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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멸시효의 고찰
    법률/기타자료 2023. 11. 12. 00:32

    소멸시효의 고찰

    Ⅰ. 소멸시효의 의의

    1. 시효제도와 소멸시효

    일정한 사실상태가 오랫동안 계속한 경우에, 그 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하느냐 않느냐를 묻지 않고서, 그 사실상태를 그대로 존중하여, 이로써 권리관계를 인정하려는 제도가 시효이다. 달리 말하면,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동안 계속됨으로써, 법률상 일정한 효과, 즉 권리의 취득 또는 권리의 소멸이라는 일정한 법률효과를 일어나게 하는 법률요건이 시효인 것이다. 시효에는 취득시효와 소멸시효가 있는데, 취득시효는 어떤 사람이 마치 그가 권리자인 것과 같이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동안 계속한 경우에, 그와 같은 권리행사라는 외관의 사실상태를 근거로 하여, 그 사람이 과연 진실로 권리자이냐 아니냐를 묻지 않고서 처음부터 그 자가 권리자였던 것으로 인정해 버리는 제도이다.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가 시효이다. 한편 소멸시효는 그 효력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소멸시효에 대한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수설은 시효기간의 완성으로 권리는 당연히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소수설은 권리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길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취득시효의 반사작용으로 권리의 소멸이 있게 되나, 그것은 소멸시효가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시효취득의 주장 속에는 상대방의 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는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민법은 총칙편에서는 소멸시효에 관하여서만 규정하고, 취득시효는 물권의 취득원인으로서 물권편에서 규정하고 있다.

    2. 시효제도의 근거

    시효에 의하면, 무권리자가 권리를 취득하는 수가 있는가 하면, 권리자이면서도 그 권리를 잃게 되는 수가 있게 된다. 그런데 법률은 원래가 정당한 권리관계와 어긋나는 사실상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상태를 뒤집어서 정당한 권리관계를 유지하려고 힘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효제도는 이러한 법의 본래의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는 제도라는 결과가 나타나는 바, 이와 같이 정당한 권리관계보다도 오히려 오래 계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나아가 권리관계로 인정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통설은 대체로 다음 세 가지를 시효제도의 이유로 든다. 첫째로, 일정한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되면, 사회는 이것을 진실한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것으로 믿게 되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다수의 새로운 법률관계가 맺어지며 사회질서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 사실상태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하여 정당한 권리관계로 되돌아가게 한다면 그 진정한 권리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상태 위에 이루어진 사회의 법률관계는 모두 뒤집어지는 결과가 되어 거래의 안전이 위협되고, 사회질서가 문란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법률은, 실제의 법률 상태와는 다른 사실 상태이더라도 그것이 일정한 기간 계속되는 때에는 그 사실 상태를 그대로 인정해서 법률생활의 안정과 평화를 달성함을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로 보는 것이다. 둘째로는, 사실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그 동안에 정당한 권리관계에 관한 증거가 없어지기 쉽다는 것을 든다. 즉, 오랫동안 계속한 사실상태가 있고 아무도 그것이 진실한 권리관계와 다르다는 것을 다투지 않고 경과한 때에는 법원이 진실한 권리관계가 어떠하냐를 앞의 오랜 기간의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확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차라리 어떤 사실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그 동안에 누구도 그것과 부합하지 않는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실은 그와 같은 사실상태는 그것에 상당하는 권리관계에 의하여 유지되어 왔을 확률 내지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증거보전의 곤란을 구제하고, 민사소송제도의 적정과 소송경제의 이념에 비추어서 사실생태를 그대로 정당한 권리관계로 보자는 것이 또한 시효제도를 두는 목적인 것이다. 셋째로, 오랜 기간 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고 있었던 자'로서 시효제도에 의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며, 법률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든다. 이들 세 가지의 존재이유 가운데에서 첫번째 이유는 주로 취득시효에, 그리고 두번째와 세번째는 주로 소멸시효에 각각 타당한 이유로 들 수 있다.

    3. 제척기간과 소멸시효

    (1) 일정한 기간의 경과로 권리가 소멸 내지 실효하는 점에서는 소멸시효와 비슷하나, 제도의 취지 및 성질에 비추어 볼 때에 소멸시도와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제도가 있는 바 바로 '제척기간'이라는 것이다. 권리의 제척기간은 일정한 권리에 관하여 법률이 예정하는 존속기간이다. 따라서 권리의 존속기간인 제척기간이 차서 끝나게 되면 그 권리는 당연히 소멸한다. 이러한 제척기간을 둘 필요성은 특히 형성권에서 강하다.

    (2) 제척기간이 정해져 있는 권리는 그 제척기간 내에 어떠한 행위가 있을 때에 보전되는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견해를 들 수 있다. 첫째로, 제척기간 내에 어떠한 권리행사가 있었느냐 또는 없었느냐를 묻지 않고서 기간의 경과로 언제나 권리는 소멸한다고 새기는 견해이다. 이 견해에 따른다면, 그 권리를 재판상 행사하고 있더라도 소송 중에 기간이 경과하면 그 때에 권리는 소멸한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권리자에게 너무나 불리할 뿐만 아니라, 특히 소송절차의 지연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에 권리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되어 취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로는, 제척기간 내에 재판 밖에서의 행사가 있으면 권리가 보전된다고 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며, 판례는 바로 이런 견지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찬성하기 곤란하다. 왜냐하면,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결과 생기게 되는 권리에 관하여는 일반의 소멸시효에 따른다고 하게 되므로 권리관계를 속히 확정하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제척기간을 출소기간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즉, 그 기간 내에 재판상의 행사 즉 소의 제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 시효는 중단으로 기간이 갱신되나 제척기간은 중단이 없다. 그리고 시효는 당사자가 이를 원용하지 않으면 법원은 이에 따라 재판할 수 없으나, 제척기간은 당연히 효력을 발생하고 법원은 이에 따라 재판하여야 한다. 법률은 제척기간임을 명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소멸시효기간인가 제척기간인가에 의문이 생기기도 하는데, 조문에 '시효로 인하여'라는 문구가 없으면 보통 제척기간으로 해석하지만 문구에 구애됨이 없이 당해 규정의 취지나 권리의 성질 들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민법 제1024조 2항에서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는 문구가 학설에 따라 달리하는 견해가 나오는 것이다. 조문에 따라 충실하게 소멸시효기간으로 새기는 견해와 제146조의 특별규정이라는 점을 들어 제척기간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Ⅱ. 소멸시효의 요건

    1. 소멸시효의 대상

    (1) 어떠한 권리를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으로 하느냐는 입법례에 차이가 있으며, 반드시 같지 않다. 즉, 소권이 시효로 소멸하는 것으로 하는 입법례, 청구권 또는 채권만을 소멸시효의 목적으로 하는 입법례 등이 있으나, 대체로 말해서 채권에 관하여서만 소멸시효를 인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민법은 채권 뿐만 아니라 소유권을 제외한 그 밖의 재산권에 관하여도 소멸시효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민법의 하나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2) 소멸시효의 목적이 되는 권리는 재산권에 한한다. 가족권, 인격권과 같은 비재산권은 소멸시효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재산권 중 소유권은 소멸시효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소유자가 아무리 오랫동안 소유권을 행사함이 없이 방치하여도 시효로 소멸되는 일은 없다. 본래 소유권은 그 본질상 항구성이 있으며, 소유권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것은 바로 이 항구성이 있기 때문이다.

    (3) 채권이 소멸시효에 걸리는 이상, 그 채권의 본질적 요소를 이루는 청구권, 즉 채권적 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리게 됨은 당연하며,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판례는 채권적 청구권 중에는 시효로서 소멸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한다. 즉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하여 가지는 등기청구권은 채권적 청구권이지만, 만일에 매수인이 그 목적물을 인도받고 있으면 그 등기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론적 근거로서 들고 있는 것은, 부동산매수인이 목적 부동산을 인도받아서 사용, 수익하고 있다면 그 매수인은 결코 권리 위에 잠자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매매에 있어서는 매도인은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과 목적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하여야 할 인도의무라는 두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여 매수인이 현재 점유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매도인이 부담하는 목적 부동산 인도의무의 이행이 있는 상태일 뿐이며, 판례이론은 부당한 것인 바, 부동산 매수인의 채권적 등기청구권은 목적 부동산을 인도하고 있느냐의 여부를 묻지 않고서 언제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

    (4) 물권의 내용이 실현이 방해당하고 있거나 또는 방해당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물권자가 방해자에 대하여 그 방해의 제거 또는 예방에 필요한 일정한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물권적 청구권이다. 이 물권적 청구권 가운데에서도 소유권에 의거한 물권적 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는 데에 이설이 없다. 소유권은 원래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데, 만일에 그 소유권에서 흘러나오는 물권적 청구권만은 시효로 소멸한다면 소유권은 있어도 그에 대한 방해의 제거나 예방에 필요한 행위를 방해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따라서 소유권이 존재하는 한, 그에 의거한 물권적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소유권 이외의 물권은 소멸시효에 걸리기 때문에,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물권적 청구권도 시효로 소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 될 것이다.

    (5) 형성권이 소멸시효에 걸리는가에 대해서는 학설은 대립하고 있다. 형성권에 관하여 그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 그것은 언제나 제척기간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와, 법규정 속에 '시효로 인하여'라는 구절이 있는 때에는 시효기간이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는 제척기간이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생각컨대, 형성권에 관하여는 그 성질상 불행사라는 사실상태가 있을 수 없다. 즉, 형성권에 있어서는 권리자의 의사표시가 있으면 그것만으로써 목적인 법률효과가 생기는 것이고, 권리가 행사되었으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상태는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권리불행사에 대한 사실행태에 대한 중단이라는 시효제도가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민법이 '시효로 인하여'라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더라도, 형성권에 관한 한은 그 존속기간은 언제나 제척기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2. 권리의 불행사

    (1) 소멸시효가 완성하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권리를 일정기간(소멸시효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고 있어야 한다. 권리를 행사하는 데 법률상의 장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사하지 않는 것이 권리의 불행사인 것이다. 문제는 언제부터 그러한 불행사가 있다고 보느냐에 있다. 이는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시기, 즉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어디에 두느냐라는 문제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2)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민166조 1항). 그러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동안은, 비록 권리가 이미 발생하고 있더라도, 소멸시효는 진행을 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객관적으로는 권리가 발생하고 또한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 있더라고, 구체적으로는 권리행사가 사실상 곤란하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권리자 자신이 의무자를 아직 알지 못하거나 또는 권리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시효에 관한 규정 가운데에는 권리자의 일정한 주관적 용태, 특히 그가 권리의 존재를 안 때로부터 시효기간을 기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있으며(민766조), 이런 때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러한 특별한 규정에 없는 경우에 제166조 1항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문제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권리행사에 관한 장해를 '법률상의 장해'와 '사실상의 장해'로 나누고 앞의 것은 시효의 기산접에 영향을 주지만, 뒤의 것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권리자가 그 권리의 존재나 행사가능성을 알지 못하는 것, 알지 못하는데 있어서의 과실의 유무 등은 원칙적으로 시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다. 또한 권리행사가 의무자나 제3자의 행동으로 방해되고 있는 경우에도, 기산점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3) 시기부 권리의 경우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소멸시효는 진행을 개시한다. 확정기한부일 때는 가장 전형적인 경우로 특별한 문제가 없으나, 불확정기한부인 때는, 특히 채권에 있어서 채무자가 지체에 빠지는 것은 그가 기한도래를 안 때로부터이다. 그러나 그 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기한이 객관적으로 도래한 때이며, 채권자 쪽의 기한도래에 관한 지·부지나 과실의 유무는 묻지 않는다. 예컨대, 출세하면 변제한다고 한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보아서 출세한 때부터 시효는 진행을 개시하는 것이다.

    (4) 채무의 이행에 관하여 기한을 정하지 않는 채권에 관하여는 채무자는 원칙적으로 이행의 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의 책임을 진다. 채권의 소멸시효도 청구가 있을 때로부터 진행을 개시한다고 할 것인가? 만일에 그와 같이 해석한다면, 채권자가 청구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소멸시효는 영원히 진행하지 않는 것이 되어 시효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아 부당한 것이다. 채권자는 언제든지 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채권이 발생한 때라고 하여야 한다. 그리고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본래의 채권과 별개의 채권이 아니라, 본래의 채권의 변형물인 뿐이다. 따라서 본래의 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시효는 진행을 시작한다 할 것이다. 그러나 판례는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불이행이 일어난 때에 생기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채무불이행이 있었던 때로부터 그 소멸시효는 진행한다고 한다. 채권 이외의 권리에 관해서도, 위의 채권의 경우와 이론상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물권과 같이 시기부 권리라는 것이 있을 수 없는 것, 즉 권리의 발생과 행사할 수 있는 최초의 시기와의 사이에 간격을 둘 수 없는 것에 관하여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일반적으로 권리가 발생한 때이다.

    (5) 일정기간 동안 일정장소에 건물을 짓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부작위채권에 있어서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언제일 것인가? 형식적으로 부작위채권이 성립하고 이행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기산한다면, 예컨대 20년간 건축하지 않는다는 채무에 있어서 처음 10년간 약속대로 건축하지 않았다면 그 불건축의 채무는 시효소멸하므로 그 후로는 건축을 하고 안하고는 자유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여기서 민법은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를 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166조 2항).

    3. 소멸시효기간

    (1) 채권과 소유권을 제외한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채권은 그 행사가 용이한 권리인데다가 또한 일상 빈번히 생기는 것이므로, 다툼을 막고 법률관계를 신속히 확정한다는 실제 거래상의 필요를 고려하여 다른 재산권의 시효기간보다 짧은 편이다. 보통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다(민162조1항). 그러나 상행위로 생긴 채권은 상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인정되어 있다(상64조).

    (2) 3년의 시효에 걸리는 채권으로는 이자·부양료·급료·사용료 그 밖의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 해당된다(민163조 1호). 또한 의사·조산사·간호사 및 약사의 치료·근로 및 조제에 관핸 채권도 해당되는데(민163조 2호), 여기서 의료법이나 수의사법의 자격자가 아닌 무자격자가 한 치료에 관한 채권에는 제 163조 2호가 적용되는가?

    무자격자의 치료행위도 반사회질서의 것은 아니므로 그 채권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채권에는 제163조 2호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소멸시효기간은 제 162조 1항에 의하여 10년이라고 새기게 되는 바, 오히려 무자격자의 채권이 유자격자의 채권보다도 두터운 법적 보호를 받는 결과가 되어 마땅치 않다. 따라서 무자격자의 채권도 제163조 2호로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도급받은 자·기사·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변호사·변리사·공증인·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댓가도 해당된다. 여기서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는 모두 상행위로 생긴 것이므로, 본래는 상법 제64조에 의하여 5년의 시효에 걸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법 제64조 단서의 '다른 법령'인 민법 제163조에 의하여 '이보다 단기의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이에 응하게 되는 것이다. 기타 수공업자 및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도 3년의 시효에 걸리는 것이다.

    (3) 1년의 시효에 걸리는 채권으로는 여관·음식점·대석·오락장의 숙박료·음식료·대석료·입장료·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 의복·침구·장구 기타 동산의 사용료의 채권, 노역인·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 학생 및 수입자의 교육·의식 및 유숙에 관한 교주·숙주·교사의 채권 등이 있다.

    (4) 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소를 제기하면 시효의 진행은 중단된다. 그러나 확정판결을 받고도 그대로 내버려 두면 그때부터 다시 소멸시효는 진행을 개시한다. 이 경우에 그 권리가 이미 적은 바와 같은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이라고 할 때, 그 확정판결 후의 시효기간은 역시 전과 마찬가지의 단기라고 할 것인가? 일단 확정판결에 의하여 권리관계가 확정된 이상, 이제는 단기시효에 걸리는 것으로 할 필요는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이때에도 역시 단기시효에 걸리는 것으로 한다면, 권리의 보존을 위하여 여러 번 중단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불편이 따르게 된다. 여기서 민법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하고 있다. 한편, 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및 재판상의 화해·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도 역시 10년의 시효에 걸린다. 그러나 기한부 채권에 관하여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와 같이, 확정될 당시에 아직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에는 위의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Ⅲ. 소멸시효의 중단

    1. 제도적 의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실상태가 일정한 시효기간 동안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소멸시효의 기초가 되는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실상태와 부딪히는 사실이 생기면, 소멸시효의 진행은 도중에 끊기고 이미 경과한 시효기간의 효력은 소멸하고 만다. 이와 같이 소멸시효의 진행을 방해하는 것이 '소멸시효의 중단'이다. 소멸시효가 중단되면, 그때부터 소멸시효는 새로이 다시 진행하게 된다. 이와 같은 시효의 중단은 소멸시효에 한하지 않으며, 취득시효에 관하여서도 있게 된다. 민법은 제168조 이하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이를 다시 취득시효에 준용하고 있다. 시효의 중단은 시효의 정지와 더불어 '시효의 장해'라고 일컬어진다.

    2. 시효중단의 사유

    시효중단의 효력을 생기게 하는 사유를 중단사유라고 한다. 민법이 시효의 중단사유로서 드는 것은 (1)청구 (2)압류·가압류·가처분 (3)승인의 세 가지이다. 앞의 두 가지는 권리자가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고, 뒤의 것은 의무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들 3가지는 어느 것이나 모두 시효의 기초가 되는 사실 상태로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중단사유로 하고 있는 것이다.

    (1) 청구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 즉 권리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이익을 얻게 될자에 대하여 그의 권리내용을 주장하는 것이다. 재판상의 것이든 또는 재판 외의 것이든 이를 묻지 않는다.

    ①재판상의 청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즉 시효기간이 경과하고 있는 권리의 주체가 원고가 되어 법원에서의 소송절차를 개시하는 때에 재판상의 청구 내지 소의 제기가 있게 된다. 이때에 제기되는 소의 송류는 묻지 않으며 이행의 소, 형성의 소, 확인의 소 중 어느 것이라도 좋다. 그리고 소는 본소이든 또는 반소이든 이를 묻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대방에 제기한 소에 응소하여 승소하는 것도 '재판상의 청구'가 되는가? 이때에도 재판상의 청구가 된다는 것이 판례이다. 그리고 재심의 소의 제기도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천구에 해당하며, 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재심판결이 확정일까지 중단된다는 것이 판례이다. 행정소송과 행정소원은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의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중단사유로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통설이고 판례이다. 이와 같은 재판상의 청구가 중단의 효력을 발생하는 시기는 소를 제기한 때이다. 재판상의 청구가 있더라도, 소의 각하·기각 또는 취하가 있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은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소의 각하·기각 또는 취하가 있더라도, 6개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파산절차참가·압류 또는 가압류·가처분을 한 때에는 시효는 최초의 재판상의 청구로 중단된 것으로 본다. 이것은 각하·기각·취하된 소의 제기에 대하여 후에 설명하는 재판 밖의 청구인 최고로서의 효력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②채권자가 파산재단의 배당에 참가하기 위하여, 그의 채권을 신고하는 것이 파산절차참가이다. 이 참가신고가 있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채권자가 위의 신고를 취소하거나, 또는 그 청구가 각하된 때에는 중단의 효력이 없다. 파산 절차 참가가 중단사유가 된다면, 그보다도 강력한 권리의 실행방법인 파산선고 신청은 당연히 시효중단의 사유가 된다고 하여야 한다. 또한 강제집행절차에 있어서 배당요구를 하는 것도 파산절차참가와 같은 것으로 보아, 이때에도 역시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③지급명령은 독촉절차이며, 보통의 소송절차에 의하지 않고서 간이·신속하게 채권자로 하여금 그의 권리를 행사케 하기 위하여 인정된 간이절차이다. 지급명령이 중단의 효력을 발생하는 시기는 지급명령신청서를 관할 법원에 제출하였을 때이다. 채무자는 지급명령이 자기에게 송달된 날로부터 2주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적법한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지급명령을 신청한 때에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지급명령은, 소의 제기로서 시효중단의 효력을 계속 가지게 된다. 그러나 적법한 이의신청이 없거나, 또는 이의신청의 취하나 각하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지급명령은 확정되면서 강제집행으로 실현할 수 있는 집행력이 생긴다.

    ④화해를 신청하면 소멸시효는 중단한다. 그러나 이 신청을 받은 법원이 화해를 권고하기 위하여 상대방을 소멸하였으나, 상대방이 출석하지 않거나 또는 출석하더라도 화해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에, 화해신청인이 1개월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중단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소를 제기하면, 화해를 신청한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긴다. 조정은 재판상의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조정신청도 화해신청과 마찬가지로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하여야 한다.

    ⑤최고는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청구하는 ‘의사의 통지’를 의미한다. 민법은 재판 밖에서의 최고를 시효중단의 사유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단의 효력은 아주 약하다. 즉, 최고 후 6개월 이내에 앞서 설명한 재판상의 청구 중의 어느 것이나, 또는 후에 설명하는 압류·가압류·가처분과 같은 보다 더 강력한 방법을 취하지 않으면 중단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민 174조). 최고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가 있는가? 일부의 청구나 일부의 상계가 있는 때, 이를 전부에 대한 최고로 보아야 한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권리행사의 주장이 있음은 명백하므로, 위의 견해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 재판상의 청구를 하였으나, 그 소의 취하로 본안판결에 이르지 못하고 끝난 경우에도 최고의 효력이 있다는 것이 판례이다. 따라서 소의 취하 후 6개월 이내에, 제 174조가 접하는 보강수단을 취함으로써 시효를 중단할 수 있다.

    (2) 압류·가압류·가처분

    ①압류는 확정판결 기타의 집행근원에 의거하여 행하는 강제집행이며 가장 강력한 권리의 실행행위다. 한편, 가압류와 가처분은 강제집행을 보전하는 수단이므로, 역시 권리의 실행 행위이다. 압류·가압류·가처분은 반드시 재판상의 청구를 전제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판결이 있는 경우라도 다시 새로이 시효는 진행하므로, 이들을 따로이 중단사유로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②압류·가압류·가처분이 중단의 표력을 발생하는 시기에 관하여는 학설이 나누어져 있으며, 집행행위를 하였을 때라고 하는 설과 명령을 신청한 때에 생간다고 보는 설이 있다. 생각건대, 소의 제기나 지급명령이 송달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신청을 한 때에 중단력이 생긴다고 해석하기 때문에, 압류·가압류·가처분도 그 명령을 신청하는 때에 중단의 효력이 생간다고 하는 설이 옳다.

    ③압류·가압류·가처분의 명령이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법률의 규정에 따르지 않아서 취소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이 경우에 채무자의 주소불명 등으로 압류등의 절차를 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중단의 효력이 생기지 않음은 당연하지만, 압류절차를 시작한 이상, 비록 압류할 물건이 없기 때문에 집행불가능으로 그치더라도 중단의 효력은 생기는 것으로 해석되어 있다.

    ④압류·가압류·가처분의 집행행위가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에 대하여 하지 않은 때에는 이를 그 자에게 통지한 후가 아니면 중단의 효력이 없다. 예컨대, 물상보증인이 제공한 부동산 위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채권자가 저당물을 압류하였다면, 이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한 때에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기게 된다.

    (3)승인

    ①승인은 시효의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시효로 말미암아 권리를 잃는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표시하는 것이다. 그 성질은 ‘관념의 통지’ 이다. 따라서 중단하려는 효과의사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채권자의 대리인에 대하여서도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 있다. 이와 같은 승인을 중단사유로 하는 이유는, 승인이 있을 때에 권리자가 곧 권리를 행사하지 않더라도 권리행사를 게을리 하고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권리관계의 존재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②승인에는 특별한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명시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며, 묵시적인 승인도 중단의 효력이 있다. 예컨대, 증서를 다시 작성한다든가 또는 이자를 지급하는 것, 일부변제, 담보의 제공 등은 모두 묵시적 승인이 된다.

    ③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는 승인에는, 상대방의 권리에 관한 처분의 능력이나 권한이 있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민 177조) 이 뜻은 상대방의 중단되는 권리를 승인자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에 이를 처분하는 권한이나 능력이 없는 자의 승인도 중단의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원래 승인은 권리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제 177조 의 반대해석으로, 관리의 능력이나 권한이 없는 자는 승인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되어 있다.

    3. 시효중단의 효력

    (1) 원칙과 예외

    시효가 중단되면, 그 때까지 경과한 시효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않는다. 이 시효중단의 효력은 당사자 및 승계인 사이에만 효력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당사자는 시효중단행위에 관여한 자를 뜻하는 것이고, 승계인에는 포괄승계인과 특정승계인이 모두 포함된다. 이와 같이 중단의 효력은 당사자 및 승계인에게만 있게 되므로, 제 3자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갑의 소유지를 을·병이 공동으로 점유하여 시효로 취득하려고 할 때에 그 중에 한사람(을)에 대하여 중단을 하여도 다fms 사람(병) 에 대하여서는 중단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원칙에는 예외가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즉, 지역권·연대채무·보증채무 등에서는 그 법률관계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예외가 정하여져 있다.

    (2) 중단 후의 시효진행

    ①시효가 중단된 후에 그 시효의 기초가 되는 사실상태가 다시 계속하면, 그 때부터 새로이 시효기간은 진행한다. 따라서 새로 진행하게 된 때로부터 전 시효기간이 경과하여야만 시효는 완성하게 된다.

    ②청구로 시효가 중단된 때는 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다시 시효가 진행하며, 압류·가압류·가처분으로 중단된 때는 이들 절차가 끝났을 때로부터 다시 시효가 진행하며, 승인으로 중단된 때는 승인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로부터 다시 새로운 시효기간을 계산하게 된다.

    Ⅳ.소멸시효의 정지

    1.소멸시효 정지의 의의

    소멸시효의 정지는 시효기간이 거의 완성할 무렵에, 권리자가 중단행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대단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 시효기간의 진행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고, 그러한 사정이 없어졌을 때에 다시 나머지 기간을 진행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시효의 정지는 이미 설명한 시효의 중단과 더불어 권리자를 보호하려는 제도이지만, 정지에 있어서는 정지사유가 그친 뒤에 일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하면 시효는 완성하는 것이며, 이미 경과한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되지 않는 점에서 중단과 다르다.

    2. 시효의 정지사유

    (1) 무능력자를 위한 정지

    소멸시효의 기간만료 전 6개월 내에 무능력자의 법정대리인이 없는 때에는 그가 능력자가 되거나, 또는 법정대리인이 취임한 때로부터 6개월 내에는 시효가 완성하지 않는다. 재산을 관리하는 부·모 또는 후견인에 대한 무능력자의 권리는 그가 능력자가 되거나, 또는 후임의 법정대리인이 취임한 때로부터 6개월 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않는다.

    (2)혼인관계의 종료에 대한 정지

    부부의 한쪽의 다른 쪽에 대한 권리는 혼인관계가 종료한 때로부터 6개월 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않는다. 혼인관계가 계속하고 있는 동안에는 시효중단의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 곤란하다는 데서 인정하는 정지사유이다. 혼인관계의 종료는 이혼은 물론이고 한쪽 배우자의 사망이나 혼인의 취소 등을 말하는 것이다.

    (3)상속재산에 관한 정지

    상속재산에 속하는 권리나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는 상속인의 확정·관리인의 선임 또는 파산선고가 있는 때로부터 6개월 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않는다.

    (4)사변에 관한 정지

    천재 기타 사변으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1개월 내에는 시효가 완성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사변은 천재에 견줄 수 있는 전쟁·폭동·교통두절 등의 객관적인 것을 말하며, 권리자의 여행·병과 같은 주관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3.시효정지의 효과

    시효의 중단은 이미 경과한 시효기간의 이익을 소멸시키지만, 시효의 정지는 정지기간에 해당하는 기간만 시효기간을 연장시킬 뿐이다. 따라서 권리자는 정지기간내에 시효를 중단시키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Ⅴ.소멸시효의 효력

    1.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우리 민법은 소멸시효의 효과에 관하여 '단지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면서 '완성'의 의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따라서 완성의 의미에 대하여 학설은 대립한다.

    (1) 절대적 소멸설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는 당연히 소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 학설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현행 민법은 구 민법과 달라서 시효의 원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②제369조, 제766조 1항 및 부칙 제8조 1항은 '소멸한다'를 뜻한다고 본다. 다만, 권리가 절대적으로 소멸한다고 하더라도 시효의 이익을 받기 위해서는 소송상 이를 항변하여야 한다.

    (2) 상대적 소멸설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가 당연히 소멸하지는 않고 다만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에게 권리의 소멸을 주장할 권리가 생길 뿐이라고 한다. 이 학설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당사자의 원용이 없어도 권리는 마땅히 소멸한 것으로 재판해야 하는데 이것은 당사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당한 것이며, ②소멸시효 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완성의 사실을 모르고 변제한 경우에,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로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되므로 이는 사회관념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③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적 성질을 설명하기가 곤란할 뿐만 아니라, 채무자가 간계를 써서 신의칙에 반하는 방법으로 채권자의 시효중단을 방해한 경우에도 그러한 채무자에게 시효이익을 귀속시키는 것이 가능한데 이는 사회일반의 정의 관념에 반한다. 특히 ④우리 민법에서는 등기된 부동산물권도 소멸시효에 걸리게 되어 있는데 등기가 존재함에도 물구하고 시간의 경과만으로 등기된 물권이 소멸한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보호에 보다 충실한 해석은 상대적 소멸설을 따를 때에 가능하다고 한다.

    (3) 판례의 태도

    '당사자의 원용이 없어도 시효의 완성으로 채무는 당연히 소멸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에 기하여 한 가압류는 불법행위가 되고 가압류 당시 시효의 원용이 없었더라도 가압류채권자에게 과실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소멸시효기간의 만료로 인한 권리소멸은 그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시효완성의 항변을 하지 않으면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다'고 한다. 여기에서 판례는 대체로 절대적 소멸설에 입각하고 있으며, 다만 변론주의로 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권리가 소멸하였음을 소송에서 공격·방어 방법으로서 제출하지 않으면 그 이익은 고려되지 않을 뿐이라고 한다.

    2. 소멸시효의 소급효

    소멸시효는 그 기산일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 즉,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가 소멸하는 시기는 시효기간이 끝난 때이지만, 그 효과는 시효기간이 개시한 때에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소멸시효는 그 시효기간 동안 계속할 사실상태를 보호하려는 제도이므로, 이와 같이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같이 소급효가 인정되나, 다음과 같은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1) 소멸시효로 채무를 벗어나게 되는 자는 기산일 이후의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2) 시효소멸하는 채권이 그 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채권자는 상계를 할 수 있다(민495조). 대립하는 채권을 가지고 있는 두 채권의 당사자는, 그 대립하는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게 된 때에는 당연히 상계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이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규정인 것이다.

    3. 소멸시효의 이익과 포기

    (1) 시효기간 완성 전의 포기

    ①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시효이익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 소멸시효로 생기는 법률상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일방적 의사표시이다. 그 성질은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실체법적으로는 시효이익을 받을 것을 사전포기하는 것이고, 소송법적으로는 방어방법으로서 주장하는 것의 사전포기라는 것이 된다. 그러나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그것은 시효효과 주장권(원용권)의 사전포기라는 것이 된다.

    ②소멸시효의 이익은 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미리 포기하지 못한다. 본래 시효제도는 오랫동안 계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려는 공익적 제도이므로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미리 배척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부당하게 때문이다. 또한 채권자가 채무자의 궁박을 이용하여 미리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케 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시효가 완성하기 전의 포기는 이를 금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시효기간을 단축하거나 시효요건을 경감하는 특약은 유효하다. 이떄에는 시효제도의 공익성에 부딪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채무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2) 시효기간 완성 후의 포기

    ①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생기는 법률상의 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일방적 의사표시이다. 그 성질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에 따라 다르다. 상대적 소멸설은 그것을 원용권의 포기라고 본다. 즉 시효의 완성으로 일단 생긴 원용권(권리부인권)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라고 한다. 한편, 절대적 소멸설은 그 견해가 다르다. 그러나 보통은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이며, 이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익이 생기지 않았던 것으로 된다고 본다. 확실히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포기의 효력이 소멸시효의 완성 전에 소급하는 까닭을 충분히 설명할 수가 없게 되며, 여기에 동설의 곤란한 점이 있음은 이미 지적하였다. 이러한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응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는 이유는, 현행법이 원용제도를 두고 있지 않은 데에 있음이다.

    ②소멸시효가 완성 후에 있어서의 시효이익의 포기는 유효하다(제184조 1항의 반대해석). 시효기간의 완성 후에는 완성 전에 있어서와 같은 폐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하는 것이 시효제도를 개인의 의사와 조화시킬 수 있게 되어 타당하기 때문이다.

    ③포기는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이다. 그것은 처분행위이므로 처분능력과 처분권한이 있어야 한다(이설 없음). 포기는 명시적으로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의 채무의 일부의 변제나 채무의 승인 또는 기한의 유예의 요청 등은 모두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포기를 하면 처음부터 시효의 이익은 생기지 않았던 것이 된다. 주의할 것은,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수인인 때에, 그 중의 한사람의 포기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느냐에 관해서인데, 포기의 효과는 상대적이며 다른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에 이설이 없다.

    - 참고문헌 -

    곽윤직, 민법총직, 박영사, 2007

    김형배, 민법학강의, 신조사, 2007

    김증한, 민법총칙, 진일사, 1972

    김증한·안이준, 신민법총칙, 법문사, 1963

    이영섭, 신민법총칙강의, 박영사, 1959

    방순원, 신민법총칙, 한일문화사, 1959

    [출처] 소멸시효의 고찰|작성자 물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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