4.다.)에 대하여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정희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이 있다.

    6.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정희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없다는 이른바 물권적 효력설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타당하지 않다.

    채권양도에서는 채권자(양도인)와 채무자, 그리고 양수인이라는 세 당사자 사이의 삼각관계를 구분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양도금지특약의 당사자는 채권자와 채무자이고, 채권양도의 당사자는 양도인, 즉 채권자와 양수인이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양도금지특약이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채권양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양도금지특약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권을 양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채권자가 이 약속을 위반하여 채권을 양도하면 채권자가 그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을 넘어서서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채권양도에 따른 법률효과까지 부정할 근거가 없다. 채권양도에 따라 채권은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이고, 채권양도의 당사자가 아닌 채무자의 의사에 따라 채권양도의 효력이 좌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양수인이 채무자에게 채무 이행을 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양도인이 아닌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진다고 보아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계약은 원칙적으로 두 당사자의 의사표시 합치로써 성립하고 합의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두 당사자를 구속하는 규범이다. 양도금지특약의 당사자는 채권자와 채무자이므로 그 약정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채권자와 채무자만을 구속한다.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것은 양도금지특약이 직접적인 법형성력을 가지고 채권의 양도성을 대세적으로 박탈하는 효력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양도금지특약에 따라 채권이 물권과 같이 대세적으로 양도할 수 없는 성질을 갖게 되었다고 보아 이러한 견해를 물권적 효력설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양도금지특약이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양수인을 비롯한 제3자에게 대세적으로 효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계약은 그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단순히 채권관계의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는 모호한 규정만으로는 채권의 양도성 자체를 박탈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양도금지특약의 효력은 특약의 당사자만을 구속하고 제3자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채권적 효력설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부합한다.

    2)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볼 때 양도금지특약은 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에서 ‘양도하지 못한다’고 한 부분은 그 문언 그대로 당사자가 채권의 양도성에 반하여 양도를 금지하는 약정을 한 경우 채권자가 그 약정에 따라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을 양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반대로 단지 ‘양도하지 못한다’고 한 것을 양도금지특약으로 채권의 양도성이 상실되어 그 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는 무효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난다.

    3) 민법은 채권의 양도가 가능함을 원칙으로 삼고(제449조 제1항 본문),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하고 있으므로(제449조 제2항), 양도금지특약은 채권양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지명채권의 법률관계에 인적 신뢰를 기초로 한 특별한 결합관계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금전채권과 같이 인적 결합관계가 희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채권의 재산적 가치는 다른 재화와 다르지 않고, 사회경제적 변화에 상응하여 채권자와 채무자의 인적 결합의 정도는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 근대 민법에서 채권의 양도성을 전면적으로 승인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당사자 사이의 양도금지특약으로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채권의 양도성을 박탈하는 합의를 인정하는 것은 채권의 양도성을 인정하는 원칙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계약자유의 원칙에 근거하여 양도금지특약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한 없이 대세적인 효력을 갖는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양도금지특약은 그 당사자만을 구속할 뿐이고 이를 위반하는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4) 전통적으로 지명채권양도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채무자로부터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양도받는 채권회수수단으로 기능하였으나, 자본의 신속하고 원활한 순환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채권양도의 자금조달수단 기능과 가치가 확산되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새로운 금융기법이 개발되고 금융산업 발전이 전체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상황에 이르러 채권거래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그 규모와 빈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담보로서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재산권의 귀속주체인 채권자가 이를 처분하여 투하자본의 조기회수라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더욱 자유로운 양도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도 채권양도금지특약에 관해서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하는 것이 타당하다.

    5) 채권자와 채무자 그리고 양수인 세 당사자의 이익을 비교해 보더라도 채권적 효력설이 타당하다. 양도금지특약으로 채권의 양도성이 상실된다고 보면, 채권자는 채권양도를 통한 자금조달수단을 상실하고 자산으로서의 채권 활용범위가 축소되는 불이익을 입는다. 양도금지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면 양수인으로서도 채권 자체를 취득하지 못할 법적 위험에 직면한다. 양수인이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인식하기 쉽지 않고 그로 하여금 일일이 원래의 계약 내용을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 반면 채권양도금지특약에 채권적 효력만을 인정하더라도 채무자로서는 채권자에 대하여 특약 위반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채권자가 변경되더라도 원래 이행하여야 할 채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불이익이 크지 않다. 따라서 채권양도금지특약에 채권적 효력만을 인정하는 것이 채권자, 채무자, 양수인 사이의 이익관계에 균형을 맞출 수 있다.

    6) 채권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에 관하여 채권적 효력만 인정하는 입법례가 많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민법과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에서도 판례를 통하여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제고할 필요성에서 나온 것이다. 민법 제449조 제2항에 관한 해석이 열려 있다면 채권의 재산적 성격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반영하는 해석이 바람직하다.

    7)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대한 증명책임의 분배와 선의의 전득자 보호에 관한 판례도 채권적 효력설을 따를 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법원은 민법 제449조 제2항을 적용할 때 제3자가 악의인 경우는 물론 양도금지특약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그 특약으로써 대항할 수 있고, 제3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은 그 특약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하려는 자가 이를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8834 판결 등 참조). 양도금지특약에 채권적 효력만을 인정하면, 그 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도 유효하고, 다만 채무자는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양수인에 대해 그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이유로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게 된다. 제3자의 악의·중과실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에 관한 판례는 양도금지특약에 채권적 효력만을 인정하는 경우에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물권적 효력설에 따른다면 채무자가 특약의 존재를 증명하고 양수인이 자신의 선의와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한 판례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은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가 채권양도금지특약으로써 대항할 수 없는 자를 ‘선의의 제3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채권자로부터 직접 양수한 자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으므로, 악의의 양수인으로부터 다시 선의로 양수한 전득자도 위 조항에서 말하는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118020 판결 참조). 양도금지특약으로 채권의 양도성이 상실된다고 하면, 양수인이 악의여서 취득한 바 없는 채권을 전득자가 비록 선의라고 해서 어떻게 양수인으로부터 이를 승계하여 취득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반면 채권양도금지특약에 채권적 효력만을 인정하면 채권은 그 특약과 상관없이 승계되어 유효하게 양도되므로 선의의 전득자는 당연히 보호받을 수 있다.

    8) 양도금지특약이 있더라도 압류·전부명령에 따라 해당 채권은 이전이 가능하고 압류채권자의 선의 여부는 그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대법원 1976. 10. 29. 선고 76다1623 판결,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다3771 판결 등 참조).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경우에 채권양도에 따른 채권의 이전은 금지되면서도 전부명령에 따른 채권의 이전을 허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을 가져온다. 채권자가 양수인에게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정본을 작성해 주고 양수인이 이에 기초하여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에 대하여 압류·전부명령을 받으면 악의의 양수인도 얼마든지 채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에서도 굳이 물권적 효력설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나. 채권양도금지특약에 관하여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할 경우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문제 된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 중에서 다음과 같은 해결방안이 타당하다.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채무자는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알고 있는 양수인에게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물론 채무자는 악의의 양수인을 상대로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행사하지 않고 채권양도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채권을 양도한 채권자는 이러한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양수인이 특약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즉, 양도인은 채무자를 상대로 양도금지특약을 주장하여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자신에게 이행하라고 청구할 수 없다. 이는 양수인의 선의 여부가 채권양도에 따른 채권의 귀속 변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악의의 양수인도 채권자의 지위에 있게 되고 양도인은 무권리자가 되기 때문이다.

    채무자가 양도인에게는 채권양도 사실을 들어 채무 이행을 거절한 다음, 양수인을 상대로는 그 악의를 주장하면서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경우와 같은 교착상태가 문제 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양수인의 이행청구에 이행거절의 항변을 하고 그러한 항변이 정당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면 되고, 양도인의 이행청구에 대하여 채권양도의 효력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포기하고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하여 양수인이 악의더라도 채무자에게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채무자가 양수인과 양도인 모두에 대해 이행을 거절한다면 이러한 행위는 선행행위에 모순되는 행동으로서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다. 이 사건에 대하여 살펴본다.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하였다. 채권양수인들에 대한 채권양도에 관하여 이 사건 채권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효력이 없다. 채권양수인들이 이 사건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 오히려 채권양수의 대상이 된 채권의 증서인 도급계약서 자체에 이 사건 채권양도금지특약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채권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비교적 손쉽게 알 수 있었던 상태로 보인다.

    2)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양도금지특약은 엘드건설이 피고에 대하여 채권을 양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것일 뿐이므로 이에 반하는 채권양도도 유효하다. 다만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채무자인 피고가 채권양수인들이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였음을 주장하면서 채권양수인들에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는 양도금지특약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이 채권양수인들에게 유효하게 양도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의 지급청구를 거절하고 있다. 이처럼 피고가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행사하지 않고 채권의 양도를 이유로 양도인의 청구를 거절하는 경우에는 양도금지특약에도 불구하고 채권양도가 유효함을 전제로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채권양수인들이 이 사건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은 채권양수인들에게 유효하게 이전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채권양수인들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결국 원심은 파기되어야 한다.

    3) 나아가 원심은 채권양수인들이 양도금지특약에 관하여 알지 못했고 이에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처럼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양도금지특약에 대한 증명책임에 관하여 판례(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8834 판결 등)에 배치되는 판단을 한 잘못도 있음을 지적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보충의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반대의견이 근거한 이른바 채권적 효력설은 그 개념과 내용이 다의적이고, 그에 따라 파생되는 법률적인 문제 역시 복잡하게 나타날 수 있다. 입법 과정에서 채권적 효력설이 선택된 것이 맞는다면 이에 따른 문제점들까지 마땅히 함께 정리되었을 것임에도 그에 관한 규정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은 입법자가 다수의견과 같은 이른바 물권적 효력설을 택하였음을 방증한다. 앞으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채권적 효력설을 구체화한 후 관련 쟁점들에 관하여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정치한 내용을 입법에 반영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현재와 같은 상태하에서의 채권적 효력설을 현행 민법의 해석으로 채택하기는 곤란하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다수의견을 보충한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민법 제449조 제2항은 본문에서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채권을 양도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채권의 양도성을 상실시킬 수 있도록 하고, 다만 그 단서에서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고 하여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의용민법, 그리고 동일한 내용으로 제정된 현행 민법 제449조 제2항의 입법 과정에서 채권적 효력설에 관한 논의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은 반대의견이 취하고 있는 현재의 채권적 효력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현행 민법의 제정 전에는 물론 제정 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반대의견과 같은 내용의 채권적 효력설은 개진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반대의견과 같은 내용의 채권적 효력설이 입법에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취하고 있는 채권적 효력설은 장차 현행법에 관한 대안을 모색하게 될 때 입법론으로 참고할 수 있을 뿐 현행법 자체의 해석으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아니하다.

    나.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대세적 효력을 부인하고 그 효력범위를 당사자로 한정하는 채권적 효력설은 의미가 일의적이지 않고 그 스펙트럼 역시 매우 폭넓고 다양하다. 다만 채권적 효력설의 부류에 속하는 이러한 견해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된 입장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즉,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그대로 유효하고, 양도금지특약은 단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채권을 양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리의무관계만 발생시킬 뿐이므로, 채무자를 제외한 나머지 이해관계인들 사이에서는 양수인을 채권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적 효력설이 가진 위와 같은 공통분모에 의하면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양수인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유효하여야 한다. 그런데 현행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는 양수인이 선의인 경우에만 채권양도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채권적 효력설의 당초 원형이 되는 내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여러 나라의 입법례와 학설을 살펴보면 채권적 효력설이라는 동일한 명칭을 취하더라도 매우 다양한 내용의 규율과 주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각 국가의 입법례를 보면 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 누구를 채권자로 삼을 것인지,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변제한 경우 이를 유효한 변제로 볼 것인지, 양수인이 특약의 존재를 알았을 경우에 채무자에게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부여할 것인지, 양수인의 선의·악의가 채권양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관하여 각기 다르게 규율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학설도 다양한 견해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채권적 효력설이라고 막연히 통칭되기는 하지만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유효하다는 것의 의미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그런데 그 효력범위뿐만 아니라 증명책임이나 다수의 이해관계인들 사이에서 채권양도의 우열관계, 대항요건의 구비 여부, 집행관계 등 상정 가능한 법률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재판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법리가 될 정도로 수미일관하게 완결적으로 정리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요컨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아직까지 법적으로 정연한 논리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인 이상, 채권적 효력설은 현행법에 대한 종전 해석 및 이에 따라 확립되어 온 실무관행을 대체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다. 반대의견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를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를 채무자에게 악의의 양수인에 대한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준 것으로 이해한다. 이에 따라 채무자와 달리 위와 같은 항변권이 없는 양도인으로서는 채무자를 상대로 양도금지특약을 내세워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하고 자신에 대한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서도 채무자가 양수인에게 양도금지특약에 대한 악의 등을 이유로 이행청구를 거절하는 경우와 같이 채무자가 양도인, 양수인 모두에 대하여 채무 이행을 하지 않는 부당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이러한 경우에는 신의칙상 양도인의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채권자와 채무자는 양도금지특약을 체결한 당사자인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특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하나의 양도금지특약을 가지고서 채권자는 단지 특약을 위반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을 뿐이므로 그 효력을 채무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고 하면서, 채무자는 악의의 양수인에 대하여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들어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당사자별로 구분지어 해석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이 만약 특약의 내용을 달리 정할 경우에는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야기한다.

    그리고 채권적 효력설에 기한 앞선 설명에 의하면, 채무자가 악의의 양수인을 상대로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채무자의 의사에 달려 있으므로,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행사하지 않고 악의의 양수인에게 그대로 채무를 이행할 것인지, 아니면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행사한 후 종전 채권자인 양도인이 신의칙을 내세워 직접 채권행사에 나서기를 기다렸다가 이에 응할 것인지를 채무자가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하나의 채권을 놓고 채무자가 이행의 상대방을 별다른 제약 없이 고를 수 있는 구조로서, 통상 하나의 채권·채무에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각각 1인씩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상당히 벗어난 결론일 뿐만 아니라, 채권의 양도성을 상실시키는 데에 동의하였던 채무자의 당초 의사에 반함은 물론 법적 근거도 없이 해당 채권이 양도인과 양수인에게 공동적으로 귀속되는 것과 유사한 법률관계를 창설하게 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채권적 효력설에 의할 경우,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는 양도금지특약에도 불구하고 양도인에 귀속되었던 채권은 유효하게 이전되어 오직 양수인에게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는 채권이 양도인과 양수인에게 공동적으로 귀속되는 듯한 현상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앞선 설명과도 모순된다.

    나아가 채무자가 양수인에게 특약의 존재에 대한 악의를 이유로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경우 이에 따른 후속으로 양도인과의 관계에서 신의칙상 이행의무를 지게 된다는 설명은, 채권의 양도를 마친 종전 채권자는 양수인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무권리자가 되어 더 이상 채무자를 상대로 이행청구를 할 수 없다는 채권적 효력설이 입각한 최초의 논리적 전제와도 모순된다.

    채권적 효력설에 의하면 종전 채권자는 양수인에게 채권양도를 함으로써 채권에 관하여 더 이상 아무런 권리도 가지지 아니한다고 보게 되는데, 채무자가 악의의 양수인을 상대로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사정이 나중에 생긴다고 하여, 채무자와 양수인 간의 관계 바깥에 놓인 양도인이 채무자의 항변권 행사 여부에 연동되어 자신이 보유하지도 않은 채권을 채무자에게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은, 과연 신의칙이 적용되는 범위 및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마저 불러일으킨다.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이다. 이미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된 실정법의 개별 조항을 해석·적용한 결과가 구체적 타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바꾸기 위한 용도로, 그것도 항변이 아니라 청구권원으로서 일반조항인 신의칙을 내세우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채권적 효력설에 기한 앞선 설명은 종전 채권자가 무권리자임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에 기하여 채무자에게 채무 이행을 구하여 급부를 수령할 수 있다고 봄으로써, 해당 채권이 과연 변제로 유효하게 소멸하게 되는 것인지, 종전 채권자가 수령한 급부 목적물의 소유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과 같이 쉽게 해답을 도출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연쇄적으로 야기한다.

    이상과 같이 양도금지특약에도 불구하고 채권양도가 유효하다는 입장을 일단 취하게 되면, 채권을 양도한 채권자와 채무자 및 양수인 세 당사자 간의 관계를 논리적 모순 없이 완결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해진다.

    라.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이 양도된 후 채무자가 민법 제487조 후단에 따라 채권자 불확지를 원인으로 변제공탁하는 경우에도 채권적 효력설에 의해서는 다음과 같이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본 대법원 판례는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과 관련하여 채무자가 양수인의 악의 또는 중과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채무자가 양수인의 악의 유무를 알 수 없거나 증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채권이 적법하게 양도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채무자가 한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을 유효하게 본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다5590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채권적 효력설에서는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 하더라도 특약에 관한 양수인의 선의·악의와 상관없이 채권양도는 일응 유효한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채권은 언제나 양수인에게 귀속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그 결과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아닌 것이 되어 채무자는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와 같이 채권적 효력설을 취하면서도 채권자 불확지 공탁이 허용된다고 보게 되면, 논리적으로는 공탁금의 출급청구권이 양수인에게 귀속된 것임이 분명함에도 현실적으로는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소송까지 거쳐서 채권이 귀속된 자를 확정지어야 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반대로 채권적 효력설을 취하면서 채권자 불확지 공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채무자는 변제금을 공탁할 수 없다고 보게 되면, 채무자는 현실적으로 다수의 채권양수인이 존재하여 각각의 대항요건의 구비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새로운 공탁원인 규정을 신설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따라서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채권적 효력설을 취할 경우에는 어느 쪽으로든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에 관한 입법 또는 해석의 변경을 통한 정리가 필요하게 된다.

    마. 한편 민법 제449조 제1항은 본문에서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단서에서는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민법 제449조 제1항 단서 규정에 따라, 채권의 성질 자체가 양도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를 양도하였다면 해당 채권의 양도는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견주어 보면, 지금까지 살펴본 민법 제449조 제2항의 성격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즉, 민법 제449조 제1항 단서가 채권의 성질 자체로 인하여 양도가 허용되지 아니할 경우에 관한 규정이라면, 같은 조 제2항 본문은 당사자 간의 양도금지특약에 의하여 채권의 양도성을 상실시키는 규정으로서 위 제1항 단서와 대등한 위상 및 효력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민법 제449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채권의 성질 자체로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것임이 분명한 채권을 양도한 경우 이를 무효라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을 양도한 경우에도 같은 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무효라고 보는 것이 민법 제449조의 전체 조문 구조 및 체계적 해석에도 부합한다.

    이는 성질상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채권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관계로 채권자와 채무자가 채권양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자 의도적으로 양도금지특약을 추가한 경우를 상정해보더라도 그러하다. 즉, 채권의 형태나 채권자와 채무자의 결합관계, 채무자의 보호 필요성 등에 비추어 성질상 채권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성질상 양도가 가능하여 당사자의 특약으로만 이를 제한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가 양도금지특약을 부가함으로써 채권양도가 금지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할 수 있는데, 채권적 효력설에 의하면 이러한 때에도 법원이 다시 그 채권이 성질상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성질상 양도가 허용되기는 하지만 양도금지특약에 의하여 양도가 제한될 뿐인지를 엄밀히 가려서 양자를 달리 취급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규율·처리한다는 측면에서 이와 같은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성질상 채권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와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양도 역시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단지 이 경우에는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가 적용됨에 따라 상대적 무효에 그칠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바.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문구를 담고 있는데, 이러한 문구를 포함하고 있는 규정들은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 외에도 민법에서 상당수 발견된다. 이 중 대표적으로 민법 제108조 제1항에서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에 따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가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민법 제108조 제2항 제449조 제2항 단서와 마찬가지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통정허위표시의 외관을 신뢰한 제3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제3자가 악의라는 주장·증명책임은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고(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2다1321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3013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다39671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제3자로부터 목적물 또는 권리를 양수한 전득자도 민법 제108조 제2항에서 보호되는 제3자에 해당하여 제3자가 악의였다고 하더라도 선의의 전득자는 보호를 받아 통정허위표시의 당사자는 선의의 전득자에 대하여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다49292 판결 취지 참조).

    이렇게 본다면 반대의견이 들고 있는 대법원 판례들, 즉 민법 제449조 제2항의 적용과 관련하여 제3자의 악의 또는 중과실은 양도금지특약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하려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거나, 악의의 양수인으로부터 다시 선의로 양수한 전득자는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에서 말하는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는 판례들은 채권적 효력설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들은 채권양도가 유효하다고 신뢰한 제3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고려에 따라 증명책임의 소재를 정하면서 ‘제3자’의 범위를 넓혀서 해석한 것일 뿐, 민법 제449조 제2항을 반드시 채권적 효력설에 입각하여 해석해야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고 볼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 우리나라에서 실무상 양도금지특약이 활용되는 영역은 주로 건설업·제조업 등에서 이루어지는 도급 및 하도급거래이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공사도급계약 등에서도 계약상 양도금지특약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 분야에서는 주로 표준계약서식을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계약교섭력이 강한 발주자가 변제의 상대방을 고정시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고자 원사업자를 상대로 양도금지특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보통이고, 이러한 양도금지특약은 대부분 약관의 형태로 되어 있다. 이러한 활용실태에 비추어 볼 때, 설령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하더라도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발주자가 양도금지특약이 적용되는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확장하거나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에 관하여 채무자가 면책되는 근거를 계약에 별도로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채권적 효력설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어, 채권적 효력설을 취할 실익은 그만큼 반감된다고 볼 수 있다.

    아.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제고함으로써 자산유동화를 장려하는 것 역시 다른 방법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적 효력설이라고 통칭되기는 하나 그 구체적인 개념과 내용이 명확히 확립되어 있지도 않고 이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 실익도 뚜렷하지 아니한 상황이라면, 현행 민법 규정의 해석에 관하여 새로운 견해를 채택하기보다는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사회경제학적으로 채권거래의 실제와 실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필요 적절한 방안을 찾는 편이 바람직하다. 양도금지특약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유통성 확보가 필요한 영역의 채권을 중심으로 양도금지특약이 있더라도 채권이 완전히 유효하게 양도되는 거래분야를 특정하거나 그 효력을 구체화, 개별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 따라서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채권적 효력설을 취하기 위해서는 이를 채택할 경우에 파생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법률적인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해결방안을 보다 고심한 다음 관련 법령과 제도의 통일적 정비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순리를 밟아나가지 않고 현행 민법 제449조에 관하여 종전과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론을 제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 특히 그 보충의견은 채권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채권적 효력설을 입법에서 반영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현행 민법의 해석으로 채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한다. 그러나 채권양도에 관한 현행 민법의 해석론으로도 채권적 효력설이 물권적 효력설보다 우월하고 채권적 효력설의 채택을 입법으로 미룰 이유가 없다.

    어떤 법적 쟁점을 현행법의 해석론으로 풀어갈 것인지 장래의 입법에 맡길 것인지는 대법원판결의 방향을 정하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입법으로 해결해야만 할 문제를 사법부가 무리하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되지만, 현행법의 해석을 통하여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막연히 입법적 조치를 기다리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과 사법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토대로 법률의 해석에 관한 입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법원은 법률의 해석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법리를 채택하고 있다. 법률은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하여 타당한 해석을 해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률해석론을 바탕으로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하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보다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도 이를 입법으로 미루는 것은 부당하다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한다.

    나. 법원은 민법 제449조 제2항의 해석을 통하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물권적 효력설이나 채권적 효력설 중 어느 하나를 채택하여 구체적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민법 제정 과정에서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제정 전은 물론 제정 후에도 한동안 학계나 실무에서 논의가 없었다. 즉, 입법자가 물권적 효력설을 채택하였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 민법에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할 경우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법적 쟁점들을 규율하는 규정이 전혀 없다는 점만으로 입법자가 물권적 효력설을 채택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반대로 위와 같은 법적 쟁점들은 법원의 해석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자가 양도금지특약에 관하여 민법에 단지 1개의 조문만 둔 것은 그 특약을 위반한 행위의 효력을 법원의 해석에 맡긴 것으로 볼 수 있다.

    2) 민법 제449조 제2항은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경우 ‘(채권을) 양도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유효인지 무효인지를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다. 민법은 제449조 제2항 외에도 제629조 제1항, 제657조 제1항 등에서 ‘(권리를) 양도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아래에서 보듯이 이러한 양도금지 규정을 위반한 권리 양도가 유효인지 무효인지는 개별 조항의 취지 등을 근거로 하여 권리 양도의 유형마다 달리 판단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의견과 같이 민법 제449조 제2항의 ‘(채권을) 양도하지 못한다’는 문구가 당연히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하는 의미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법원은 민법 제449조 제2항의 문언 외에도 입법 취지와 목적, 민법의 체계 등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에서 채권양도가 갖는 의미와 효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해석으로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비교법적으로 보면, 채권양도금지특약을 아예 금지하는 입법례도 있고, 이를 허용하는 입법례나 국제규범에서도 대부분 그 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에 관하여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 민법 제466조 제2항은 우리 민법 제449조 제2항과 거의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어 그 해석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판례는 양도인이 양도금지특약을 이유로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는 채권적 효력설을 따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채권적 효력설을 따르고 있는 입법례나 국제규범에서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유효하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이고 그에 따른 세부적인 법률관계에 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외국의 판례나 입법동향에 비추어 보면, 채권적 효력설은 그 개념과 내용이 다의적이어서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법률문제를 법적으로 정연한 논리에 따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입법을 통해서만 채택될 수 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

    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민법 제449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채권의 성질 자체로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채권을 양도한 경우 이를 무효라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을 양도한 경우에도 같은 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무효라고 보는 것이 민법 제449조의 전체 조문 구조와 체계적 해석에도 부합한다고 한다. 또한 채권적 효력설을 취할 경우 채무자가 이행의 상대방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므로 통상 하나의 채권·채무에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각각 1인씩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게 되고, 법적 근거도 없이 해당 채권이 양도인과 양수인에게 공동적으로 귀속되는 듯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1) 민법 제449조 제1항은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 단서에 따라 성질상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주채권과 분리하여 보증채권만을 양도하는 경우와 같이 양도가 성질상 절대적으로 불가능하여 무효인 경우이다(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2다21509 판결 등 참조). 다른 하나는 양도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제한이 채무자의 동의로 해소될 수 있는 경우이다. 민법 제629조 제1항은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에 따른 임차권의 양도 제한은 후자에 해당한다. 위 규정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특별한 결합관계를 고려하여 임차권의 양도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그 취지가 채무자인 임대인의 보호에 있으므로 임대인의 동의 없는 임차권 양도라고 하더라도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 임차권 양도는 유효하며 다만 양수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을 뿐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다수의 학설이다. 판례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무단양도 시 오히려 임대인의 임대차계약 해지를 제한하면서 임차권 양수인의 사용·수익을 보장하는 법리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255 판결,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101275 판결 등 참조). 임차권의 무단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임대인은 사후에 무단양도에 대하여 동의할 수도 있고 이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임대인의 권한에 속한다.

    양도금지특약은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당사자의 특약으로 원래 양도 가능한 채권의 양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채권양도가 성질상 절대적으로 불가능하여 무효인 경우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성질상 양도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제한이 채무자의 동의로써 해소될 수 있는 경우에 가깝다. 임차권 무단양도의 예에서 보았듯이 후자의 경우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채권양도는 유효하고, 다만 채무자에게 이를 대항할 수 없을 뿐이라는 점에서 채권적 효력설과 본질적으로 궤를 같이 한다. 채권적 효력설이야말로 양도금지특약 외에 성질상 채권양도가 제한되는 경우도 포함하여 채무자 보호를 위하여 채권양도가 제한되는 경우를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다. 반면 물권적 효력설은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채권양도를 금지한 특약의 효력을 성질상 절대적으로 채권양도가 불가능한 경우에 가까운 것으로 봄으로써 큰 오류를 범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채무자 보호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대세적으로 채권양도를 무효로 봄으로써 민법 제449조 제1항 본문이 선언한 채권의 양도성 원칙을 크게 훼손한다.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을 양도한 경우 무효라고 보는 것이 민법 제449조의 전체 조문 구조와 체계적 해석에도 부합한다는 지적은 민법 제449조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타당하지 않다.

    2)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에 대해서는 채권적 효력설에서도 다양한 해석론이 제시될 수 있다. 그중 반대의견에서 제시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양도금지특약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특약의 양 당사자만을 구속하므로 이를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도 제3자에 대해서는 유효하다. 양수인의 선의·악의와 상관없이 채권양도는 유효하나, 위 단서가 특별히 채무자에게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부여하여 악의의 양수인에게는 대항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채권적 효력설의 본질에 가장 부합한다.

    채권적 효력설을 취할 경우 채무자가 이행거절권을 행사하거나 포기하는 방법으로 채무 이행의 상대방을 선택하는 것은 양도금지특약에 따른 정당한 권한 행사이다. 채무자의 이러한 권한 행사로 채무자와 채권자 간, 채권자와 양수인 간, 채무자와 양수인 간의 각 법률관계에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만일 채무자가 양수인의 악의 등을 증명하여 정당하게 이행거절권을 행사한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하면 되고, 다만 이 경우 채권자와 양수인 간의 채권양도의 효력은 여전히 유효하므로 채권자는 변제 받은 금전 등을 양수인에게 교부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법률관계는 유효한 채권양도가 이루어졌으나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경우와 유사하므로(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민법이 이미 예정하고 있는 유형의 법률관계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채무자가 이행거절권의 행사를 포기하고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하면, 양수인에게 설령 금지특약에 대한 악의 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채무자로부터 유효하게 변제를 받을 수 있고, 이에 대하여 양도인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없다.

    반면 종래 물권적 효력설을 취한 판례는 당사자의 양도금지 의사표시로써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하며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에 악의 등의 양수인에 대하여는 채권 이전의 효과가 생기지 않으나, 악의 등으로 양수를 받은 후 채무자가 그 양도에 대하여 승낙을 한 때에는 채무자의 사후 승낙에 따라 무효인 양도행위가 추인되어 유효하게 된다고 한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7685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르면, 물권적 효력설도 채무자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에 대하여 사후적인 추인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채무를 이행할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변경·선택할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채권적 효력설을 취할 경우 채무자가 당초 양도금지특약의 취지에 따라 이행거절권을 행사하거나 포기하는 방법으로 채무 이행의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여, 하나의 채권·채무에 채권자와 채무자가 각각 1인씩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법적 근거도 없이 해당 채권이 양도인과 양수인에게 공동적으로 귀속되는 듯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물권적 효력설은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경우 ‘채권의 양도성’이 박탈되는데, 이는 채권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속성을 이루므로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무효이고, 그 무효는 채무자뿐만 아니라 양도금지특약의 당사자인 채권자도 주장할 수 있다고 한다. 물권적 효력설을 취하는 판례는 위에서 보았듯이 채무자의 일방적인 사후 승낙에 따라 무효인 채권양도행위가 추인되어 유효하게 됨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두 당사자의 합의로 형성한 채권의 내용이나 속성을 어떻게 채무자 일방의 의사표시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 더구나 물권적 효력설에 따르면, 양도금지특약 위반의 효과는 특약의 당사자인 채권자도 주장할 수 있다고 하는데, 채무자 일방의 사후적인 의사표시만으로 무효인 채권양도를 유효로 할 수 있다는 판례의 입장은 이러한 물권적 효력설의 견해와 배치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판례가 당초 채무자 보호를 위하여 인정된 양도금지특약의 위반 효과를 채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넘어 대세적으로 무효라고 본 것에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채권적 효력설에 따르면, 양도금지특약의 취지에 맞게 채무자 보호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특약 위반의 효과를 인정한다. 채무자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에 대하여 특약 위반의 효과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 선택을 존중함으로써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법률관계를 모순 없이 처리할 수 있다.

    3) 반대의견에서 보았듯이 물권적 효력설에서는 설명하기 곤란한 기존의 여러 대법원 판례들이 있다. 양도금지특약의 존부나 채권양수인의 선의·악의에 관한 증명책임, 선의의 전득자가 유효하게 채권을 양수받을 수 있는 근거, 압류·전부명령에 따른 채권의 이전 등에 관한 판례는 채권적 효력설을 채택함으로써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법률관계를 논리적 일관성과 체계성을 유지하며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채권적 효력설이 지닌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이다.

    라.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채무자가 양수인에 대해서는 양도금지특약에 대한 악의 등을 이유로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한편, 채권자에 대해서는 채권양도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이 과연 허용되는지 문제 될 수 있다.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양도금지특약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채무자가 채권자와 양도금지특약을 하는 이유는 만일 채권자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채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한 경우 채무자는 양수인에 대한 채무 이행을 거절하고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채무를 청산하려는 것이다. 그 특약의 당사자인 채무자와 채권자는 이러한 사정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양수인에게 채권을 양도하고, 양수인의 악의 등이 인정되어 채무자가 양도금지특약에 따라 양수인에게 정당하게 이행거절권을 행사하는 경우, 이는 양도금지특약의 취지에 따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채무를 청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에 다름 아니고, 이 점에 관해서는 양도금지특약 시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서 이미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채무자가 양도금지특약에 따라 이미 이러한 의사를 표명하였는데도, 채권자가 채무 이행을 청구하자 돌연 채권양도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채권자에 대한 채무 이행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당초 양도금지특약의 취지에 반하고 그 특약에 따라 이미 표명한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동이므로 이러한 번복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결코 허용될 수 없다.

    이러한 결론은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체결된 양도금지특약의 취지와 그 특약에 따라 표명된 선행행위와의 모순성을 근거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따라서 채권적 효력설이 단순히 구체적 타당성을 위해 만들어낸 논리라거나 일반조항인 신의칙만을 근거로 채권자에게 청구권원을 부여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마.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에 관한 문제를 살펴본다.

    채권적 효력설에 따르면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채권양도는 유효하고 다만 채무자가 일정한 경우 양수인에 대한 이행거절권을 가질 뿐이므로, 채무자는 이행거절권을 포기하고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함으로써 안전하게 채무를 소멸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채무자는 이중변제의 위험이 없으므로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는 물권적 효력설에서 채무자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에 대해 사후 승낙을 하고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중변제의 위험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채권적 효력설에서 채무자가 이행거절권을 행사하였거나 행사하려고 하는 때에는 채권자 불확지를 이유로 변제공탁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민법 제487조 후문에서 정한 ‘변제자가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란 객관적으로 채권자 또는 변제수령권자가 존재하고 있으나 채무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도 채권자 또는 변제수령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3다212226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양도금지특약 위반을 이유로 양수인에 대한 채무 이행을 거절하고 양도인에게 채무 이행을 하려는데 양수인의 악의 등에 대한 증명이 어렵거나 향후 소송 등에서 증명이 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이중변제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채무자가 양수인이 악의라고 여기고 채무 이행을 거절할 듯한 언동을 한 경우, 그것이 이행거절권의 행사로 평가된다면 채무자는 위에서 보았듯이 양도인에게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언동이 이행거절권의 행사로 평가될 수 있는지는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므로 채무자는 이중변제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물론 채무자가 이행거절권을 포기할 수 있지만, 이행거절권을 행사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채무자의 권한에 속하고 채무자의 이러한 권한을 박탈한 채 채무자에게 항상 이행거절권의 포기만을 선택하라고 강요할 근거는 없으므로 채무자에게는 여전히 이중변제의 위험이 남아있다.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채권적 효력설을 취하더라도 채무자가 위와 같이 이중변제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경우라면 채무자는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 채권적 효력설을 취한 경우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채권양도의 효력이 항상 유효하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가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을 할 수 없다거나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입법이나 공탁실무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현재 실무상 계약교섭력이 강한 채무자가 변제의 상대방을 고정시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고자 양도금지특약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월한 시장지배력을 갖는 채무자의 일방적인 요구(약관)에 따라 양도금지특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양도금지특약으로 추구하려던 채무자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약화된다. 뿐만 아니라 실무에서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공정증서정본을 작성해 주고 대상 채권에 압류·전부명령을 실행하게 하는 등으로 양도금지특약을 우회하는 거래가 관행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도금지특약을 체결할 실익이 적어지고 있다.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제고하여 자산유동화를 장려하는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채권의 양도성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민법에서 예외적으로 채권의 양도성 제한을 논의할 때에는 가급적 국민이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여 유연하고 활발하게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법원의 올바른 태도이다.

    이러한 점에서도 양도금지특약에 대해 대세적 효력까지 인정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이를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채권적 효력설은 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 자치의 원칙과 그 파생원리인 계약자유의 원칙을 바탕으로 민법 제449조 제2항의 규정을 합리적으로 해석한 결과이다. 그리고 채권적 효력설을 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법률관계나 문제점들은 민법 전체의 체계성과 정합성을 유지하며 합리적인 해석을 통하여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현행 민법 규정은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을 명시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채권의 양도성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물권적 효력설은 채무자 보호를 위하여 인정된 양도금지특약 위반의 효과에 대하여 채무자 보호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대세적으로 채권양도를 무효로 봄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를 그대로 고수할 경우에는 채권양도의 자금조달수단 기능과 가치가 확산되고 있는 현대 금융산업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채 자산유동화거래나 담보거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법 제정 당시와는 달리 사회경제적으로 현격한 변화가 이루어진 현 시점에서는 물권적 효력설에 내재된 한계를 극복하고 채권의 양도성을 제고하는 채권적 효력설로 전환하는 것을 계속 미루어 둘 수 없다. 그런데도 그 실익이 적다거나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만연히 입법으로 미루려는 다수의견의 태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상의 이유로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주심)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

    서울고등법원 2016. 4. 7. 선고 2015나4353, 2015나4360(독립당사자참가의소)(주1) 판결

    [공사대금][미간행]


    【전 문】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엘드건설의 관리인 원고(대판 : 소외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정영훈 외 1인)

    【원고보조참가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가교 담당변호사 정병욱)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별 담당변호사 김성민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건설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담당변호사 정금오)

    【변론종결】

    2016. 2. 25.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28. 선고 2012가합69321(본소), 2014가합41006(독립당사자참가의소) 판결

    【주 문】

    주1) 2015나4360(독립당사자참가의소)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2,791,605,164원과 그 중,

    1) 1,673,511,976원에 대하여는 2014. 6. 25.부터 2014. 11. 28.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2) 1,118,093,188원에 대하여는 2010. 11. 30.부터 2016. 4. 7.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다음과 같이 부담한다.

    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 중 70%는 원고가, 3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나. 원고보조참가로 인한 비용 중 70%는 원고보조참가인이, 3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다. 피고보조참가로 인한 비용 중 70%는 원고가, 30%는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9,166,441,040원과 그 중, 12억 3,034만 원에 대하여는 2010. 10. 2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7,936,101,040원에 대하여는 2010. 10. 2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7,492,929,064원과 이에 대하여 2010. 10. 2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도급계약의 체결 및 보증 경위

    1) 주식회사 엘드건설(이하 ‘엘드건설’이라 한다)은 2009. 5. 27. 피고로부터 광주 광산구 (주소 생략) 지상의 농협 광주 농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 중 건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하고, 신축건물을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를 도급받는 내용의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고, 계약금액 중 엘드건설이 수행하는 건축부분 공사에 관한 계약금액은 23,245,600,000원이다.

    계약담당자 : 피고 총무부장
    계약상대방(건축) : 엘드건설
    계약상대방(소방) : 진성산업 주식회사
    계약금액 : 공사대금 24,900,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
    계약보증금 : 2,655,440,000원
    지체상금률 : 지체일수 1일에 대하여 계약금액의 1,000분의 1
    착공년월일 : 2009. 6. 1.
    준공년월일 : 2010. 11. 30.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5조(채권양도)
    ① 계약상대자는 이 공사의 이행을 위한 목적 이외의 목적을 위하여 이 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채권(공사대금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
    ② 계약상대자가 채권양도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연대보증인 또는 공사이행보증서 발급기관의 동의를 얻어 발주사무소의 서면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37조(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① 계약담당자는 계약대상자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다만, 제3호의 경우에는 해제 또는 해지하여야 한다.
    2. 계약상대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성하지 못하거나 완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3. 제19조에 의한 지체상금이 당해 계약의 계약보증금 상당액에 달한 경우로서 계약기간을 연장하여도 공사를 완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4. 계약상대자의 부도발생 등으로 정상적인 공사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3) 한편 피고보조참가인은 2009. 5. 28.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계약보증금채무를 보증하였는데(이하 이에 따른 보증계약을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보증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증금액 : 2,324,560,000원
    계약금액 : 23,245,600,000원
    계약명 : 이 사건 공사
    보증기간 : 2009. 5. 27.(주2) 부터 2011. 1. 30.까지

    주2) 2009. 5. 27.

    나. 원고보조참가인의 보증 및 채권양도 등

    1) 원고보조참가인은 2009. 6. 18. 엘드건설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농협은행(분할 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으로부터 대출받은 3,150,000,000원 상당액의 대출금 채무를 보증금액 2,992,500,000원, 보증기한 2010. 6. 17.까지로 정하여 보증하였다.

    2) 원고보조참가인은 그 보증을 하면서 ‘엘드건설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보증부대출금액 이상을 농협은행에 양도하고, 피고로부터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 승낙을 받아서 이 사건 공사대금을 그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하도록 한다.’라는 취지의 특약사항을 정하였다.

    3) 엘드건설은 2009. 7. 7. 농협은행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권 중 3,150,000,000원 부분을 양도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채권양도를 승낙하였다.

    다.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제 경위 등

    1) 엘드건설은 2010. 10. 21.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처리되었고, 피고는 2010. 11. 25. 엘드건설을 상대로 이 사건 도급계약 일반조건 제37조에 따라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그 의사표시가 2010. 11. 29. 엘드건설에게 도달하였다.

    2) 나아가, 피고는 2010. 12. 7. 엘드건설에게 ‘엘드건설이 시행한 공사에 관한 검사 결과, 시공된 부분의 공사대금 중 아직 지급되지 않은 부분(금회 타절금액)이 1,230,340,000원이다.’라는 취지로 통보하였다.

    라. 원고보조참가인의 대위변제 및 공사대금채권 양도

    1) 한편 원고보조참가인은 2010. 11. 30. 엘드건설의 농협은행에 대한 대출원리금 채무액 3,025,749,621원을 대위변제하였다.

    2) 농협은행은 같은 날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엘드건설로부터 양수하였던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였고, 피고에게 그 양도 사실을 주3) 통지하였다.

    마.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절차

    한편 이 사건 공사 수급인인 엘드건설에 대하여 2010. 12. 10.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었고 원고가 회생채무자 엘드건설의 관리인으로 선임되었으며(전주지방법원 2010회합16, 이하 ‘이 사건 회생절차’라 한다), 2012. 4. 19.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있었다.

    바. 관련 분쟁의 경과

    1) 피고는 2013. 1. 3. 피고보조참가인을 상대로 이 사건 보증계약에 따른 계약보증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00287, 이하 ‘관련 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였는데, 관련 소송의 제1심법원은 2013. 10. 18. 피고보조참가인이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5억 2,326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취지의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2) 그러나 관련 소송의 항소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13나2026171)은 2015. 2. 17. 피고보조참가인이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으로 피고의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한 보증금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제1심판결의 인용금액에 더하여 7억 7,08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취지의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보조참가인 등이 이에 불복, 상고함으로써 관련 소송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다(대법원 2015나209347).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2, 37호증, 을가 제1, 4, 18호증, 을나 제7호증, 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및 검토순서

    원고는, ① 엘드건설이 공사 중단 당시까지 시공한 이 사건 공사 중 5회 기성분에 해당하는 기성공사대금, ② 설계변경 내지 추가공사약정으로 인한 추가 내지 변경공사대금(이하 ‘추가공사대금’이라고만 한다), ③ 이 사건 도급계약 일반조건이 정하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조정금액을 각 청구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④ 피고보조참가인이,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공사 수행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이하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이라 한다)으로 이 사건 보증계약에 따라 피고가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하여 가지는 계약보증금채권과 상계하였고, ⑤ 엘드건설의 하수급업체 등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하거나 피고에 대한 직접지급 청구권을 취득함으로써 이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은 위 하수급업체 등에게 이전되었으며, ⑥ 이 사건 건물에 발생한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액 상당액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액에서 공제 내지 상계되어야 하고, ⑦ 이 사건 도급계약이 규정하는 지체상금 상당액이 공제 내지 상계되어야 하며, ⑧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엘드건설이 부담하는 하자보수보증금(내지 이에 갈음하는 보증서) 상당액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액과 상계되거나 이 사건 공사대금 지급의무와 하자보수보증금에 갈음하는 보증서 제출의무가 서로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원고가 청구하는 ① 내지 ③ 주장은 청구원인에 관한 것으로서 이하 3 내지 5항 부분에서 이를 살펴본 뒤 6항에서 청구원인상 인정되는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액의 범위(중간 결론)에 대하여 검토한다. 한편 피고가 내세우는 ④ 내지 ⑧ 주장은 소송상 항변에 해당하므로 7 내지 11항에서 이를 살펴본 후, 최종적인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의 존재 여부 내지 범위에 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3. 5회 기성금 지급청구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

    엘드건설은 이 사건 공사 중 4회 기성분까지의 공사대금은 이미 지급받았으나, 5회 기성공사대금은 지급받지 못하였다. 이 사건 공사 중 5회 기성분의 기성고 비율은 13.59%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건축부분 공사대금 23,245,600,000원의 13.59%인 3,159,077,04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가) 제1심 감정인 소외 2(이하 ‘제1심 감정인’이라 한다)의 2014. 3. 27.자 감정결과가 기성고 감정의 기초로 삼은 감리업무일지 기재 공정률은 실제 시공된 물량을 확인하여 기재한 것이 아니므로, 이를 기준으로 이 부분 공사대금을 산정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건물의 미시공 부분 완성에 필요한 공사비는 7,218,038,670원으로서, 이 사건 도급계약과 추가공사에 따른 공사대금 23,848,340,584원에서 위 금액을 공제한 엘드건설의 기성고는 16,630,301,914원(69.73%)에 불과한데, 피고는 이미 이를 초과하여 엘드건설에게 17,066,700,000원을 지급하였다.

    나. 기성공사대금 지급의무 발생

    1) 건축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는 공사 도중에 계약이 해제되어 미완성 부분이 있는 경우라도 그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원상회복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때에는 도급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되어 수급인은 해제된 상태 그대로 그 건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고, 도급인은 그 건물의 기성고 등을 참작하여 인도받은 건물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다43454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도급계약은 엘드건설의 부도 발생을 이유로 한 피고의 해제 의사표시가 2010. 11. 29. 엘드건설에 도달함으로써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엘드건설이 이 사건 도급계약 해제 무렵에 그때까지 시공된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하였다는 점을 피고가 명백히 다투지 않는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엘드건설이 해제 당시까지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기성공사대금 지급의 범위

    1) 기성공사대금 산정의 방식

    수급인이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채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의 정산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그 기성공사대금은, ① ‘기성고 비율 = (기시공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 / {(기시공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 + (미시공 부분에 소요될 공사비)}’와 같은 공식에 따라 먼저 기성고 비율을 확정한 뒤, ② 약정된 총공사비에 ① 기재 기성고 비율을 곱하여 이를 산정하는 방식(이하 ‘원칙적 산정방식’이라 한다)에 의함이 원칙일 것이다(대법원 2003. 2. 26. 선고 2000다40995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는 강행법적인 법리로 볼 것은 아니고, 당사자 사이에 기성 부분의 보수에 관한 약정이 인정되거나 그와 같은 방법으로 기성공사대금을 산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원칙적 산정방식과 달리 산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5다22556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갑 제15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감정인의 2014. 3. 27.자 감정결과 및 당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 내지 추론할 수 있는 아래 가) 내지 마)항 기재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원칙적 산정방식에 따라 이 사건 공사의 기성공사대금을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이상, 이 사건 공사 제5회 기성공사대금은 이 사건 공사의 감리단이 작성한 감리업무일지에 기재된 공정률을 기초로 하여 산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제1심에서는 이 사건 공사의 기성공사대금에 관한 원고의 감정신청을 채택한 후 제1심 감정인에게 원칙적 산정방식에 따른 공사비 산정에 필요한 자료로서 제5회 공사기간 동안 완성된 부분의 특정 내지 그 공사비의 산출을 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1심 감정인은, 감리단에 제출·승인되었다는 제5회 기성에 대한 수량산출서와 청구 수량이 일치하지 않고, 감리단으로부터 검토·승인된 제5회 기성금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였으나 인수하지 못하였으며, 제5회 기성에 대한 시공 위치를 확인하여 수량을 산출하고자 하였으나 감리일보, 사진대지 등으로는 수량을 추정할 수 있는 시공 위치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지 않았고, 감리단에서 제5회 기성고 조정 내용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없었던 점 등의 사유로, 제5회 기성 기간의 착수일인 2010. 8. 15.(공정률 82.32%)와 종료일인 2010. 10. 20.(공정률 13.59%) 사이의 차이인 13.59%를 기성고 비율로 보아 제5회 기성공사대금을 주4) 산정하였다.

    나) 이러한 사정에다가, 위 감정절차에서 감정신청인인 원고 등이 공사 관련 자료들의 전부 내지 대부분을 제출하였고 달리 자료제출의무에 어떠한 불성실 내지 해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제1심 감정인으로서는 현장 실사나 주어진 공사 관련 자료들만으로는 원칙적 산정방식에 의한 기성공사대금 산정을 위하여 필수적인 ‘기시공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를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한편 위 감정서에 첨부된 이 사건 공사의 감리업무일지는 그 작성 경위·시기·형식·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법령에 의하여 공사 진척 부분에 대한 조사 및 검사(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제105조 제2항 제11호, 같은 조 제3항 제5호 참조)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예정된 감리인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처리한 내역을 그때그때 계속적·기계적으로 매일 작성한 문서로서, 여기에 이 사건 공사의 공정률 내지 기성고 비율을 정하는 기초자료로서의 신빙성을 충분히 부여할 수 있어 보인다. 나아가 감리인이 현실적으로 건축주(도급인)에 대하여 법적·기술적 측면에서 건축공사를 보조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그 공정률에 대하여 허위로 기재할 별다른 이유 내지 위험은 희박하다고 보이며, 이러한 감리업무일지의 증명력을 수급인인 엘드건설 측이 일방적으로 작성·제출한 작업일보 등의 증명력과 동일시할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라)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공사의 감리인이 직접 공사 수량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위 감리업무일지를 작성하였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감리업무일지의 증명력을 다투고 있다.

    살피건대 을가 제7, 8, 10, 30, 31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 당시 감리단은 엘드건설로부터 공사일보를 제출받고 이 사건 도급계약 당시 제출된 예정공정표의 공정률과 비교하여 실제 공정률을 개략적으로 확인·기재한 사실, 제4회 기성검사 및 이 사건 공사 중단 이후 실시된 마지막 기성검사에 의하여 산정된 공정률이 각 검사일 무렵 기재된 감리업무일지의 공정률보다 낮게 기재되어 있는 사실, 2010. 6. 7. 및 2010. 9. 4. 감리단이 엘드건설에게 예정 공정률보다 이 사건 공사가 늦어지므로 이를 만회할 대책을 수립하라는 취지로 통보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① 을가 제30호증의 기재(감리단 답변서)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감리인은 이 사건 공사 당시 제출받은 공사일보에 대하여 매일 그 작업내용을 숙지하고 현장 시공 투입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공사 감리원이었던 당심 증인 소외 3은 정확한 공정률을 매회 기성검사시 내지 이 사건 공사 중단 이후의 최종 기성검사시에 확인하였다는 취지이나, 위와 같은 감리단 답변서 또는 을가 제10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기성검사 당시 현장반입 장비류의 자재비는 50% 이내에서 인정하고 현장가입 가공자재 및 일반자재비는 경비로 인정하지 않는 등의 검사기준을 통하여 기성공사대금을 산정하는 등 (최종) 기성검사시 산정된 공사대금 또한 부당하게 축소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③ 제4회 기성검사서(을가 제7호증)에 기재된 총공정률은 82.80%인데, 그 기성검사일인 2010. 8. 17.자 감리업무일지(을가 제8호증)에 기재된 공정률 또한 이와 동일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인정사실 내지 위와 같은 피고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감리업무일지의 증명력이 이 사건 공사의 기성공사대금 산정에 관한 자료로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탄핵 내지 감쇄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마) 피고는 또한, 공사 중단 당시의 검사서(을가 제10호증의 1)에 따라 기성고 비율이 76.03%임을 전제로 하여 산정되는 기성공사대금은 18,131,893,346원으로서 피고가 이미 지급한 공사대금 17,066,700,000원을 공제하면 1,065,193,346원의 공사대금채권만이 잔존한다(이 또한 7항 이하에서 보는 각 피고의 주장 요지 부분과 같이 채권의 이전 내지 상계 등으로 말미암아 소멸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을가 제10호증의 1(검사서)는 엘드건설이 부도처리된 후 엘드건설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된 문서인데다가, 앞서 본 대로 일부 자재비 내지 경비에 관하여 이를 부당하게 축소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 검사서가 기성공사대금 산정에 관하여 적정한 증거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주5) 어렵다.

    2) 기성공사대금의 범위

    이러한 기준에 따라 산정되는 이 사건 공사 중 제5회 기성분의 전체 공사대금은 건축공사, 소방공사를 합하여 3,383,910,000원(= 약정총공사비 24,900,000,000원 × 13.59%)이다.

    나아가 갑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엘드건설은 2010. 12. 1.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 중 제5회 기성공사대금을 청구하면서 건축부분 공사대금 3,073,000,000원, 소방부분 공사대금 616,720,000원을 청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엘드건설이 자신이 시공한 건축부분과 진성산업 주식회사가 시공한 소방부분에 관하여 모두 공사대금을 청구한 점, 건축부분과 소방부분의 시공비율은 엘드건설과 진성산업 주식회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므로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시공비율을 사실과 다르게 청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제5회 기성공사대금 중 엘드건설이 시공한 비율은 83.29%{= 3,073,000,000원 ÷ (3,073,000,000원 + 616,720,000원), 소수점 셋째자리 이하 반올림}라고 봄이 타당하다[이에 대하여 피고는, 엘드건설과 별도의 건설업체가 시공한 전기·통신 부분은 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제출한 을가 제30호증(감리단 답변서)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전체 공사 중 엘드건설이 시공한 건축부분이 전체 공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71%로서 오히려 위 시공 비율보다 높은 반면 전기·통신공사는 각각 5.46%, 2.09%에 불과하므로, 위 시공 비율의 인정 내지 이에 따른 공사대금 산정에 있어 전기·통신 부분의 공사대금까지 중복 계상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결국 피고에게 일응 지급의무가 인정되는 제5회 기성공사대금은 2,818,458,639원(= 3,383,910,000원 × 0.8329)이 된다.

    4. 추가공사대금 청구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

    가)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이후 피고의 요구에 따라 설계변경이 있었고, 이에 따라 공사비가 5,510,366,189원만큼 증가하였다. 설계변경 내지 이에 따른 추가·변경 공사는 ① 파일항타공법 변경, ② 지하실 부상(부상)방지시설 공법의 변경, ③ 방화셔터 시설보완 및 승강기 기계실 추가공사, ④ 철근·단열재의 추가 투입 등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건물의 안전과 직결되는 것들이고, 공사 당시 피고 측 감리인 등이 현장에 상주하였으며, 이러한 추가·변경공사비용이 약 55억 원에 이르는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추가공사비를 지급한다는 취지로 약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추가공사대금 5,510,366,189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만약 추가공사약정이 없었더라도, 피고는 추가공사대금액에서 피고 스스로 승인하였다는 603,340,584원을 공제한 4,907,025,605원만큼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가) 파일항타공법 변경은 이미 이 사건 도급계약 당시 작성된 시방서가 예정하였던 것으로 설계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철근·단열재의 물량 증가가 있더라도 공사내역서상 물량은 공사비 총액을 정하기 위한 일응의 기준에 불과하고, 원고가 그 증가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다) 원고는 추가공사대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기로 특약하였다.

    나. 판단

    1) 우선 갑 제1호증, 을 제13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제1심 감정인의 각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설계변경 등에 따른 공사대금의 변동에 대하여 정하는 이 사건 도급계약의 일반조건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15조(설계변경 등)
    ① 계약상대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실을 발견한 때에는 당해 부분에 대한 계약이행 전에 지체 없이 공사감독자를 경유하여 계약담당자에게 서면으로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1. 설계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누락 · 오류 또는 상호 모순되는 점이 있을 때
    2. 지질, 용수 등 공사현장의 상태가 설계서와 다를 때
    ② 계약담당자는 제1항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 사실을 조사 확인하고 공사가 적절히 이행될 수 있도록 설계변경 또는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③ 계약담당자는 제1항에 정한 사유 외에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설계서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계약상대자에게 이를 서면으로 통보할 수 있다.
    1. 당해 공사의 일부변경이 수반되는 추가공사의 발생
    4. 시공방법의 변경
    5. 기타 공사의 적정한 이행을 위하여 변경이 필요한 사항
    ⑤ 계약담당자는 제1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설계변경을 하는 경우 계약상대자로 하여금 다음 각호의 사항을 공사감독자를 경유하여 제출하게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계약상대자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
    1. 당해공종의 수정공정표
    2. 당해공종의 수정도면 및 수정상세도면
    3. 조정이 요구되는 계약금액 및 기간
    4. 여타의 공정에 미치는 영향
    제16조(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① 계약담당자는 제15조의 규정에 의한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공사량이 증감하는 경우 다음 각호의 1의 기준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1. 증감된 공사량의 단가는 계약단가로 한다. 다만, 계약단가가 예정단가보다 높은 경우로서 물량이 증가하게 되는 경우 그 증가된 물량에 대한 적용단가는 예정가격단가로 한다.
    2. 계약단가가 없는 신규비목의 단가는 설계변경당시(설계도면의 변경을 요하는 경우에는 변경도면이 확정된 때, 설계도면의 변경을 요하지 않는 경우에는 계약 당사자간에 설계변경을 문서에 합의한 때를 말한다. 이하 같다)를 기준으로 산정한 단가에 낙찰률(예정가격에 대한 낙찰금액 또는 계약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
    ② 계약상대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발주사무소가 설계변경을 요구한 경우에는 증가된 물량 또는 신규비목의 단가는 설계변경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한 단가와 동 단가에 낙찰률을 곱한 금액의 범위 안에서 발주사무소와 계약상대자가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계약금액의 증가분에 대한 간접노무비, 산재보험료 및 안전관리비 등 승율비용과 일반관리비 및 이윤은 당초 계약시 승인받은 공사비명세서상의 간접노무비율, 산재보험료율 및 안전관리비율 등의 승율비율과 일반관리비율 및 이윤율에 의한다.
    제17조(기타 계약내용 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① 계약담당자는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경이 이외에 공사기간, 운반거리의 변경 등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변경된 내용에 따라 실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에는 제16조 제3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나) 엘드건설은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이후 아래 표 기재와 같은 항목에 관하여 공사를 하였고, 이러한 시공을 위해서는 아래 표 시공비란 기재와 같은 액수의 시공비가 필요하다.

    순번 항목 시공비(단위 : 원)
    1 기초보강공사 공법 변경(S.I.P. 공법에서 D.R.A. 공법으로) 4,731,095,556
    2 지하실 부상(부상)방지 공법 변경(락앙카공법에서 드레인매트 공법으로) 42,995,951
    3 방화셔터 시설보완 161,904,641
    4 승강기 기계실의 추가공사 6,758,888
    5 철근 추가투입 257,082,104
    6 단열재 추가투입 302,145,274
    7 오픈트렌치를 PC트렌치로 변경 8,383,775
    합계 5,510,366,189

    다) 엘드건설은 위와 같은 변경시공과 관련하여 일부 항목에 대하여 아래 표 요청내역란 기재와 같이 감리인을 통하여 피고에게 설계변경승인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아래 표 승인내역란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승인을 하였다.

    항목[위 나)항 표와 같다] 요청내역 승인내역
    일자 증가금액(단위 : 원) 일자 증가금액(단위 : 원)
    1 2010. 7. 6. 556,700,000 2010. 7. 21. 450,000,000
    2 2010. 7. 6. 14,215,230 2010. 7. 21. 7,480,000
    3 2010. 7. 26. 165,779,000 2010. 8. 12. 144,455,000
    4 2010. 4. 29.   2010. 5. 17. 1,405,584
    5 요청 또는 승인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
    6
    7 2010. 7. 30. 0 2010. 8. 30. 0
    합계   736,694,230   603,340,584

    2) 위 인정사실과 을가 제12 내지 16호증, 을가 제23, 24, 33, 34호증의 각 기재 및 당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 내지 추론할 수 있는 아래 가) 내지 라)항 기재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엘드건설과 피고는 이 사건 공사의 설계변경과 관련하여 위와 같이 피고가 승인한 내역 합계 603,340,584원의 공사대금 증액에 관하여 약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반면, 이를 초과하는 추가공사대금에 관한 약정 내지 같은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8호증, 갑 제14 내지 29호증, 갑 제33 내지 37호증, 갑 제40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과 제1심 감정인의 2014. 3. 27.자 감정결과 및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은 선뜻 이를 믿기 어렵거나 그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앞서 본 대로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대금 변동을 위한 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원고 주장의 추가공사 항목 중 일부에 대하여 엘드건설은 실정보고서(갑 제15호증)를 작성하거나 추가·변경공사의 필요성에 관한 기술적 검토의견서(갑 제19, 20호증) 등을 첨부한 뒤 증액되는 공사금액을 명시하여 감리단을 거쳐 피고에게 설계변경 승인 요청을 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하여 위 표 기재와 같이 증액에 동의하는 공사금액을 명시하여 설계변경을 승인하였다(을가 제13호증의 5, 을가 제14 내지 16호증의 각 3, 이하 ‘이 사건 각 공문’이라 한다). 이에 대하여 엘드건설은 갑 제33, 34호증의 각 기재와 같이 이 사건 도급계약 해제일 이후인 2010. 12. 6. 및 2011. 12. 4. 뒤늦게 추가공사대금을 청구하였을 뿐, 피고의 추가공사대금 승인(내지는 나머지 원고 주장 항목에 대한 사실상의 추가공사대금 지급 거절) 당시에 그 승인 내용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승인’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고 그 문서도 받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원고의 이사인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도 이와 같은 취지이다). 그러나 피고의 승인은 피고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양식의 이 사건 각 공문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비록 이 사건 각 공문이 피고의 기관 내부 의사결정에 관한 것이더라도 엘드건설이 당시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내지 변경공사대금의 인정 여부에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점, 실제로 엘드건설이 위와 같은 추가·변경공사내역을 시공한 점, 원고 주장과 같이 엘드건설이 증액을 요청한 추가·변경공사가 상당한 규모에 이르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공문을 통하여서든 구두로든 이를 전혀 알지 못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결국 엘드건설과 피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위와 같은 승인이 있었던 사항에 관해서는 설계변경에 따른 증액을 인정하는 내용의 추가공사 약정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 원고는 앞서 본 피고의 승인금액을 넘어서는 추가·변경공사 내지 설계변경에 관하여도 피고의 승인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 및 소외 3의 일부 증언도 이에 부합하는 취지이다. 그러나 소외 4도 피고 측 감독관 소외 5로부터 직접 설계변경을 승인한다고 들은 것이 아니라 현장 직원을 통하여 전해 들었다는 취지에 불과하고, 소외 3의 증언도 소외 5가 엘드건설로 하여금 일단 변경된 D.R.A. 공법에 따른 항타작업을 시행하도록 하였다는 것일 뿐 그로 인한 공사대금 증액을 명시적으로 승인하였다는 취지의 진술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엘드건설이 위와 같은 공법변경에 따른 증액을 요청할 무렵인 2009. 8. 26.경 피고는 설계변경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취지의 공문(을가 제32호증)을 보낸 사정만이 보일 뿐이다.

    다) 나아가 1)의 나) 기재 표 순번 제1항과 같은 기초보강공사 공법 변경의 경우에 관하여 보더라도, ① 앞서 본 대로 1)의 다) 기재 순번 제1항과 같이 450,000,000원에 이르는 피고의 승인이 있었고, ② 이러한 공법변경은 통상적으로 공사단가 자체의 변경 내지 상승을 수반하는데, 엘드건설은 2010. 7. 6. 증액요청 당시 계약단가를 변경하지 않은 채 수량만 변경하여 그 정산을 요청하는 내용의 정산내역서(을가 제13호증의 1)를 첨부하였으며, ③ 원고가 설계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D.R.A. 주6) 공법은 케이싱 부착 천공기를 사용하는 공법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도급계약의 일부인 시방서(을가 제22호증)에 의하면 ‘천공 및 천공 후 장비를 인발할 때 공벽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경우, 케이싱 부착 천공기를 사용한다.'라고 이미 D.R.A. 공법의 적용을 예정하고 주7) 있고, ④ 원고의 현장대리인이었던 소외 6은 2009. 9. 2.경 ’파일항타공사를 실시함에 있어 향후 설계변경등 공사와 관련된 변동사항에 대하여 농협중앙회 및 ㈜종현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감리단을 말한다)의 결정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라는 취지의 확약서(을가 제33호증)를 작성·제출한 사정 등을 인정할 수 있다.

    라) 한편 1)의 나) 기재 표 순번 제5, 6항과 같은 철근·단열재 수량의 추가 투입의 경우에도, 이 사건 도급계약의 일반조건에 의하면 원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도급계약 당시 예정하였던 철근·단열재 수량이 증가한다고 하여 곧바로 그 증액 청구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나아가, 시방서와 더불어 이 사건 도급계약의 일부를 구성하는 현장설명서(을가 제12호증)에 의하면 ‘… 계약상대자가 작성하여 제출한 공사비 내역서상의 품목이나 공사수량 누락 내지 오류를 이유로 추가지급 또는 설계변경을 요구할 수 없다.’라고 정하는데, 엘드건설이 작성·제출한 각 시공계획서(을가 제23, 24호증)에 나타난 철근·단열재 물량은 당초 공사내역서의 물량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다.

    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추가공사대금으로 그 지급을 구할 수 있는 공사대금채권액은 피고 승인액인 603,340,584원에 한정되고, 이를 넘는 범위의 추가공사대금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물가변동으로 인한 조정금액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앞서 본 공사대금에 관하여 물가변동에 따른 조정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 액수는 앞서 본 공사대금 합계액 8,669,443,229원에 지수조정율 3.06%를 곱한 265,284,962원이다.

    나. 판단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기재와 제1심 감정인의 2014. 3. 27.자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대금의 조정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제되기 전인 2010. 9. 10.을 기준으로 계약 특수조건에 따라 이 사건 공사대금에 적용될 지수조정율은 3.06%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공사계약 특수조건]
    제12조(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① 계약담당자는 물가변동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경우 당해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90일 이상 경과하고 동시에 다음의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금액의 조정이 있은 후 조정기준일(조정사유가 발생한 날을 말한다)부터 90일 이내에는 이를 다시 조정하지 못한다.
    1. 입찰일(수의계약의 경우에는 계약체결일을, 2차 이후의 계약금액 조정에 있어서는 직접 조정기준일을 말한다)을 기준으로 하여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품목 또는 비목의 가격 등의 등락으로 인하여 산출된 품목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된 때
    2. 입찰일을 기준일로 하여 재정경제부장관이 정하는 지수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된 때
    ③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한 계약금액을 조정함에 있어서 계약금액의 조정율(이하 ‘지수조정율’이라 한다)의 산출방법은 재정경제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④ 계약금액을 조정함에 있어서 그 조정금액은 계약금액 중 조정기준일 이후에 이행되는 부분의 대가(이하 ‘물가변동적용대가’에 품목조정율 또는 지수조정율을 곱하여 산출하되, 계약상 조정기준일 전에 이행이 완료되어야 할 부분은 이를 물가변동적용대가에서 제외한다. 다만, 본 회의 책임있는 사유 또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사유로 이행이 지연된 경우는 물가변동적용대가에 이를 포함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물가변동에 따른 조정금액은 앞서 본 공사대금과 추가공사대금 합계 3,421,799,223원(= 2,818,458,639원 + 603,340,584원)에 지수조정율 3.06%를 곱한 104,707,056원(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이 된다.

    6. 중간 결론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합계 3,526,506,279원(= 기성공사대금 2,818,458,639원 + 추가공사대금 603,340,584원 + 조정금액 104,707,056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7. 계약보증금채권과의 상계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 내지 피고보조참가인의 주장 요지

    이에 대하여 피고 내지 피고보조참가인은, 원고의 보증인인 피고보조참가인이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한 계약보증금채권과 대등액의 범위 내에서 상계한다(이에 따라 계약보증금채권액과 대등액의 범위 내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소멸되었다)고 주8) 주장한다.

    나. 판단

    민법 제492조 제1항 본문은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자동채권은 원칙적으로 상계자 자신이 피상계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이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민법은 제434조에서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주채무자가 무자력이 되면 보증인은 실질적으로 상환을 받을 수 없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보증인의 보호와 법률관계의 간이한 해결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보증인이 주채무자의 채권으로 직접 상계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특별규정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상계의 의사를 표시한 피고보조참가인이 주채무자인 엘드건설에 대한 보증인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아래 1) 내지 5)항 기재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주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민법 제434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보증인이 주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피고 내지 피고보조참가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상계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된 권한임

    가) 채무자회생법은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제56조 제1항),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 이후 채무자의 재산에 관하여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회생절차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 효력을 주장하지 못한다.’(제64조 제1항)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등 참조). 즉, 관리인은 사익 추구의 주체나 단순히 주주·지분권자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인의 기관이 아니라 채무자나 모든 채권자를 위하여 채무자회생법 제82조 제1항의 선관주의의무를 지는 독립된 제3자의 지위에 서게 된다.

    나) 이러한 채무자회생법의 규정들에 의하면, 주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자동채권의 처분권한은 주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는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어 주채무자는 더 이상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내지 피고보조참가인이 주장하는 상계의 자동채권인 엘드건설(주채무자)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민법 제434조가 정하는 ‘주채무자’의 채권이라고 볼 수 없다.

    2) 주채무자 내지 관리인의 상계 금지

    가) 채무자회생법 제131조주9) 본문은 ‘회생채권에 관하여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이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생계획에 규정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면제를 제외한다)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한다.

    나) 여기서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의 주체에 관하여 명시적 규정이 없기는 하나, 관리인이나 회생채무자 본인이 회생절차에서 가장 대표적·중심적 지위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관리인이나 회생채무자는 그와 같은 채권소멸행위 금지의 적용대상이라 할 것이므로, 이들의 상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상계에 관한 민법 제492조 이하의 규정이 제6절 ‘채권의 소멸’에 관한 규정들 중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법 조문의 체계에 비추어 보면, 상계는 회생채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 따라서, 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제하는 경우’를 비롯하여 채무자회생법 제131조 단서 및 각호 등이 규정하는 예외사유가 없는 한, 관리인이나 회생채무자 본인은 회생채권 내지 회생담보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회생채권을 상계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라) 주채무자에 해당하는 회생채무자 내지 그 관리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반대채권으로 상계할 수 없는 이상, 주채무자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보증인의 상계는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비록 민법 제434조가 보증인의 상계권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본질적으로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전제하는 것으로서, 주채무자가 상계할 권리가 없거나 제한되는 경우에까지 보증인이 민법 제434조에 따라 그 상계권을 행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 한편 직접적인 채권·채무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의 상계만을 허용하는 민법상 원칙과 달리 보증인에게 주채무자의 채권에 대한 처분권을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입법정책적 배려이지 법논리적으로 당연히 주어지는 결과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민법 제434조가 채무자회생법 등 관련 규정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특별규정이라고 볼 수도 없다.

    3) 상계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파산절차와 회생절차 사이의 차이

    가) 채무자회생법 제정·시행 이전의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산법’이라 한다) 제89조는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당시에 파산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때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이는 상계에 의하여 언제라도 채무를 결제할 수 있는 기대로부터 파생하는 상계적상의 대립채권에 대한 담보적 기능은 상대방이 파산하는 것에 의하여 당연히 파괴되는 것이 아니고, 만약 상대방이 파산한 경우 상계를 허용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파산재단에 대하여 자기의 채무는 완전하게 변제하여야 하는 반면 자기의 채권에 대하여는 파산절차에서의 배당으로 만족하여야 하는 현저한 불균형을 고려하여, 파산절차에서도 상계의 담보적 기능을 정면으로 승인하고 고유한 파산절차(배당절차)에 의하지 않은 상계권의 행사를 인정하는 취지로 보인다. 현행 채무자회생법 제3편의 파산절차 규정을 보더라도, 파산채권인 자동채권은 파산선고시에 변제기가 도래된 것으로 간주되고(채무자회생법 제425조), 파산절차 진행 중에도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상계할 수 있으며(채무자회생법 제416조), 구 파산법과 동일하게 상계 의사표시의 시기에 관해서도 별다른 제한이 없다. 따라서 파산절차의 경우에는, 주채무자가 파산을 하더라도 채권자가 스스로 상계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채권자는 보증인에 대하여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거나 주채무자에 대한 상계로써 자신의 채권 만족을 얻는 두 가지 권리실현 가능성을 가지게 되고, 채권자가 보증인에 대한 청구 쪽을 선택할 경우 보증인의 구상채권이 파산채권으로 되어 보증인이 실질적 손실을 감수하게 되며, 이러한 결과가 보증인에게 지나치게 불이익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나) 그러나 채무자회생법이 규정하는 회생절차의 경우, 파산절차에 비하여 상계에 상당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우선,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관하여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고는 변제 등 이를 소멸시키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채무자회생법 제144조 제1항은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채권과 채무의 쌍방이 신고기간 만료 전에 상계할 수 있게 된 때에는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는 그 기간 안에 한하여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계할 수 있다. 채무가 기한부인 때에도 같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파산절차의 경우에 비하여 자동채권에 관한 변제기가 도래된 것으로 간주되지 않고, 회생채권 등의 신고기간 만료일까지 변제기가 도래하여야만 상계적격을 가지며, 상계의 의사표시도 신고기간 만료일까지로 그 종기(종기)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파산절차와 달리 상계를 광범위하게 인정할 경우 채무자의 자산이 감소되어 회생이 어렵게 되고, 개시결정 당시 채권의 현재화·금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상계에 의하여 소멸하는 채권·채무의 범위가 일정 시기까지 명확하게 되지 않을 경우 회생계획 작성 등 이후의 절차 진행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 파산절차와 회생절차 사이의 이와 같은 차이점은, 도산채무자에 대한 담보권자의 법적 지위 내지 권리실현 절차를 비교하여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구 파산법 내지 채무자회생법 제3편이 정하는 파산절차의 관련 규정들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상에 존재하는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가진 자에게는 그 목적인 재산에 관하여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 즉 별제권을 부여하고 있다(구 파산법 제84, 86조, 채무자회생법 제411조, 제412조 참조). 반면 채무자회생법 제2편이 정하고 있는 회생의 경우에는 담보권자에 대하여 ‘회생담보권자‘라는 별도의 절차법적 지위를 부여하면서 ’회생담보권자는 그가 가진 회생담보권으로 회생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141조)라고 규정함으로써 담보권자의 경우에도 회생절차에 의한 단체적·획일적인 변제절차를 예정하고 있다. 아래 4)항에서 보듯이 상계에는 마치 상대방의 채권에 담보를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한 채권담보적 기능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상계권자와 담보권자의 법적 지위에는 상당 부분 공통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라) 결국 구 파산법 내지 채무자회생법에 의한 파산절차는 그 주된 목적이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배당하는 것’에 대체로 한정되는 반면, 채무자회생법에 의한 회생절차는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것 또한 그 목적으로 삼고 있는 점에서 위와 같이 상계(내지 담보권)에 관한 입법상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여겨진다(채무자회생법 제1조 주10) 참조).

    마) 따라서, 파산절차에서는 채권자가 별다른 제한 없이 주채무자에 대하여 상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더 나아가 설령 보증인이 파산자인 주채무자의 채권으로 상계를 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상계의 행사주체·요건·시기 등에 관하여 파산절차와 그 법적 규율 내지 입법 목적·취지를 달리 하는 회생절차에서 보증인의 상계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4) 상계의 담보권적 기능과 회생제도의 목적 사이의 관계

    가) 일반적으로 민법상의 상계제도는 공평의 이념에 바탕한 채권담보적 기능, 즉 쌍방이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동종의 채권을 가지고 있을 때 자기 채권의 변제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방의 채권(즉 자기의 채무)을 활용할 수 있어 마치 상대방의 채권에 유치권이나 질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서로 채권·채무관계에 있는 당사자 쌍방 사이에는 상계를 통하여 자기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기대 내지 신뢰를 가지게 되고, 이러한 상계제도의 기능은 거래가 이루어진 후 상대방의 재정상태가 극도로 악화되는 파산의 경우에 그 효용이 극대화된다고 볼 수도 있다.

    나) 그러나 상계채권자가 가지는 담보권자와 유사한 지위는 그것이 다른 채권자들의 정당한 이익과의 균형 위에서 비로소 보장되는 것이므로, 상계제도의 목적 및 기능, 관련 당사자들 이익과의 형량, 상계의 허용 여부가 문제되는 구체적 상황 등에 따라서 상계의 허용 여부 내지 범위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채무자가 회생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회생채권자 입장에서는 통상적인 민사소송·집행절차나 파산절차에서의 채권자와 마찬가지로 보증인에 의한 인적 담보 이외에 상계권 행사에 의한 자기채권의 만족에 관한 기대 내지 신뢰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자회생법 제144조가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자에 의한 반대채권의 상계를 허용하되 그 시기적 제한을 설정하고 자동채권의 변제기 도래 간주 규정을 두지 않는 등 그 상계의 범위 내지 요건에 관하여 일정한 제한을 마련한 취지는, 앞서 본 대로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 조정을 통한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 회생을 도모하여야 하는 회생절차의 목적을 충실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라) 이와 같이 회생채무자 내지 주채무자와 직접적인 채권·채무관계를 맺고 있는 회생채권자의 상계도 일정한 제한을 받는 반면, 이와 달리 채권자와 직접적으로 채권·채무관계를 맺지 않아 채권자와 사이에서 상계의 상호담보적 기능을 주장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보증인에게 주채무자의 채권에 기한 상계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고, 그것이 상계를 둘러싼 이해관계인들의 적절한 이익 형량에 부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5) 그 밖의 사정들

    가) 채권자가 보증인과 사이에 보증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의도하는 바는 주채무자가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등 자력을 상실할 경우 보증인으로부터 채권 전부의 현실적인 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채권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채권의 신고기간 만료일에 이르기까지는 상계를 함으로써 현실적인 채권의 만족에 이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예컨대 채권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채무자에 대하여 보증인이 없는 다른 채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라면 주채무자에 대한 자신의 채무를 보증인이 없는 다른 채권과 상계하고 보증인이 있는 채권에 관하여는 보증인으로부터 현실적인 이행을 받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이와 같이 채권자가 보증인이 있는 당해 채권에 기한 상계권의 행사를 원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고, 채권자는 회생채권의 신고기한을 넘겨 상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채권자의 상계권은 채권자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므로 채권자로 하여금 상계권의 행사를 강제할 수 없다.

    나) 이에 반하여 보증인은 원칙적으로 주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변제한 뒤 전형적으로 자력이 약화되어 있을 주채무자로부터 자신의 구상권 등에 대한 만족을 얻을 것을 기대하여야 하는(특히 주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회생절차에 회생채권 등으로 신고하여 회생절차를 통한 만족을 꾀하여야 하는) 입장에 있으며, 다만 우연히 주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434조에 기한 주채무자의 상계권을 원용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채권자와 보증인의 상대적인 법적 지위 및 이익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주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 보증인으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채무자의 반대채권으로 채권자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 및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8.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의 이전(내지 양도)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요지

    엘드건설의 하수급업체 등 엘드건설에 대한 채권자들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하거나 직접지급 청구 등의 방법으로 이를 행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합계액 5,507,821,880원에 해당하는 부분(아래 표 기재와 같다)은 위 채권자들에게 이전되었다.

    나. 판단

    1) 을가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아래 표 채권자란 기재 채권자들이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그 채권을 양수하거나, 체납처분의 대상으로 압류하거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 등으로 권리를 행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순번 채권자 일자 내용 채권금액(단위 : 원)
    1 현대개발 주식회사 2010. 10. 15. 채권양수 90,876,280
    2 주식회사 아이디에프이앤씨 2010. 10. 22. 채권양수 499,230,000
    3 전주세무서 2010. 10. 25. 국세 체납 이유로 압류 1,442,000,000
    4 주식회사 신일 2010. 11. 2.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1,709,970,000
    5 주식회사 선이앤씨 2010. 11. 2.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1,571,145,600
    6 유한회사 성우이앤씨 2010. 11. 4.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75,800,000
    7 주식회사 영창개발 2011. 1. 26.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118,800,000
    합계 5,507,821,880

    2) 그러나, 우선 갑 제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11. 3. 31. 법원의 허가를 받아 위 표 순번 제3항 기재 국세를 납부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3) 나아가 갑 제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전주세무서를 제외한 위 표 기재 채권자들(이하 ‘위 채권자들’이라 한다)은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자신이 회생채권자라고 주장하며 위 채권 등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계획이 인가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위 채권자들 또한 그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생채권자로서 인가조건에 따라 채권변제를 받는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4) 즉, 위 채권자들은 엘드건설에 대한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삼아 위 회생절차 내에서 이를 행사하고 있는 반면, 채권양도 또는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권 취득에 따른 피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였거나 피고가 그 권리 행사에 응하여 위 채권자들에게 채권액 전부 내지 일부를 변제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5) 한편,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은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수급인인 엘드건설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고자 할 때 피고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약정(앞서 본 일반조건 제5조, 이하 ‘양도금지특약’이라 한다)하고 있는데, 엘드건설은 피고의 동의 없이 위 채권자들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양도금지특약에 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그 효력이 없고, 이에 따라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자는 여전히 엘드건설이라 할 것이며, 피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이 위 채권자들에게 이전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위 조항 단서가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므로, 만약 위 채권자들이 엘드건설로부터 채권을 양수할 당시 양도금지특약에 대하여 선의였다면 그와 같은 채권양도가 유효하고 이에 따라 피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이 위 채권자들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이 위 채권자들이 양도금지특약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고, 오히려 갑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채권양수의 대상이 된 채권의 증서인 이 사건 도급계약서 자체에 양도금지특약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위 채권자들이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비교적 손쉽게 알 수 있었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일 주11) 뿐이다).

    6) 그리고 갑 제43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위 채권자들 중 직접지급 청구권을 취득하였다는 주식회사 선이앤씨는 2009. 11. 9. 피고보조참가인으로부터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구 건설산업기본법(2011. 5. 24. 법률 제10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1항 제5호, 제2항 제4호주12) 가 직접지급의 요건으로서 ‘하도급대금의 지급보증서를 교부하지 아니한 경우’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주식회사 선이앤씨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권을 적법하게 취득한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하도급대금지급에 관한 보증금채권을 가지는 주식회사 선이앤씨가 굳이 피고에 대한 직접지급 청구권을 행사하여야 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7)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위 채권자들은 양수금채권 내지 직접지급 청구에 따른 권리를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한편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로 인하여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나아가 실제로 위 채권자들에 대하여 그와 같은 사유를 들어 양수금 등의 지급을 거절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고가, 본래의 채권자인 원고가 해당 채권액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는 그 입장을 바꾸어 채권양도의 유효 내지 이에 따른 채권의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 내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결국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9.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과의 상계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하자의 발생 및 보수비용

    살피건대 제1심 감정인의 2014. 3. 28.자 감정결과, 당심 감정인 소외 2의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건물 중 엘드건설이 시공한 부분에 엘드건설의 부실시공 또는 오시공으로 인하여 별지 1 ‘제1차 감정에 따른 하자 내역표’ 및 별지 2 ‘제2차 감정에 따른 하자 내역표’ 기재와 같이 콘크리트 균열, 박리, 배관 파손, 누수,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의 하자가 발생한 사실, 그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적정 비용은 별지 각 내역표의 보수비란 기재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콘크리트 표면에 균열, 박리 등의 하자가 발생하였다는 증거가 없거나, 피고 주장의 하자 중 대부분은 원고 시공 부분인 무근콘크리트 바닥공사와 무관하고 제1차 감정결과에 따른 하자보수비 중 합계 190,991,439원만이 엘드건설의 시공으로 인한 하자에 관한 하자보수비로 인정될 수 있을 뿐 이를 초과하는 감정결과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각 감정결과가 논리칙·경험칙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감정절차상의 하자 등으로 인하여 하자보수액 산정이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려운 이상,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다만 원고가 시공하지 않은 부분에서 하자가 발생·확대되었을 가능성에 대하여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부분에서 반영하기로 한다).

    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의무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등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의 수급인으로서 도급인인 피고에게 민법 제667조에 따라 이 사건 건물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그와 같은 손해배상 합계액은 816,556,795원(= 691,838,115원 + 124,718,680원)이 된다.

    2)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다만, 제1차 감정일인 2013. 12. 23.은 엘드건설이 공사를 중단한 2010. 10. 21.로부터 3년 이상, 이 사건 건물의 사용승인일인 2011. 6. 17.부터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경과함으로써 위 하자에는 자연발생적인 노화현상으로 인한 것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제2차 감정 개시일인 2015. 6. 16.로부터 이를 따져보면 순차로 5년 이상, 4년의 각 시간적 간격이 있다). 또한, 피고의 관리상 잘못 또는 엘드건설에 이어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한 한부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한부종건’이라 한다)의 시공상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건물에 발생한 하자가 확대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비롯하여 당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금액은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위 인정금액의 90%인 734,901,115원(= 816,556,795원 × 0.9)으로 제한함이 주13) 타당하다.

    다. 상계의 범위

    피고는 별지 1 기재 각 하자에 관하여는 2014. 6. 20.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별지 2 기재 각 하자에 관하여는 2015. 9. 22.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각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으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위 각 서면은 2014. 6. 24. 및 2015. 9. 24. 원고에게 각 도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갖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액 734,901,115원 중 622,654,303원(= 제1차 감정에 따른 손해배상액 691,838,115원 × 0.9)과는 2014. 6. 24.에, 나머지 112,246,812원(= 제2차 감정에 따른 손해배상액 124,718,680원 × 0.9)과는 2015. 9. 24.(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무의 이행기는 도급인이 그 이행을 청구한 때이다)에 각 소급하여 대등액의 범위에서 소멸하였다(피고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은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고, 도급인이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보유·행사하는 한에 있어서는 수급인이 그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도급인의 이행지체책임은 발생하지 않으므로, 그 지연손해금은 고려하지 않는다).

    10. 지체상금 공제(내지 상계)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엘드건설이 공사완성기한인 2010. 11. 30.까지 공사를 완성하지 못할 경우 그 다음날부터 실제 완공일까지 1일당 계약금액의 1/1,000 비율로 계산한 지체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였는데, 이 사건 도급계약 해제 이후 피고가 다시 한부종건에게 이 사건 잔여 공사를 도급주어 2011. 6. 17.에서야 이 사건 공사가 완성되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약정 공사완성기한 다음날인 2010. 12. 1.부터 실제 공사완성일인 2011. 6. 17.까지 199일에 해당하는 지체상금 4,625,874,400원(= 공사계약금액 23,245,600,000원 × 0.001 × 199일)에서 계약보증금채권액 2,324,56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2,301,314,400원의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 금액이 공사대금채권에서 공제 내지 상계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우선, 계약보증금의 귀속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그 액수 범위 내에 있는 지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고, 계약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지체상금의 지급만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계약보증금 2,324,560,000원(계약금액의 10%)을 초과하는 지체상금이 발생한 경우에만 계약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지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 즉, 피고는 이 사건에서 100일(계약보증금률 0.1 ÷ 지체상금률 0.001/일)을 초과하는 지체일수에 대한 지체상금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만 계약보증금과 별도로 지체상금을 구할 수 있다.

    2) 한편, 피고가 수급인이 완공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채 공사를 중단하고 계약이 해제된 결과 완공이 지연된 경우에 있어서 지체상금은 약정 준공일 다음날부터 발생하되 그 종기는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거나 기타 해제사유가 있어 도급인이 공사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을 때부터 도급인이 다른 업자에게 맡겨서 공사를 완성할 수 있었던 시점까지이고, 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사가 지연된 경우에는 그 기간만큼 공제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41137 판결 등 참조).

    3)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계약에서 정한 공사기간은 총 548일(2009. 6. 1.부터 2010. 11. 30.까지)이고, 엘드건설은 2010. 10. 21. 부도처리되었으며, 피고는 2010. 11. 25.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하였다. 엘드건설의 이 사건 공사 중단 당시 기성고 비율 내지 공정률은 95.91%이다. 한편 을가 제17호증의 기재와 제1심법원의 한부종건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한부종건은 2011. 2. 28. 피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잔여공사를 도급받고 2011. 6. 17. 이를 완공하여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사용승인을 받았다.

    4)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엘드건설의 부도처리일 이후로서 그 해제가 가능하였던 2010. 11. 25.로부터, 계약상 공사일수인 548일에 잔여 공사의 공정 비율인 4.09%를 곱한 22일(= 548일 × 0.0409, 일 미만 버림)이 되는 때까지는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를 넘어 지체상금 부과기간이 100일을 초과한다는 점에 관하여, 앞서 본 대로 한부종건이 잔여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 체결 이후 약 3개월 남짓 이를 시공하여 공사를 완성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피고는, 새로운 공사도급계약 체결을 위하여 필요한 입찰공고절차 및 미시공 부분의 확정,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지만, 이러한 사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간, 범위 등에 관하여 더 이상의 주장이나 증명이 없다. 오히려, 피고가 새로운 공사도급계약업자를 물색하여 계약 체결에 이른 기간과 공사 진행이 어려운 혹한기가 상당 부분 중복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11. 하자보수보증금채권과의 상계 내지 동시이행 주장에 대한 판단

    이 부분에 관하여 당심이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의 제31면 제13행부터 제33면 제5행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2. 결론

    가.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잔액 2,791,605,164원(= 공사대금 3,526,506,279원 -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액 734,901,115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나아가 그 지연손해금의 구체적 범위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고는 엘드건설의 부도처리일 내지 이 사건 공사 중단일 무렵인 2010. 10. 2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하나, 공사도급계약이 중도에 해제되어 그 당시까지의 기성고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하여야 할 경우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계약이 해제된 다음날부터 발생하므로(대법원 1991. 7. 9. 선고 91다11490 판결 참조), 그 지연손해금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 관한 피고의 해제 의사표시가 엘드건설에게 도달한 날(2010. 11. 29.)의 다음날인 2010. 11. 30.부터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어 도급인이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에, 도급인은 수급인이 그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그 손해배상액에 상응하는 보수액에 관하여만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을 뿐이고 그 나머지 보수액은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과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은 공사잔대금채권 중 위 손해배상채권액과 동액의 채권에 한하고, 그 나머지 공사잔대금채권은 위 손해배상채권과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34874(본소), 2014다34881(반소)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앞서 본 상계적상일이 어느 시점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상계를 하고 남은 위 2,791,605,164원의 공사잔대금채권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과 동시이행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상계적상일 다음날이 아니라 앞서 본 2010. 11. 30.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제1심판결은 이와 달리 원고의 청구금액 중 1,673,511,976원과 이에 대하여 상계적상일 다음날인 2014. 6. 25.부터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하였는데, 원고는 항소취지 기재와 같이 제1심 인용금액을 초과하는 원금 7,492,929,064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만 불복하였을 뿐 1,673,511,976원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에 관하여 제1심판결이 일부 기각한 부분에 대하여는 항소하지 않았다. 따라서 위 2,791,605,164원 중 1,673,511,976원에 대하여 2010. 11. 30.부터 2014. 6. 24.까지의 지연손해금 부분은 당심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므로, 그 지연손해금 상당액의 추가 지급을 명할 수 없다.

    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791,605,164원과 그 중, ① 제1심판결이 인용한 1,673,511,976원에 대하여는 2014. 6. 25.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내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4. 11. 28.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② 나머지 당심에서 추가로 지급을 명하는 1,118,093,188원에 대하여는 2010. 11. 30.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내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6. 4. 7.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받아들이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한창훈(재판장) 진현민 김승주

    주1) 2015나4360[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41006(독립당사자참가의 소) 공사대금]에 해당하는 소에 대해서는 제1심법원이 2014. 11. 28. 각하 판결을 하였고, 2014. 12. 30. 이 부분 판결이 확정되었다. 따라서 위 소 내지 청구는 당심의 심판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이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주2) 을가 제1호증의 기재 내지 형상에 의하면 보증기간의 시기(시기)가 제1심판결 기재와 같이 ‘2000’년 ‘8월’ 27일로 보이기도 하나, 이 사건 도급계약의 체결 시점이나 이 사건 보증계약서의 발행 시점, 이 사건과 관련된 소송의 항소심 판결문(갑 제12호증)에서 이를 2009. 5. 27.로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을가 제2호증의 해당 부분 또한 ‘2009’년 ‘5월’ 27일에 해당하거나 오기로 보인다.

    주3) 전주지방법원은 2014. 11. 28. 원고보조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회생담보권(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이 원고보조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담보하는 양도담보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이 3,025,749,621원임을 확정하는 결정을 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11회확7).

    주4) 2014. 3. 27.자 감정서(별책 제9책) 제9면 참조

    주5) 피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 및 추가공사계약에서 정한 공사대금 23,245,600,000원에서 피고가 미시공된 부분을 완성하는데 들어간 공사비 7,218,038,670원을 공제하면 엘드건설의 기성고는 총 16,027,561,330원이어서 엘드건설에 이미 지급한 공사대금 17,066,700,000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약정총공사비에서 미시공 부분의 완성에 소요될 공사비를 공제하는 방식 또한 앞서 본 원칙적 산정방식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피고가 미시공 부분 공사비의 산정 근거로 드는 제1심 감정인의 2014. 9. 4.자 감정결과의 경우 당초의 이 사건 공사와 비교하여 한부종합건설 주식회사가 시공한 잔여 공사(내지 대체공사)의 간접비 비율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있는 등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주6) D.R.A.(Double Rod Auger)의 상부 나사형 천공기(Auger Screw)와 하부 케이싱 천공기(Casing Screw)로 동시에 천공하여 파일을 박은 후 시멘트 몰탈을 주입하는 공법

    주7) 이에 대하여 원고는, 시방서에 우선하는 현장설명서(갑 제39호증)에 이 부분 시공의 공법이 S.I.P.(Siol cement Injected Precast pile) 공법으로 명시된 사정 등에 비추어 이는 설계변경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최초 시공 당시 이 부분 공사에 관하여 S.I.P. 공법에 의하되 이미 계약 당시에 공벽 붕괴 등의 우려가 있을 경우 D.R.A. 공법을 사용한다는 점을 예정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현장설명서와 시방서가 서로 양립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주8) 피고보조참가인은 비록 관련 소송에서 피고와 대립 당사자의 지위에 있기는 하나, 피고보조참가인이 제1심에서부터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여 왔고, 그 주장이 인정될 경우의 법률효과는 피참가인인 피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이며, 피고가 당심에 이르러 2016. 1. 13.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피고보조참가인의 주장을 원용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므로, 적어도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피고보조참가인의 주장은 피고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보인다.

    주9) 채무자회생법 제131조(회생채권의 변제금지) 회생채권에 관하여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이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생계획에 규정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면제를 제외한다)를 하지 못한다. 다만, 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제하는 경우와 제140조제2항의 청구권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그 체납처분이나 담보물권의 처분 또는 그 속행이 허용되는 경우 2.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를 당한 채무자의 채권(압류의 효력이 미치는 채권을 포함한다)에 관하여 그 체납처분의 중지 중에 제3채무자가 징수의 권한을 가진 자에게 임의로 이행하는 경우

    주10) 채무자회생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거나,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11) 설령 이제 와서 위 채권자들이 채권양수 등을 주장하면서 그 양수금 등의 지급을 소구한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위와 같은 양도금지특약을 내세워 양도의 효력을 부정하거나,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이 상사채권(5년) 내지 도급받은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3년) 등에 해당함을 근거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함으로써 그 지급 거절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12)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 ① 발주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하수급인에게 지급한 한도 안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 5.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정당한 사유없이 제3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하도급대금의 지급보증서를 교부하지 아니한 경우 ② 발주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 4. 제1항 제5호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한 경우

    주13) 이에 대하여 원고는 당심에서, 위와 같은 사정들에 더하여 엘드건설이 마감공사를 수행하지 못한 점, 감정인도 하자의 직접적인 원인을 적시하지 못하는 점 등을 들면서 원고의 책임범위가 손해배상액의 50% 이상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변론에서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비율의 손해배상책임 제한은 적정하다고 보인다.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28. 선고 2012가합69321, 2014가합41006(독립당사자참가의소) 판결

    [공사대금][미간행]

     

    【전 문】

    【원 고】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엘드건설의 관리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병덕 외 1인)

    【피 고】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주 담당변호사 김성민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건설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담당변호사 정금오)

    【독립당사자참가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가교 담당변호사 정병욱)

    【변론종결】

    2014. 10. 29.

    【주 문】

    1.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소를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673,511,976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6. 25.부터 2014. 11. 28.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본소로 인한 비용의 4/5는 원고가, 나머지 1/5은 피고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의 1/2은 원고가, 나머지 1/2은 피고보참가인이, 독립당사자참가로 인한 비용은 독립당사자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1. 본소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9,166,441,040원 및 그 중 1,230,340,000원 대하여는 2010. 10. 2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 7,936,101,040원에 대하여는 2010. 10. 2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독립당사자참가 청구취지

    피고는 독립당사자참가인에게 3,025,749,621원 및 이에 대하여 2010. 11. 30.부터 이 사건 독립당사자참가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이 사건 분쟁에 이르게 된 경위

    가. 엘드건설 주식회사(이하 ‘엘드건설’이라 한다)는 2009. 5. 27. 피고로부터 “광주 광산구 (주소 생략) 농협 광주 농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 중 소방 부분을 제외한 건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았다(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고, 계약금액 중 엘드건설이 수행하는 건축부분 공사에 관한 계약금액은 23,245,600,000원이다.

    [계약서]
    계약담당자 : 피고 총무부장
    계약상대방(건축) : 엘드건설
    계약상대방(소방) : 진성산업 주식회사
    계약금액 : 공사대금 24,900,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
    계약보증금 : 2,655,440,000원
    지체상금률 : 지체일수 1일에 대하여 계약금액의 1,000분의 1
    착공년월일 : 2009. 6. 1.
    준공년월일 : 2010. 11. 30.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5조(채권양도)
    ① 계약상대자는 이 공사의 이행을 위한 목적 이외의 목적을 위하여 이 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채권(공사대금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
    ② 계약상대자가 채권양도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연대보증인 또는 공사이행보증서 발급기관의 동의를 얻어 발주사무소의 서면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37조(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① 계약담당자는 계약대상자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다만, 제3호의 경우에는 해제 또는 해지하여야 한다.
    2. 계약상대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하여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성하지 못하거나 완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3. 제19조에 의한 지체상금이 당해 계약의 계약보증금 상당액에 달한 경우로서 계약기간을 연장하여도 공사를 완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4. 계약상대자의 부도발생 등으로 정상적인 공사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나. 피고 보조참가인은 2009. 5. 27.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계약보증금채무를 보증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보증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보증금액 : 2,324,560,000원
    계약금액 : 23,245,600,000원
    계약명 : 이 사건 공사
    보증기간 : 2000. 8. 27.부터 2011. 1. 30.까지

    다. 독립당사자참가인은 2009. 6. 18. 엘드건설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농협은행(분할 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으로부터 대출받은 3,150,000,000원의 채무를 보증금액 2,992,500,000원, 보증기한 2010. 6. 17.까지로 정하여 보증하였다. 독립당사자참가인은 위 보증을 하면서 ‘엘드건설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보증부대출금액 이상을 농협은행에 양도하고, 피고로부터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 승낙을 받아서 이 사건 공사대금을 위 대출금에 충당하도록 한다’고 특약사항을 정하였다.

    라. 엘드건설은 2009. 7. 7. 농협은행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채권 중 3,150,000,000원 부분을 양도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위 채권양도를 승낙하였다.

    마. 엘드건설은 2010. 10. 21.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처리되었고, 피고는 2010. 11. 25. 엘드건설에 대하여 위 부도발생을 이유로 이 사건 도급계약 일반조건 제37조에 따라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였다.

    바. 독립당사자참가인은 2010. 11. 30. 엘드건설의 농협은행에 대한 대출금 채무 3,025,749,621원을 대위변제하였다. 농협은행은 같은 날 독립당사자참가인에게 엘드건설로부터 양수한 위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고, 같은 날 피고에게 위 양도사실을 통지하였다.

    사. 피고는 2010. 12. 7. 엘드건설에게 ‘엘드건설이 시행한 공사에 관한 검사 결과, 시공된 부분의 공사대금 중 아직 지급되지 않은 부분이 1,230,340,000원이다’라고 통보하였다.

    아. 엘드건설에 대하여 2010. 12. 10. 전주지방법원 2010회합16호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고, 원고가 관리인으로 선임되었으며, 2012. 4. 19. 회생계획인가결정이 내려졌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7호증, 병 제1 내지 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소의 적법성에 관한 판단

    가.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청구원인

    독립당사자참가인은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권 중 3,025,749,621원 부분을 양수하였다. 피고는 독립당사자참가인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 중 위 금액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채권양수의 성격

    가) 독립당사자참가인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채권 중 3,025,749,621원 부분을 양수하였고, 농협은행이 피고에게 위 양도사실을 통지한 사실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위 채권양도는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엘드건설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양도담보로 이뤄진 것이고, 독립당사자참가인은 위 공사대금 채권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1) 농협은행은 엘드건설에게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대출을 하면서 위 공사대금 채권을 양수한 사실, 독립당사자참가인이 엘드건설의 위 채무를 보증할 때 농협은행이 엘드건설의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하여 공사대금을 대출금에 충당하도록 특약사항을 정한 사실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고, 병 제1호증, 병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엘드건설이 농협은행에게 위와 같이 채권양도를 할 때 피고에게 교부된 채권양도승낙의뢰서에는 ‘상환조건’ ‘대출만기’등 농협은행과 엘드건설의 대출계약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고, 위 ‘채권양도승낙조건’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제4조(기한의 이익 상실)
    ① 양수인은 다음 각 호의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양도인이 채권양도를 통하여 받은 대출금에 대하여 즉시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키고 대출금 전액의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
    1. 발주처로부터 제2조 또는 제3조에 따라 하도급대금 또는 노임의 체불을 통지받은 경우
    2. 이 채권양도로 대출받는 대출금을 당해 공사수행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활용한 경우
    제6조(공사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공사도급계약조건 등에 따라 공사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채권양도 승낙은 자동적으로 취소되며, 발주처는 그 내용을 즉시 양수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승낙 취소 이전에 양도인이 시공함으로써 이미 발생된 공사대금채권에 대한 양수인의 권리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농협은행은 위 공사대금을 위 대출금에 충당하기 위하여 위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하였고, 피고로부터 채권양도 승낙을 받으면서도 위 대출금채권과 관련된 사항을 승낙조건으로 명시하였다. 농협은행은 위 공사대금채권을 확정적으로 양수한 것이 아니라, 엘드건설에 대한 대출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 채권을 양수하고 피고로부터 승낙을 받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독립당사자참가인은 농협은행에게 엘드건설의 대출금 채무를 대위변제하고 농협은행으로부터 위 채권을 양수하였다. 결국 독립당사자참가인은 위 공사대금 채권을 담보 목적으로 양수한 농협은행으로부터 위 채권을 다시 양수한 것이다.

    (3) 또한 독립당사자참가인이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위 공사대금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의 7, 병 제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인정할 수 있다. 독립당사자참가인 스스로 위 회생절차에서 엘드건설에 대하여 구상금채권이 있고 이에 대한 담보권으로 위 공사대금채권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2)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에 따른 양도담보권의 행사 방법

    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41조 제1항은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의 재산상에 존재하는 양도담보권은 회생담보권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립당사자참가인은 위 공사대금채권의 양도담보권자로서 위 회생절차의 채무자인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담보권자에 해당한다.

    나) 한편 채무자회생법 제58조 제2항 제2호에 의하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이미 행한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은 중지된다. 채무자회생법 제141조 제1항은 양도담보권도 회생담보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회생절차 개시결정의 효력을 규정하고 있는 위 법 제58조 제2항 제2호의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에는 양도담보권 실행행위도 포함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9다90146 판결 등 참조).

    또한 채무자회생법 제58조 제1항 제2호는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채무자회생법 제58조 제2항 제2호에 관한 위 법리는 위 법 제58조 제1항 제2호의 해석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회생담보권자인 양도담보권자는 양도담보권의 실행행위를 할 수 없다.

    회생담보권자인 독립당사자참가인이 위 공사대금채권의 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독립당사자참가의 소를 제기하여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엘드건설의 재산인 위 공사대금채권에 대한 집행절차와 마찬가지여서 회생담보권의 실행행위에 해당한다. 결국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 후에 이루어진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소 제기는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이다.

    다. 소결

    따라서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소는 부적법하다.

    3.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5회 기성금 지급청구에 관하여

    1) 원고의 주장

    엘드건설은 이 사건 공사 중 4회 기성분까지의 공사대금은 이미 지급받았으나, 5회 기성분 공사대금은 지급받지 못했다. 이 사건 공사 중 5회 기성분의 기성고율은 13.59%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건축부분 공사대금 23,245,600,000원의 13.59%인 3,159,077,04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관련 법리

    가) 건축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는 공사 도중에 계약이 해제되어 미완성 부분이 있는 경우라도 그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원상회복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때에는 도급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되어 수급인은 해제된 상태 그대로 그 건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고, 도급인은 그 건물의 기성고 등을 참작하여 인도받은 건물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다43454 판결 등 참조).

    나) 수급인이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채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를 정산하여야 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공사비는 약정총공사비에서 막바로 미시공 부분의 완성에 실제로 소요될 공사비를 공제하여 산정할 것이 아니라, 기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에 실제로 소요되거나 소요될 공사비를 기초로 산출한 기성고 비율을 약정 공사비에 적용하여 산정하여야 하고, 기성고 비율은 이미 완성된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에다가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소요될 공사비를 합친 전체 공사비 가운데 이미 완성된 부분에 소요된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다(대법원 1995. 6. 9. 선고 94다29300 판결 등 참조).

    다) 공사도급계약이 중도에 해제되어 공사 현장이 도급인에게 인도된 경우 기성고에 따른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에 대하여 계약이 해제된 다음날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1다11490 판결 등 참조).

    3) 판단

    가) 기성공사대금 지급의무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도급계약은 피고가 2010. 11. 25. 엘드건설의 부도발생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함으로써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엘드건설이 그때까지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기성공사대금의 범위

    (1) 5회 기성분 전체 공사대금

    (가) 감정인 소외 2의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가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5회 기성분에 해당하는 공사의 기성공사대금이 건축공사와 소방공사를 합하여 3,383,910,00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피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 및 추가공사계약에서 정한 공사대금 23,245,600,000원에서 피고가 미시공된 부분을 완성하는데 들어간 공사비 7,218,038,670원을 빼면 엘드건설의 기성고는 총 16,027,561,330원이어서 엘드건설에 이미 지급한 공사대금 17,066,700,000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약정총공사비에서 미시공 부분의 완성에 소요될 공사비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기성고를 산정할 수 없음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또한 위와 같은 감정결과는 감리업무일지상의 공정율을 기초로 추산한 것에 불과하여 신빙성이 없고, 위 계약해제 시 작성된 기성검사서에 따른 기성고가 오히려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을가 제1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주장하는 위 기성검사서는 엘드건설이 부도처리된 후 엘드건설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감리업무일지에 나타난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바, 그 내용을 선뜻 믿기 어렵다. 또한 감정인은 당사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5회 기성기간 중 이뤄진 공사 내용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감리업무일지에 기재된 누계공정률을 근거로 5회 기성비율을 산정하였는바, 감리업무일지는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공사 진행 상황을 지켜본 감리인에 의하여 매일 기록된 점, 감리인이 감리업무일지에 누계공정률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특히 피고가 선정하여 사실상 피고를 대리하여 공사를 감독하는 감리인이 공정률을 부풀려서 기재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 점, 당시 이뤄진 공사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감정인이 위와 같은 판단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감정 결과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2) 5회 기성공사대금 중 엘드건설이 시공한 부분

    (가) 갑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엘드건설은 2010. 12. 1.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 중 5회 기성공사대금(공사기간 2010. 8. 15.부터 2010. 10 20.까지)을 청구하면서 건축부분 공사대금 3,073,000,000원, 소방부분 공사대금 616,720,000원을 청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엘드건설이 자신이 시공한 건축부분과 진성산업 주식회사가 시공한 소방부분에 관하여 모두 공사대금을 청구한 점, 건축부분과 소방부분의 시공비율은 엘드건설과 진성산업 주식회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므로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시공비율을 사실과 다르게 청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5회 기성공사대금 중 엘드건설이 시공한 비율은 83.29%[= 3,073,000,000원 ÷ (3,073,000,000원 + 616,720,000원), 소수점 다섯째자리 이하 반올림]라고 봄이 타당하다.

    4)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 중 5회 기성공사대금으로 2,818,458,639원(= 3,383,910,000원 × 0.8329)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추가공사대금 청구에 관하여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후 피고의 요구에 따라 설계변경이 있었고, 이에 따라 공사비가 5,510,366,189원만큼 증가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 추가공사대금 5,510,366,189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관련 법리

    수급인의 추가공사대금채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도급인과 사이에 추가공사의 시행 및 추가공사대금 지급에 관한 약정이 있어야 한다. 추가공사약정이 서면에 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급인이 추가·변경공사를 하게 된 경위, 서면에 따른 약정을 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지 여부, 추가·변경공사의 내용(통상적인 범위를 넘는지 여부), 도급인이 공사현장에 상주하였는지 여부(도급인의 묵시적 지시나 합의), 추가공사에 소요된 비용이 전체 공사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추가공사약정의 인정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절차에 관하여 상세하게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에 따라 계약금액 조정이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3) 판단

    가) 갑 제1호증, 을 제13 내지 1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감정인 소외 2의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대금의 변동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다.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15조(설계변경 등)
    ① 계약상대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실을 발견한 때에는 당해 부분에 대한 계약이행 전에 지체없이 공사감독자를 경유하여 계약담당자에게 서면으로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1. 설계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누락·오류 또는 상호 모순되는 점이 있을 때
    2, 지질, 용수 등 공사현장의 상태가 설계서와 다를 때
    ② 계약담당자는 제1항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 사실을 조사 확인하고 공사가 적절히 이행될 수 있도록 설계변경 또는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③ 계약담당자는 제1항에 정한 사유 외에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설계서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계약상대자에게 이를 서면으로 통보할 수 있다.
    1. 당해 공사의 일부변경이 수반되는 추가공사의 발생
    2. 특정공종의 삭제
    3. 공종계획의 변경
    4. 시공방법의 변경
    5. 기타 공사의 적정한 이행을 위하여 변경이 필요한 사항
    ⑤ 계약담당자는 제1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설계변경을 하는 경우 계약상대자로 하여금 다음 각호의 사항을 공사감독자를 경유하여 제출하게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계약상대자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
    1. 당해공종의 수정공정표
    2. 당해공종의 수정도면 및 수정상세도면
    3. 조정이 요구되는 계약금액 및 기간
    4. 여타의 공정에 미치는 영향
    제16조(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① 계약담당자는 제15조의 규정에 의한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공사량이 증감하는 경우 다음 각호의 1의 기준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1. 증감된 공사량의 단가는 계약단가로 한다. 다만, 계약단가가 예정단가보다 높은 경우로서 물량이 증가하게 되는 경우 그 증가된 물량에 대한 적용단가는 예정가격단가로 한다.
    2. 계약단가가 없는 신규비목의 단가는 설계변경당시(설계도면의 변경을 요하는 경우에는 변경도면이 확정된 때, 설계도면의 변경을 요하지 않는 경우에는 계약 당사자간에 설계변경을 문서에 합의한 때를 말한다. 이하 같다)를 기준으로 산정한 단가에 낙찰률(예정가격에 대한 낙찰금액 또는 계약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
    ② 계약상대자의 책임없는 사유로 인하여 발주사무소가 설계변경을 요구한 경우에는 증가된 물량 또는 신규비목의 단가는 설계변경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한 단가와 동 단가에 낙찰률을 곱한 금액의 범위 안에서 발주사무소와 계약상대자가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계약금액의 증가분에 대한 간접노무비, 산재보험료 및 안전관리비 등 승율비용과 일반관리비 및 이윤은 당초 계약시 승인받은 공사비명세서상의 간접노무비율, 산재보험료율 및 안전관리비율 등의 승율비율과 일반관리비율 및 이윤율에 의한다.
    제17조(기타 계약내용 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① 계약담당자는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경이 이외에 공사기간, 운반거리의 변경 등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변경된 내용에 따라 실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에는 제16조 제3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2) 엘드건설은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이후 아래 표 기재와 같은 항목에 관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것에서 변경된 내용으로 공사를 하였고, 위와 같은 변경시공을 하려면 아래 표 시공비란 기재와 같은 액수의 시공비가 필요하다.

    순번 항목 시공비(단위:원)
    1 기초보강공사 공법 변경(SIP공법에서 DRA공법으로) 4,731,095,556
    2 지하실 부상방지 공법 변경(락앙카공법에서 드레인매트 공법으로) 42,995,951
    3 방화셔터 시설보완 161,904,641
    4 승강기 기계실의 추가공사 6,758,888
    5 철근 추가투입 257,082,104
    6 단열재 추가투입 302,145,274
    7 오픈트렌치를 PC트렌치로 변경 8,383,775
    합계 5,510,366,189

    (3) 엘드건설은 위와 같은 변경시공과 관련하여 일부 항목에 대하여 아래 표 요청내역란 기재와 같이 감리인을 통하여 피고에게 설계변경승인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아래 표 승인내역란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승인을 하였다. 엘드건설은 피고의 위와 같은 승인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항목[위 (2)항 표 순번기준] 요청내역 승인내역
    일자 증가금액(단위:원) 일자 증가금액(단위:원)
    1 2010. 7. 6. 556,700,000 2010. 7. 21. 450,000,000
    2 2010. 7. 6. 14,215,230 2010. 7. 21. 7,480,000
    3 2010. 7. 26. 165,779,000 2010. 8. 12. 144,455,000
    4 2010. 4. 29.   2010. 5. 17. 1,405,584
    5 요청 또는 승인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
    6
    7 2010. 7. 30. 0 2010. 8. 30. 0
    합계   736,694,230   603,340,584

    나)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에서 추론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엘드건설과 피고는 이 사건 공사의 설계변경과 관련하여 위 가)의 (3)항 기재와 같이 피고가 승인한 금액인 합계 603,340,584원의 공사대금 증액 합의를 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이를 초과하는 공사대금 상당의 추가공사계약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1)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대금 변동을 위한 절차에 관하여 자세하게 정하고 있다.

    (2) 원고가 주장하는 추가공사 항목 중 일부에 대하여 증액되는 공사금액을 명시하여 감리인을 거쳐 피고에게 설계변경 승인 요청을 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하여 증액에 동의하는 공사금액을 명시하여 설계변경을 승인하였다. 엘드건설은 피고의 위와 같은 승인내용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원고는 엘드건설이 위와 같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엘드건설과 피고는 위 승인요청 및 승인이 있었던 사항에 관하여는 엘드건설이 요청한 바와 같은 설계변경을 하고 피고가 승인한 바와 같이 공사대금을 증액하기로 하는 추가공사 약정을 하였다고 보인다.

    (3) 원고가 추가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항목 중 위와 같이 승인요청 및 승인이 있었음을 피고가 인정한 부분 이외의 사항에 관하여 엘드건설이 피고에게 승인요청 등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엘드건설이 위와 같이 상당부분의 설계변경 사항에 관하여 계약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승인요청을 하여 승인을 받았음에도,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승인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원고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4) 달리 엘드건설과 피고가 위에서 인정한 합계 603,340,584원 상당의 추가공사 합의 외에 공사대금을 증액하는 추가공사 합의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4) 소결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위에서 인정한 추가공사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603,340,58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물가변동으로 인한 조정금액 청구에 관하여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위 가, 나항 기재 공사대금에 관하여 물가변동에 따른 조정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 액수는 위 공사대금 합계 8,669,443,229원에 지수조정율 3.06%를 곱한 265,284,962원이다.

    2) 판단

    가)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기재, 감정인 소외 2의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대금의 조정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다.

    [공사계약 특수조건]
    제12조(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① 계약담당자는 물가변동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경우 당해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90일 이상 경과하고 동시에 다음의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금액의 조정이 있은 후 조정기준일(조정사유가 발생한 날을 말한다)부터 90일 이내에는 이를 다시 조정하지 못한다.
    1. 입찰일(수의계약의 경우에는 계약체결일을, 2차 이후의 계약금액 조정에 있어서는 직접 조정기준일을 말한다)을 기준으로 하여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품목 또는 비목의 가격 등의 등락으로 인하여 산출된 품목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된 때
    2. 입찰일을 기준일로 하여 재정경제부장관이 정하는 지수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된 때
    ③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한 계약금액을 조정함에 있어서 계약금액의 조정율(이하 ‘지수조정율’이라 한다)의 산출방법은 재정경제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④ 계약금액을 조정함에 있어서 그 조정금액은 계약금액 중 조정기준일 이후에 이행되는 부분의 대가(이하 ‘물가변동적용대가’에 품목조정율 또는 지수조정율을 곱하여 산출하되, 계약상 조정기준일 전에 이행이 완료되어야 할 부분은 이를 물가변동적용대가에서 제외한다. 다만, 본 회의 책임있는 사유 또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사유로 이행이 지연된 경우는 물가변동적용대가에 이를 포함한다.

    (2)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제되기 전인 2010. 9. 10.을 기준으로 위 계약 특수조건에 따라 이 사건 공사대금에 적용될 지수조정율은 3.06%이다.

    나)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물가변동에 따른 조정금액으로 위 가, 나항에서 인정한 공사대금 및 추가공사대금 합계 3,421,799,223원(=2,818,458,639원 + 603,340,584원)에 위 지수조정율 3.06%를 곱한 104,707,05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소결

    결국,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합계 3,526,506,279원(=2,818,458,639원 + 603,340,584원 + 104,707,056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제된 다음날인 2010. 11. 26.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를 초과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4. 피고보조참가인의 상계항변에 관한 판단

    가. 주장

    피고보조참가인은 피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 및 보증계약에 따라 계약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보증인인 피고보조참가인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으로 피고의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한 계약보증금채권과 상계한다.

    나. 계약보증금 지급의무

    1) 피고보조참가인이 2009. 5. 27. 이 사건 보증계약을 통해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계약보증금채무를 보증한 사실, 엘드건설이 2010. 10. 21. 부도처리되면서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한 사실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고,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도급계약이 계약보증금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제6조(계약보증금)
    ①계약상대자는 계약체결일까지 계약금액의 100분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의 계약보증금을 현금(당해지역 결제 가능한 자기앞수표 포함) 또는 발주사무소를 피보험자로 하고 계약보증금 이상의 정액보상의 특약이 있는 계약이행보증증권 등으로 납부하여야 한다.
    제7조 (계약보증금의 처리)
    ① 계약상대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보증금을 발주사무소에 귀속한다.

    2)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보조참가인은 엘드건설의 계약보증금채무를 보증하였고, 엘드건설이 이 사건 도급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 보조참가인은 피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 및 보증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약보증금 2,324,56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한편 피고보조참가인이 이미 피고에게 1,094,220,000원을 지급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나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4) 결국 피고보조참가인은 피고에게 계약보증금 1,230,340,000원(= 2,324,560,000원 - 1,094,22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상계의 효과

    1)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34조).

    2) 원고는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으므로 피고보조참가인의 위와 같은 상계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에도 불구하고 엘드건설의 보증인인 피고보조참가인은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가) 채무자회생법 제144조 제1항은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채권과 채무의 쌍방이 신고기간만료 전에 상계할 수 있게 된 때에는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는 그 기간 안에 한하여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채무자회생법 제131조는 ‘회생채권에 관하여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채무자회생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생계획에 규정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면제를 제외한다)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엘드건설의 관리인이나 회생채권자인 피고에 대한 상계의 제한 또는 금지에 관한 사항으로서 보증인인 피고보조참가인에게도 민법 제434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상계가 제한된다는 규정은 아니다.

    나) 민법 제434조는 보증인이 주채무자의 채권을 처분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인데, 이는 주채무자가 무자력이 되면 보증인은 실질적으로 상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보증인의 보호와 법률관계의 간이한 해결을 위하여 보증인이 주채무자의 채권으로 직접 상계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특별규정이다.

    다) 주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진행되면 채권자는 채권신고기간만료 전까지는 상계가 가능하므로, 피고로서는 보증인인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해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주채무자인 엘드건설에 대한 상계를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계약보증금 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있는데, 회생절차의 개시에 따라 민법 제434조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게 되면, 피고는 두 가지 방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와 무관하게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되지만(피고가 보증인에 대한 계약보증금 청구를 통해 그 만족을 받고, 주채무자인 엘드건설의 관리인에게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을 변제하는 경우 피고가 엘드건설에 대해 상계를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가 된다), 보증인인 피고보조참가인의 입장에서는 피고가 피고보조참가인에게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방법을 선택할 경우 피고보조참가인이 엘드건설에 대해 가지는 구상금채권은 개시후 기타채권 또는 회생채권이 되어 피고보조참가인이 실질적인 손실을 입게 되는데, 피고의 선택에 따라 피고보조참가인에게 지나친 불이익을 가할 우려가 있다.

    라) 반대로 주채무자인 엘드건설의 입장에서는 채권자인 피고와의 관계에서 상호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어 양 채권의 상계를 고려할 수 있고, 보증인의 상계권을 인정하더라도 결국 엘드건설과 피고 사이의 상계가 있는 경우와 실질적인 결과에서 동일하여, 엘드건설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나 새로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3) 피고의 엘드건설에 대한 계약보증금채권과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은,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 2010. 11. 25. 모두 변제기에 도달하여 같은 날 상계적상에 있었다. 을나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보조참가인이 2010. 12. 16. 민법 제434조에 따라 양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공문을 피고에게 발송하여 그 무렵 그 의사표시가 피고에게 도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로써 원고의 위 공사대금채권은 위 상계적상일인 2010. 11. 25.에 소급하여 피고의 위 계약보증금채권 1,230,340,000원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소멸되었다.

    4) 피고보조참가인은 위 인정범위를 넘어서 계약보증금채권 2,324,560,000원 전부와의 상계를 주장한다. 그러나 위 계약보증금채권 중 1,094,220,000원이 이미 변제되어 소멸한 사실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고, 이미 소멸한 계약보증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주장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에서 인정한 범위를 넘는 피고보조참가인의 상계항변은 이유 없다.

    라. 소결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296,166,279원(= 3,526,506,279원 - 1,230,34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위 상계적상일 다음날인 2010. 11. 26.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이 채권양도, 직접청구권 행사, 추심명령 등으로 타인에게 이전되었다는 주장

    1) 주장

    엘드건설의 하수급업체 등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하거나, 직접 청구 등의 방법으로 이를 행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아래 표 합계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위 채권자들에게 이전되었다.

    2) 판단

    가) 을가 제3호증의 16 내지 2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아래 표 채권자란 기재 채권자들이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엘드건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채권양수, 체납처분,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등으로 권리를 행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순번 채권자 일자 내용 액수 (단위:원)
    1 현대개발 주식회사 2010. 10. 15. 채권양수 90,876,280
    2 주식회사 아이디에프이앤씨 2010. 10. 22. 채권양수 499,230,000
    3 전주세무서 2010. 10. 25. 국세 체납 이유로 압류 1,442,000,000
    4 주식회사 신일 2010. 11. 2.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1,709,970,000
    5 주식회사 선이앤씨 2010. 11. 2.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1,571,145,600
    6 유한회사 성우이앤씨 2010. 11. 4.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75,800,000
    7 주식회사 영창개발 2011. 1. 26.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118,800,000
    합계 5,507,821,880

    나) 그러나 한편, 갑 제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11. 3. 31. 법원의 허가를 받아 위 표 순번 3 기재 국세를 납부한 사실이 인정된다. 또한, 갑 제3호증의 1 내지 8의 각 기재에 의하면, 나머지 채권자들은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자신이 회생채권자라고 주장하며 위 채권 등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한 사실이 인정되고,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계획이 인가된 사실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다.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채권자들은 엘드건설에 대한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위 회생절차 내에서 행사하고 있는바, 위 채권양도 또는 하도급대금 직접청구에 따른 피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는 않고 있다.

    원고는 피고가 위 채권자들의 양수금 청구나 하도급대금 직접청구를 거절하여 위 채권자들이 피고에 대한 권리행사를 포기하고 위 회생절차에서 자신들의 엘드건설에 대한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여 이를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고가 위 채권양도통지 및 하도급대금 직접청구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위와 같은 통지 및 청구를 받은 증거를 제출할 뿐 위 청구에 응하여 양수금 또는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거나 그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점,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엘드건설이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하고자 하는 경우 미리 연대보증인 등의 동의를 얻어 피고의 승낙을 얻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피고가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위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다) 따라서 위 가)항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주장하는 위 액수 상당의 공사대금채권이 위 채권자들에게 이전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소결

    결국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과의 상계항변

    1) 하자의 발생 및 보수비용

    가) 감정인 소외 2의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건물 중 엘드건설이 시공한 부분에 엘드건설의 부실시공 또는 오시공으로 인하여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콘크리트 균열, 박리, 배관 파손, 누수 등의 하자가 발생하였고 피고가 이를 보수한 사실, 그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적정 비용은 아래 표 보수비란 기재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순번 하자내용 보수비(단위:원)
    1 지하층 및 1층 바닥 균열, 박리 124,843,081
    2 저온창고 1, 2, 3 금속 및 배관 파손 5,239,358
    3 3층 주차장 바닥 박리 416,247,134
    4 축수산팀 작업장 바닥 균열, 들뜸 17,844,008
    5 1층 매장 바닥 균열, 들뜸 54,987,414
    6 2층 주차장 익스펜션조인트 누수 62,683,208
    7 지하공동구 균열 및 누수 9,993,912
    합계 691,838,115

    나) 원고는, 위 감정결과에 따른 하자보수비 중 합계 190,991,439원만이 엘드건설의 시공으로 인한 하자에 관한 하자보수비로 인정될 수 있을 뿐 이를 초과하는 위 감정결과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위 주장과 같이 위 감정결과가 부당하다고 볼만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의무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의 수급인으로서 도급인인 피고에게 민법 제667조에 따라 이 사건 건물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위 하자보수비에 해당하는 691,838,115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다만 2013. 12. 23. 이 사건 감정이 이뤄질 때까지 엘드건설이 공사를 중단한 2010. 10. 21.부터 3년 이상, 이 사건 건물의 사용승인일인 2011. 6. 17.부터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경과함으로써 위 하자에는 자연발생적인 노화현상으로 인한 것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피고의 관리상 잘못 또는 엘드건설에 이어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한 한부종합건설의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건물에 발생한 하자가 확대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포함하여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금액은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위에서 인정한 금액의 90%인 622,654,303원(= 691,838,115원 × 0.9)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상계의 효과

    피고가 원고에 대한 위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채권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2014. 6. 20.자 준비서면이 2014. 6. 24. 원고에게 도달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622,654,303원 상당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과 상계적상일인 2014. 6. 24.(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무의 이행기는 도급인이 그 이행을 청구한 때이다)에 소급하여 대등액의 범위에서 소멸하였다(피고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공사대금채권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바, 도급인이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보유하고 이를 행사하는 한에 있어서는 수급인이 그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도급인의 이행지체책임은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상계항변을 판단함에 있어서 지연손해금은 고려하지 않는다).

    4) 소결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673,511,976원(= 2,296,166,279원 - 622,654,303원) 및 이에 대하여 위 상계적상일 다음날인 2014. 6. 25.부터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지체상금 공제 주장

    1) 피고의 주장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엘드건설이 준공기한인 2010. 11. 30.까지 공사를 완성하지 못할 경우 준공 예정일 다음날부터 실제 완공일까지 피고에게 매일 계약금액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지체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제된 후 피고가 다시 한부종합건설에게 이 사건 공사를 도급하여 2011. 6. 17.에서야 이 사건 공사가 완성되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199일에 해당하는 지체상금 4,625,874,400원(공사계약금액 23,245,600,000원 × 0.001 × 199일)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위 지체상금채권으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과 상계하거나 공사대금채권에서 공제한다.

    2) 판단

    가) 계약보증금과 지체상금의 관계

    (1) 피고 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도급계약 및 보증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계약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 보조참가인이 피고에게 위 계약보증금을 직접 지급하였거나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한 사실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다.

    (2) 도급계약서 및 그 계약내용에 편입된 약관에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계약보증금이 도급인에게 귀속한다는 조항이 있을 때 이 계약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도급계약서 및 위 약관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할 의사해석의 문제이고,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4263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엘드건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보증금이 도급인에게 귀속되도록 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계약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3) 또한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에서 추론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계약보증금은 수급인인 엘드건설이 도급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하여 도급인인 피고가 입게 되는 모든 손해를 담보하는 것이고, 그 손해에는 공사의 지체로 인한 손해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계약보증금의 귀속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그 액수 범위 내에 있는 지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고, 계약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지체상금의 지급만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는 계약보증금이 피고에게 귀속되는 사유를 ‘엘드건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로 정하고 있고, 계약 불이행의 범위에 관하여 이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나) 이 사건 도급계약은 지체상금에 관하여 ‘엘드건설이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성하지 아니한 경우 매 지체일수마다’ 지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위 지체상금약정은 공사가 지연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다.

    (다) 이 사건 도급계약은 지체상금이 계약보증금 상당액에 달한 경우로서 계약기간을 연장하여도 공사를 완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4) 따라서, 피고는 계약보증금 2,324,560,000원(계약금액의 10%)을 초과하는 지체상금이 발생한 경우에만, 위 계약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지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바, 이 사건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0일(계약보증금률 0.1 ÷ 지체상금률 0.001/일)을 초과하는 지체일수에 대한 지체상금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만 계약보증금과 별도로 지체상금을 구할 수 있다.

    나) 이 사건 지체상금의 범위

    (1) 수급인이 완공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채 완공기한을 넘겨 도급계약이 해제된 결과 완공이 지연된 경우 지체상금은 약정 준공일 다음 날부터 발생하되, 그 종기는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거나 기타 해제사유가 있어 도급인이 공사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을 때부터 도급인이 다른 업자에게 의뢰하여 같은 공사를 완공할 수 있었던 시점이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공사계약에서 정한 공사기간이 548일(2009. 6. 1.부터 2010. 11. 30.까지)인 사실, 이 사건 도급계약이 2010. 11. 25. 해제된 사실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고, 감정인 소외 2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엘드건설이 위 공사를 중단할 당시 이 사건 공사의 공정률은 95.91%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이 사건 공사를 다른 업자에게 의뢰하여 공사를 완공할 수 있었던 시점은 2010. 11. 25.로부터 23일[548일 × 0.0409(1 - 0.9591), 소수점 이하 올림)]에 새로운 업자와 도급계약을 맺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더한 일수가 경과한 때이다.

    을가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11. 2. 28. 한부종합건설과 이 사건 공사의 나머지 부분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제된 후 96일이 지나서야 새로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새로운 도급계약 체결까지 위와 같은 기간이 소요된 이유에 관하여 미시공 공사부분 확정 및 입찰공고 등의 절차가 필요한 점, 당시가 겨울이었던 점 등을 주장하나, 위 주장과 관련된 증거를 제출하지는 않고 있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96일의 기간이 필요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그 외에 피고가 새로운 업자를 찾아서 도급계약을 맺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 얼마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이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원고가 100일을 초과하는 기간에 대한 지체상금을 부담하려면, 피고가 새로운 업자를 찾아서 도급계약을 맺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 82일[100일 - {23일 - 5일(2010. 11. 26.부터 2010. 11. 30.까지)}]을 초과한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해 보아도 그 기간이 82일을 초과한다고 볼 수는 없다.

    (3) 달리 원고가 100일을 초과하는 지체일수에 관한 지체상금을 부담한다고 볼 만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결국.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계약보증금을 초과하는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계약보증금의 귀속과 별도로 원고에게 지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

    3) 소결

    결국, 원고에 대한 지체상금채권을 이유로 하는 피고의 위 상계항변은 이유 없다.

    라. 하자보수보증금과의 상계 또는 동시이행 항변

    1) 주장

    엘드건설은 피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엘드건설이 시공한 부분에 관한 하자보수보증금(523,260,000원)을 지급하거나 이에 갈음하는 보증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위 하자보수보증금 채권으로 원고의 공사대금채권과 상계하거나 위 채권과 동시이행항변을 한다.

    2) 판단

    가)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하자보수보증금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제27조(하자보수보증금)
    ① 계약상대자는 공사의 하자보수를 보증하기 위하여 계약서에 정한 하자보수보증금률을 계약금액(당초 계약금액이 조정된 경우에는 조정된 계약금액을 말한다)에 곱하여 산출한 금액(이하 ‘하자보수보증금’이라 한다)을 준공검사 후 그 공사의 대가를 지급할 때까지 현금 또는 보증서 등으로 납부 또는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하자보수보증금을 납부하지 아니하게 할 수 있는 공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계약상대자가 제2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하자담보책임기간 중 계약담장자의 하자보수요구를 받고 이에 불응한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하자보수보증금은 발주사무소에 귀속한다.
    ③ 하자보수보증금은 하자담보책임기간이 만료된 후 계약상대자의 요청에 의하여 반환한다.

    나) 그러나, 공사도급계약서 또는 그 계약내용에 편입된 약관에 수급인이 하자담보책임 기간 중 도급인으로부터 하자보수요구를 받고 이에 불응한 경우 하자보수보증금은 도급인에게 귀속한다는 조항이 있을 때 이 하자보수보증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야 하고, 다만 하자보수보증금의 특성상 실손해가 하자보수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액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명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급인은 수급인의 하자보수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하자보수보증금의 몰취 외에 그 실손해액을 입증하여 수급인으로부터 그 초과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는 특수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99다6865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하자보수보증금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에 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에 발생한 하자에 관하여 위 하자보수보증금을 초과하는 액수의 손해배상을 실제로 구하며 그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항변을 하였는바, 이와 동시에 원고에게 하자보수보증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소결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외에 별도로 하자보수보증금을 지급하거나 이에 갈음하는 증서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6. 결론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1,673,511,976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6. 25.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4. 11. 28.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며,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민석(재판장) 전진우 이은주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원칙적 무효) 및 채권양수인의 악의 또는 중과실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양도금지특약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하려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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